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초등학생도 알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단어다.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바라보는 지세(地勢)라는 뜻의 배산임수는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명당을 일컫는 말이다.
옛날 사람들이 배산임수 지역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명당이라고 일컬었던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산에서 땔감을 얻고, 농사에 하천의 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추위를 막아주고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생기를 돋울 수 있는 지역이니 자연히 사람들이 장수하며 살 수 있다.
지면이 약간이라도 높은 곳에 건물을 짓고 지대가 낮은 부분에 마당을 두어 내려다보게 하는 배치이다 보니 햇볕도 잘 들어오고 전망도 좋다. 요즘 말로 하면 조망권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것이다. 강이나 하천을 향해 대문을 배치한 집은 신선한 바람도 내부까지 잘 들어오게 된다.
풍수변수 네가지 적용
실제로 가격도 차이나
분양 마케팅으로 활용
부귀영화(富貴榮華)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기에 명당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제는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에도 명당과 풍수지리가 접목된 지 오래다. 실제로 건설업계가 분양 마케팅의 핵심으로 손꼽아온 학군이나 교통여건 등도 크게 보면 풍수지리의 범주 내에 포함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더해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주거지에 대한 이야기나 지명에 얽힌 설화 등을 엮은 ‘풍수지리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성산업과 서한은 최근 분양한 북구 침산동 ‘침산 화성파크드림’과 ‘금호 신도시 서한 이다음’에 풍수와 명당을 결합시켜 ‘대박’을 터뜨렸다. 화성산업 주정수 홍보팀장은 “주택 조망과 입지조건을 강조했던 기존 홍보방식과는 달리 지명과 관련된 설화나 옛이야기 등을 풍수지리학적으로 풀어낸 광고를 도입했다”면서 “부와 명예는 물론 자식들의 입신양명까지 얻을 수 있는 땅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풍수지리상 명당지역은 입지 조건만으로도 일반 아파트보다 인기가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7년 발표된 부산지역 한 대학 교수 논문자료에 따르면 ‘풍수’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산임수(背山臨水)·동서사택(東西四宅)·입수룡(入首龍)·득파론(得破論) 등의 풍수변수 네 가지를 도입해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31개 아파트 1천647가구를 조사한 결과, 풍수적으로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분양가가 3.3㎡당 평균 36만원 정도 높았다.
풍수지리전문가 박덕인씨(대경대 풍수지리 강사)는 “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을 위한 유기농 식단(食)과 천연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의류(衣)를 입고 아파트도 재산증식수단에 더해 힐링할 수 있는 공간(住)을 찾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면서 “이러다 보니 건설사들은 살기 좋은 주거지라는 마케팅을 ‘부유함(富)이나 귀함(貴)을 가져다주는 땅’이라는 풍수지리적인 명당론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모 유명 연예인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가 위치한 성수동 지역은 ‘재물과 권력·인기 등이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용마음수형(龍馬飮水形)’ 길지로 알려져 있다. ‘용마음수형’은 용과 말이 만나서 물을 마시는 형국으로 물의 합수 지점을 의미한다. 한강 조망권 지역 가운데 강이 휘감듯 마주해 돈이 물처럼 흘러드는 형상을 갖춘 지역으로 뚝섬 일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곳에 집을 구입하려던 중국인이 최근 중국에서 지관을 데려와 풍수를 살피기도 했으며, 중국인 지관은 갤러리아 포레의 풍수를 극찬했다고 한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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