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더 브릿지’오남규 사장, 커피를 말하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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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7   |  발행일 2015-11-27 제41면   |  수정 2015-11-27
“커피맛 결정하는 건 생두 90, 로스팅 5∼10%…바리스타 영향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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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다. 커피숍이 식당보다 더 맹렬하게 러시를 이룬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커피민국’인 것 같다.

특히 2년 새 수성못 주변은 대구 최고의 ‘커피토피아(Coffeetopia)’로 급부상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쌍화차 등을 앞세운 ‘마담 다방’이 호시절을 맞았고 이후 음악다방을 거쳐 이제는 커피숍시대로 접어들었다. 커피숍도 몇 년 새 진화해서 브런치 카페, 디저트 카페, 베이커리 카페, 스페셜티 커피숍, 초저가 커피숍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내놓은 ‘국내 커피 수입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1명이 마신 커피는 평균 341잔. 전년도 298잔보다 14.4%(43잔) 늘어났다. 국내 수입커피 시장도 매년 확대일로. 지난해 국내 커피 수입시장은 5억9천만달러로 최근 10년간 해마다 15.3%씩 성장했다.

 

나쁜 맛을 알면 좋은 맛도 알게 돼
5천만원어치 생두 테스팅으로 날려
신맛에 대한 소비자의 호불호 갈려
에티오피아 커피 가능한한 적게 사용


청년백수 상당수는 부모가 조금만 지원해주면 자기만의 커피숍을 차려보겠다는 각오다. 재력가 부모는 이렇다 할 기반을 잡지 못한 자식을 위해 커피숍을 쾌척한다.

9년 역사의 더 브릿지(The bridge).

대구 커피 시장의 급성장 흐름을 몸소 체험해 왔다. 드물게 가게 입구를 오렌지 아크릴 보드로 휘감아 행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현재 2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본점은 지산동에 있다. 유독 대구만 고집한다.

오남규 사장(36). 그는 자신을 바리스타로 여기지 않는다. 실력보다 호기심을 파고드는 남다른 열정이 무기라고 했다. 청주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제주도 모 병원 총무과에서 근무했다. 1년 정도 근무하다 매형의 권유로 커피를 접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스타벅스는커녕 대구 브랜드인 다빈치와 시애틀조차 몰랐습니다.”

매형 선배인 이길우 대표를 만나면서 커피맨으로 변신한다. 2008년 초 KBS대구방송총국 앞 브릿지 범어점이 오픈하기 전 맨땅에 헤딩하듯 커피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일단 사전 지식 없이 그냥 죽도록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어요. 무지막지하게 통째로 생두와 원두 공부, 로스팅, 드리핑 등을 몸으로 익혀나갔어요. 길우형이 내려준 걸 많이도 먹었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100잔을 넘었어요.”

에티오피아와 예가체프가 그를 가장 강하게 흔들었다. 그외 국내에 잘 유통되는 30여종의 커피를 접한다.

“나쁜 맛에 더 치중했습니다. 나쁜 걸 알면 좋은 건 자연히 알게 되잖아요. 4천만~5천만원어치 생두를 볶아서 테스팅을 위해 다 날려버렸죠.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오직 커피에만 매달려 있었어요. 연애조차 시시해 보이던 시절이었죠.”

그해 4월 오픈하면서 이길우-오남규 브릿지 라인이 형성된다.

“로컬브랜드지만 로스팅룸을 가졌어요. 초창기부터 브릿지만의 향을 정착시켰습니다. 체인 사업을 위해 커피보다 커피숍의 생리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전국 유명 커피숍 벤치마킹에 나섰어요. 좋은 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저를 만족시키지 못했어요. 그들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다들 환상을 팔고 분위기를 팔고 멋을 팔고 있었습니다. 애송이에 불과한 브릿지가 살기 위해선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커피 맛에 우열이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기호식품이라서 정답이 있는 건 아니죠. 커피는 아는 대상이 아니고 죽을 때까지 알아가는 대상이라고 봅니다.”

로스팅과 관련해 전통적인 8분류법에 따라 1단계 ‘라이트’, 2단계 ‘시나몬’, 3단계 ‘미디엄’, 4단계 ‘하이’, 5단계 ‘시티’, 6단계 ‘풀시티’, 7단계 ‘프렌치’, 8단계 ‘이탈리안’에 해당되는 컬러와 향을 비교했다. 독일제 프로밧 등 국내에 등장한 각종 로스터와 커피드리퍼별 특징도 익혀 나갔다. 수망에 넣고 숯불을 이용해 직화로 구워보기도 했다.

