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구본건 인터불고 엑스코점 대표이사에게 지역 외식사업을 묻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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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3   |  발행일 2015-11-13 제41면   |  수정 2015-11-13
“음식 늦다고 뺨까지 맞았지만 사과…어떤 경우에도 고객과 다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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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사장이고 사장은 큰머슴’이어야 그게 ‘차세대 경업문화의 요체’라고 믿는 구본건 대표가 대구 십미 중 하나인 납작만두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국제메디시티로 급부상한 대구의 호텔 뷔페문화 개선에 헌신하기 위한 일환으로 대구 17개, 경북 23개 시·군 173개 메뉴, 50여개 외국인 선호 메뉴 등 250여 가지 메뉴로 ‘힐링 로컬푸드 뷔페 시대’를 선도하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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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1곳이었던 대구의 호텔은 현재 10개 수준으로 줄었다. ‘호텔 하면 뷔페’란 등식이 무너진 지도 오래다. 침체일로의 지역 호텔업계에 새로운 뉴스가 생겼다. 지역 외식업계의 리더로 불렸던 구본건씨(61). 그가 1993년 열었던 전국 최초의 죽 뷔페 ‘마이 하우스’를 정리하고 인터불고 엑스코점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 3월27일 그는 인생 3라운드의 첫 단추를 끼웠다.

구 대표는 1981년 중구 대봉동 한일회관을 시작으로 훼미리가든, 훼미리뷔페, 두산동 동아스포츠 후레시아 레스토랑 등 15개 이상의 각종 식당을 운영했다. 대구국제음식박람회 초대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지역 외식업계의 산증인. 큰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식당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구 대표는 고급 모텔에 추격 당하고 있는 게 현재 대구의 호텔이라고 지적했다. 호텔이 호텔 밖의 식당 수준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를 읽지 못하고 있으며, 오락실·나이트클럽·부동산 투기 등에 쏠린 안일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토털마케팅 관련 전문 경영인 부재도 문제로 꼽았다. 구 대표를 만나 지역에서 식당 사업이 얼마나 힘들고,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뷔페 로컬푸드화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 한일회관 시대의 실험적 경영

그의 지난 세월은 모험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대표적 중식당이었던 ‘만리장성’ 맞은편에 있었던 한일회관. 그는 29세 때 한일로부터 전무 제의를 받는다. 훗날 이 회관은 동아백화점 바로 옆 대구회관과 함께 대구 칭기즈칸 요리의 심장부로 발돋움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회관은 적자 상태였습니다. 1주일간 고민했어요. 과연 이걸 키울 수 있을까?”

일단 식당 분석에 들어간다. 이후 그가 제시한 경영술은 지금 봐도 ‘신의 한 수’란 생각이 든다. 고정고객이 없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지역 최초의 ‘VIP 멤버십 회원 카드’를 도입한다. 카드를 받을 만한 인사를 물색했다. 전화번호부를 보고 관공서 각종 사회단체장 정보를 수집했다. 대상자를 1천명 뽑았다. 가입 권유 엽서를 보냈는데 250명에게서 회신이 왔다. 인맥이 엄청 넓어지는 계기가 된다. 당시 ‘VIP멤버십’이란 개념은 서울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흔한 게 카드지만 당시는 주민등록증 이외에는 별다른 카드가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하루 매출이 30여만원이었는데 반년 후 무려 5배 이상 신장한다. 그가 졸지에 화제의 인물이 된다. 특히 호텔 관계자로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는다. 수성관광호텔까지 한일의 신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15개 이상의 식당 운영경험
지역 외식업계 리더로 불려
‘VIP멤버십 회원 카드’
지역서 처음으로 도입
‘직원 부조계’로 단합 도모도

인터불고 엑스코점 운영 맡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뷔페 개선
80가지 메뉴 가운데 40%를
대구·경북 로컬푸드로 세팅해
가격 낮춰 10월 매출 목표초과


영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그는 연이어 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직원들의 마인드 개조에 나선다. 직원이 소극적이면 결국 망한다고 믿었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식당 직원은 최하급 인생으로 치부됐습니다. 그들은 서비스 정신이 뭔지 친절이 뭔지 알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입에 풀칠하는 것에 만족했죠. 음주와 도박이 상습화되었고 식당에 대한 사명감도 없어 툭하면 연락두절이었습니다. 직원들을 사장의 마인드로 바꿔나갔습니다.”

즉시 ‘직원부조계’도 도입해 홀과 주방 직원을 하나로 묶었다. 봉급 받아 일정액을 복지계금으로 운용하니 이직률도 훨씬 줄어들었다. 계금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역이용한 것이다. 만성피로를 해소시키기 위해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주 6일제’를 실시한다. 매출이 폭증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해수욕장도 가고 조기축구, 등산, 낚시, 선진지 견학도 했다.

방긋 웃는 눈 인사를 교육시키기 위해 거울 앞에서 자기 표정을 보며 제대로 웃게 했다. 그는 항상 “직원이 웃으면 손님도 웃는다. 그럼 식당이 된다”고 역설했다.

◆ 내가 친절하면 손님도 친절하다

종업원에게 부수입이 뭔지도 가르쳐준다.

