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음식 어떻게 홍보할까?…‘대구음식문화해설사회’해설사를 위한 제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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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50면   |  수정 2016-01-01
“푸드뉴스 반드시 챙기고 인물·향토사와 음식을 감칠맛나게 연결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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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 돼지석쇠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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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랑양념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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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시에서 처음 배출한 푸드스토리텔러인 대구음식문화해설사 덕분에 2016년 대구음식의 대외 인지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남구 대명동 한 한식당에서 대구음식 발전을 위한 간담회 직후 파이팅을 외치는 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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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식당 선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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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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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장 닭똥집튀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다가서면 ‘점입가경(漸入佳境)’. 대구시의 음식문화를 비판적으로 감상하려고 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보수적이고 자기 얘기를 길게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구. 그런데 최근 대구시민이 ‘스토리텔러’로 변신하고 있다. 지자체가 너도나도 각종 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음식문화를 전문적으로 해설할 작정인 대구시 지정 ‘음식문화해설사’ 50여명, 이에 앞서 124명의 ‘문화관광해설사’, 중구청 지정 70여명의 ‘골목문화해설사’, 50여명의 ‘대구식객단’이 배출됐다. 이에 촉발돼 수성구·서구·달성군 등 구·군청 단위에서도 지역의 랜드마크와 문화재 등을 알려주는 스토리텔러를 교육시키고 있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할 이들 해설사의 공통 관심사는 ‘대구에서 뭐무꼬’다. 이들 해설사는 아직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금광처럼 박혀 있는 주옥같은 맛집 정보는 물론, 대구에서 태동한 ‘대구십미 스토리텔링’ 기본자료 찾기에 나섰다. 며칠전 대구시 남구 대명동 대구식 전라도 밥상을 볼 수 있는 한식당 ‘전라도밥상’에서 ‘대구음식문화해설사회’(회장 최태한)와 그룹 인터뷰를 겸해 저녁을 먹었다. 참석한 회원들은 음식에 문화를 입히고 그걸 푸드스토리텔러적으로 설명하는 기법을 갈구했다. 어떤 회원은 대구십미도 매년 갱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참에 대구십미 전용 해설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각 해설사끼리 윈윈 모임도 가능할 것 같다. 지난해 이들 음식문화해설사 지망생은 60시간 정도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았다. 이들은 심화학습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기자는 그들과 헤어지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대구의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어떤 선행체험과 학습을 해야 하는지도 모색해봤다.

◆ 대구음식문화 해설하기 전에

요즘 전국 유명 푸드블로거 사이에 가장 핫한 도시로 급부상한 곳이 바로 대구다. 모르긴 해도 대구는 푸드스토리텔링 거리가 가장 풍부한 곳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시절 ‘대구음식 최악론’을 앵무새처럼 주절거리는 지역민이 의외로 많다. 해설사가 앞장서 ‘이제 대구가 예전의 그런 도시가 아니다’라는 걸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계도해야 된다.


골목과 한옥 도시의 특성
음식의 역사 꿰고 있어야

즐비한 ‘빵지순례’부터
서문시장 ‘만원의 행복’
잊지 말기를

홍콩에 빅버스가 있다면
대구에는
맛집·관광지를 순환하는
시티투어 2층버스가 있다


일단 워밍업으로 대구가 어떤 도시인가를 가늠케 해주는 ‘푸드뉴스’부터 챙겨보자.