“생두가 좋다면 웬만하게 볶고 갈아 드립하면 다 괜찮은 커피라고 봅니다. 썩은 생선 같은 저급한 생두로는 답이 안 나오죠. 저는 커피 맛을 결정하는 것이 생두는 90%, 로스팅은 5~10%로 봅니다. 바리스타 영향은 별로 없다고 봐요.”

브릿지 규모로는 해외 현지 농장에서 대량 구입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사 저 회사 물건을 다 받아서 볶아 테이스팅을 해봤다.

“모두 좋은 걸 가진 유통상은 없죠. 어느 건 좋고 어느 건 나쁘니 알아서 판단해야죠. 그런 건 책에도 안 나오고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그가 커피 블렌딩의 철학을 얘기해 준다.

“3~6종류의 커피를 섞는 건 부족한 향을 충족해 자신만이 원하는 목표점을 향해가는 과정이죠. 저희는 콜롬비아를 축으로 과테말라나 탄자니아를 사용하면서 케냐나 예가체프를 적당히 안배해 질감을 조절합니다.”

그가 이 대목에서 신맛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대다수가 신맛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어요. 일부 손님은 신맛을 탄맛이나 쓴맛으로 몰아버리기도 합니다. 신맛은 식으면 텁텁해집니다. 신맛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심해 에티오피아 커피는 가능한한 적게 사용합니다.”

브릿지는 2011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처음엔 체인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교육생과 지인들 때문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실력 이전에 열정…돈 때문이라면 쉽게 지치니 가능한 한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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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바리스타 코스를 밟지 않고 숱한 시행착오 끝에 커피숍 프랜차이즈 마케팅의 노하우를 축적해나간 더 브릿지 오남규 사장. 커피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단 1명의 손님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예비 창업자에게 한마디

하루에 커피를 3~5잔 마신 사람이 더 오래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상태다. 커피숍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커피전문점업은 저성장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에서 고속성장하는 몇 안 되는 업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위면적당 전국에서 가장 커피숍이 많은 도시가 대구다. 커피시장도 고가와 저가로 양분될 전망이다.

‘백주부’ 백종원 바람을 타고 ‘빽다방’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 첫 개점 후 지난해 말까지 30개 매장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1월 현재 300개를 돌파했다. 핵심 전략은 ‘싸고 큰 커피’다. 아메리카노 한 잔(500㎖)에 1천500원이다. 당장 미투 브랜드들도 줄을 잇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식스’도 최근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식스미니’를 통해 1천원대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9년 건국대 인근에서 생긴 생과일 주스 전문점 ‘쥬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M 사이즈가 1천원이다. 이와 같은 저가 커피는 기존 이디야커피의 성장 모델을 뒤쫓고 있다. 주로 2천원대 음료를 파는 이디야커피는 과거 ‘스타벅스 옆에 있는 더 저렴한 커피 가게’로 성공했다. 반면 저가 못지 않게 고급 스페셜티 커피숍도 동반 강세를 보일 것이다. 진짜 수제커피의 진수를 맛보려는 꾼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커피는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사업인가” 묻는다. 돈이라면 식당이 더 잘 벌 것이다. 상당수 돈을 가진 사람들은 “식당할래? 커피숍 할래?”라고 물으면 “커피숍이 있어 보이고 우아해 보여서 선호한다”고 말한다. 주말의 바글거리는 메이저급 브랜드 커피숍의 상황만 보고 돈이 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건물에 들어가 유명체인점을 하려면 5년 계약으로 투자금 회수도 어려울 수 있으니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커피숍은 직장생활보다는 좀 나을지 모르지만 다른 걸 감내해야 한다. 개인 생활이 없다. 가족과도 함께할 겨를이 없다. 수족 같은 직원과 매니저 구하기가 어렵다. 손님은 적잖을지 모르지만 회전이 잘 안 된다. 앉으면 평균 3시간 이상, 심할 경우 8~9시간 쉬다 간다. 창업해 봐야 그 고충을 실감할 것이다. 많이 문 열고 많이 망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실력 이전에 열정이다. 돈 때문이라면 쉽게 지치니 가능한 한 하지 마라. 커피전문업체인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2014년 손익계산서를 보자. 스타벅스 원재료가격 비중은 13%, 인건비 25%, 임차료 20%, 감가상각비 7% 등이다. 골목안 커피숍이라면 1명에게라도 최선을 다하라. 1명 단골이 100~200명도 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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