“제가 그랬어요. 가령 삼대가 같이 올 경우 인사만 할 게 아니라 어르신과 아이의 손을 잡고 입구에서부터 자리까지 모셔다 드려라. 그럼 손님의 대우가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했죠.”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그가 도입한 경영기법 중 아주 인상적인 게 있다. 바로 계산을 카운터가 아니라 식탁에서 하도록 유도했다.

“카운터에서는 다들 거스름돈을 챙기죠. 하지만 식탁에서 하면 고생하는 것 같은 담당 웨이터에게 거스름돈은 팁으로 줍니다.”

당시 웨이터 급료가 3만원 정도인데 10만원이 넘는 팁이 들어왔다. 내친김에 ‘테이블 실명제’도 도입한다. 웨이터 혼자 5개 테이블을 커버하도록 했다. 누가 더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담당자가 무한리필을 해주도록 했다. 아직 식당가에 리필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3년간의 한일회관 시절을 끝내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창고에 있는 온갖 기물을 끄집어내 정리를 다 해주었다. 화장실 소변기도 직접 염산을 사용해 때를 다 벗겨놓았다. 후임자에게 1급 정보까지 다 인계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도는 봉변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고 단단히 화가 난 고객한테 봉변의 뺨을 맞았다.

“순간 울컥하는 게 올라왔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죠. 참아야 화난 고객도 숙질 거란 판단이죠. 몸을 꺾어 사과를 했어요. 지금도 얘기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고객과 다투지 마라.”

◆ 갱시기 1번지 골목길 식당 창업기

이제 독립의 시각. 자기만의 음식을 찾았다. 옛날 가마솥을 1인용으로 축소시킨 공예대상작품을 한 신문을 통해 봤다. 화제의 교수를 찾아가서 그의 기물이 필요하다고 간청했다. 주물공장에 가서 가마솥, 화로 등 5종을 한 세트로 만들었다. 그걸 갖고 동성로의 한 골목 안에서 ‘즉석 가마솥밥’과 콩나물갱시기를 24시간 팔았다.

더 큰 야심을 가졌다. 당시 큰 덩치의 대구백화점 별관을 봤다. 세를 얻어 지역 첫 카페테리아 레스토랑인 ‘훼미리가든’을 오픈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망한다. 자신감과 자만이 패인이었다. 너무 컸고 위치도 안 좋았고 접근성도 별로였다. 떠안은 빚만 1억5천여만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자살충동도 느꼈다.

하지만 꿈 있는 자에게 절망은 없었다.

동서가 그에게 국내 첫 뷔페인 인천 해진뷔페 정보를 알려주었다. 뭔가 감이 왔다. 당장 찾아간다. 주방 청소로 환심을 산 뒤 하루 만에 뷔페의 레시피를 장악했다.

86년 한강 이남 첫 뷔페인 훼미리뷔페를 대백 별관에서 오픈한다. 88년부터 지역에 뷔페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90년 남구 대명동 대덕빌딩에서 당시 지역에서는 단일 평수로 제일 넓은 회갑 및 웨딩을 겸하는 300석 규모의 뷔페레스토랑을 연다. 미군부대 퇴직 조리사를 불러 지역 첫 고급레스토랑인 ‘마이하우스’를 연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은 앞산 등산객을 위한 샐러드바를 갖춘 죽뷔페 전문점으로 유명해진다. 당시 회원만 2만5천여명.

◆ 예그리나 로컬푸드 힐링 뷔페

일단 호텔 뷔페부터 개선했다. 이 호텔 뷔페 ‘예그리나’의 80가지 메뉴 중 40%를 대구와 경북의 로컬푸드로 세팅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그동안 무궁화 5개 국제급 호텔에서는 솔직히 로컬푸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비즈니스 모드에 맞춰야 하니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메뉴 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외국인은 물론 힐링푸드에 대한 욕망이 큰 내국인 단골을 겨냥해서라도 로컬푸드 중심의 힐링 뷔페 하나 정도는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 일단 지역의 특산물과 향토음식 리스트를 작성했다. 하지만 조창래 조리팀장 등 조리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로컬푸드가 외국인에게 잘 어울릴지 확신할 수 없고 각 재료를 제대로 요리하기도 번거롭다’면서 반대했다.

구 대표는 2개월간 난상토론을 벌이면서 자기 생각을 관철시켰다. 세계 주요국 선호 한국음식 다섯 가지도 조사했다. 그래서 일본은 감자탕, 닭갈비, 해물파전, 불고기, 돌솥비빔밥, 중국은 국수전골, 잡채, 제육보쌈, 갈비찜, 순두부찌개 등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도 메뉴 수정이 진행중이다.

현재 예그리나의 경우 경북 23개 시·군 173개 메뉴와 대구의 대구십미 등 17가지 메뉴,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멕시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외국인 선호 메뉴 50가지 등 모두 250가지 메뉴가 대기중이다. 그걸 30명의 조리사가 맡는다. 가격도 많이 다운시켜 4만2천원에서 3만2천원, 점심은 1만7천원으로 낮췄다. 지난 10월 매출이 목표 매출의 148% 신장.

현재 따로국밥, 납작만두, 반고개 무침회, 동성로 우동을 비롯해 예천 용궁순대, 포항 물회, 안동 헛제삿밥, 울릉도 오징어순대, 예천 청포묵탕평채, 영천 육회, 영천 다슬기국 등이 줄을 잇는다. 여건상 현지 맛과 동일할 수 없어 조만간 해당 음식 장인 초청 즉석요리 이벤트도 기획중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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