국내 ‘쿡방의 지존’으로 군림한 백종원. 그에 의해 전국적 지명도를 갖게 된 칠성시장 ‘돼지석쇠불고기’와 중구 떡전골목 안 ‘뉴욕통닭’이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KBS2 다큐3일에 방영된 남구 대명동 ‘안지랑곱창골목’과 ‘북성로 돼지불고기’, 탤런트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서문시장 국수 난전’, 이영돈 피디의 ‘먹거리 X파일’ 검증단 선정 착한 칼국숫집이 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우리밀원조할매칼국수’. 게다가 시내 중구 동성로·중앙로변에 있는 삼송베이커리의 노랑 ‘마약빵’은 현대백화점 푸드코트에 들어가는 등 백화점 관계자로부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뿐인가. 동구 파티마병원 옆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역시 전국 최고의 술안주 골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단 음식으로 ‘설’을 풀려면 음식을 감싼 한 도시역사의 기승전결에 대해 꿰차야 한다. 1601년 국내에 고추가 처음 등장하는데, 그때 대구에 왜 경상감영이 들어섰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학술적이 아니고 자기식으로 짜내야 한다. 스토리텔러는 학자가 아니고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대구 출신의 위인과 명망가의 족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민족시인 이상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시인 고월 이장희, 소설가 현진건, 르네상스적 서화가인 석재 서병오와 서양화가 이인성 등 무려 20여명의 근대 유명 인물이 포진하고 있다. 또한 대구읍성 주변으로 이상화 시인의 고택과 한강 이남 첫 성당격인 계산성당 등 중구 내에만 무려 29곳의 문화재가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배치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근대골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음식문화해설사는 그 향토사를 음식과 결부시킬 줄 알아야 된다.

◆ 골목의 도시 대구

일단 대구는 골목과 한옥의 도시다.

2013년 8월 기준, 토지대장상 대구의 한옥은 총 8천102채. 이 가운데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은 총 33채인데 대부분 대구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이 중 대구음식과 관련된 고택은 한말 영남권 최고의 서예가 중 한 명이자 대구상무소(현 대구상공회의소) 초대 회장이 된 회재 박기돈의 고택으로, 1933년 지어졌는데 후손이 이민을 가는 바람에 현재 ‘전동 안빛고을’이란 시래기 전문 한식당으로 자릴 잡았다. 그 집 바로 옆에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의 고택이 붙어 있다.

그곳을 본 뒤 ‘진골목식당’으로 가면 좋다. 일단 그 집은 이원만 코오롱 창업자의 자택인데 80년대 육개장 전문점으로 바뀐다. 그 집의 육개장을 먹으면서 조선조 선비 중 가장 독특한, 꼭 사마귀 형체의 미수 허목의 전서체 글씨가 그 식당 벽에 걸려 있다는 사실도 건넨다.

이와 함께 대구 따로국밥과 대구 육개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려준다. 참고로 대구는 육개장의 발상지이며 일제 때 육개장의 명칭은 대구권에서는 ‘대구탕(代狗湯)’이란 사실, 그 대구탕이 개고기(개장국)가 귀해 어쩔 수 없이 소고기를 사용했을 때 부르는 육개장의 별칭이란 걸 알려준다.

대구탕이 6·25전쟁 때 대구에서 따로국밥으로 태어났고 현재 선지와 우거지를 축으로 한 대덕식당형, 사골육수와 선지를 축으로 한 국일따로국밥형, 대구권 반가 소고기국 스타일인 온천골형 등 여러 스타일의 육개장이 있다는 걸 설명한다. 이때 관광객이 이렇게 물을 것이다. ‘따로국밥과 육개장의 차이는 뭔가’라고.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육개장은 사골, 등심 등을 결대로 찢어 끓이는데 따로국밥은 장터형국밥, 주막국밥, 민가의 소고기국 등이 합쳐지면서 사골육수, 선지 중심의 신 육개장 스타일이다.”

이렇게 다양한 소고기국을 갖고 있는 도시가 전국에서는 대구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서울의 반가에서는 대구식 얼큰화끈한 소고기국은 없고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이때 ‘제주도의 육개장은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로 끓이고 파와 무 대신 고사리만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누들로드’를 제안한다

다음으로 ‘삼성그룹의 오늘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뭐냐’고 질문한다. 정답은 중구 인교동에서 오픈한 ‘별표국수’. 그러면서 대구의 국수 관련 정보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대구는 전국 최고의 국수소비 도시. 국수 종류도 A부터 Z까지 다양하다는 것,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구가 전국 국수시장의 50% 이상을 독점했고,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공장도 현재 대구에 있는데 그게 바로 북구 노원동에 있는 83년 역사의 ‘풍국면’(대표 최익진). 부산의 최고 국수공장인 구포국수의 역사는 73년. 50년대 미국발 밀가루 수입 덕분에 ‘국수전성시대’가 개막된다. 사람들은 국수와 칼국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국수는 보통 ‘공장표’를 말하고 칼국수는 홍두깨로 밀어 만든 ‘수제국수’다. 일제강점기 남해안 멸치 마케팅 전략으로 기획된 잔치국수는 일제 때 ‘왜국수’, 한국 공장에선 ‘세면(細麵)’으로 불린다. 흥미롭게도 대구는 국수, 부산은 잔치국수, 시골은 칼국수가 강세였다. 시골발 칼국수는 80년대부터 도심속에서 전성기를 맞는다. 1970년대 대구 공장표 국수가 타지로 팔려나갈 때 포장에 반드시 ‘대구명산 국수’란 검인이 찍혔다. 그러면서 대구식 칼국수는 일반 칼국수와 다르다는 점을 알려줘야 된다. 대구식 칼국수는 홍두깨로 민 여느 칼국수와 포스가 다르다. 대다수 가내국수공장에서 가져오는데 면발의 모양새가 백자처럼 담백하게 생겼다. 국물 이상으로 집집마다 비법이 담긴 양념장이 매우 중요하고 육수를 뺄 때도 꼭 멸치를 사용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대목에서 진주냉면 얘기를 해주면 된다. 진주에서는 사골육수 대신 멸치 등 해산물을 갖고 냉면 육수를 뺀다.

대구의 ‘4대 할매 칼국수’를 알려준다.

달성군 동곡막걸리 맞은편 ‘동곡할매칼국수’, 대구백화점 남쪽 맞은편 골목 안 ‘경주할매칼국수’, 명덕네거리 근처 ‘할매집’, 대구기독교방송국 바로 북측 골목에 있는 ‘칠성동할매콩국수’ 등이다.

◆ 대구의 틈새 명물 음식을 노려라

지난해 대구시가 준비한 ‘빵지순례’부터 서문시장 ‘만원의 행복’, ‘대구 10미(味) 시티투어’까지 홍보하자.

사실 대구는 ‘빵의 도시’이기도 하다. 2000년 뉴밀레니엄 벽두에 전국을 강타한 달성군 가창면 찐빵 돌풍. 지난 연말 판교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화제가 됐던 ‘삼송 베이커리’. 대신동네거리 동산약국 옆에서 태어난 58년 역사의 삼송은 ‘통옥수수빵’ 일명 ‘마약빵’이 대박났다. 마약빵이라는 별명 때문에 실제로 빵 속에 마약이 있나 싶어 경찰이 조사하러 왔다는 뒷얘기도 재밌다.

경주 황남빵, 천안 ‘학화호두과자’,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에 필적할 만한 ‘대구근대골목 단팥빵’도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대구근대골목의 인기에 힘입어 김준년 제과기능장이 지난해 스토리텔링 단팥빵을 개발했다. 단팥빵, 소보로, 소보로단팥빵과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생크림단팥빵 4종류로 낱개(2천원) 판매와 5개의 빵을 한 박스로 한 선물세트(1만원)로 구성돼 있다.

그 다음에는 외지 투어객이 단위 시간당 가장 많이 찾는 방천시장 옆 김광석벽화길 맛집에 대한 얘기도 해준다. 대구 지역 첫 전문 마카롱가게가 방천시장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권순주 대한뉴스’는 한강 이남에서 토치로 고기를 굽고 고량주를 이용해 불쇼를 벌인다는 것도 흥밋거리. 서문시장과 대백 옆에서 번창한 매콤한 양념오뎅과 미성당, 교동시장, 남문시장 등 대구 ‘3대 납작만두 투어’ 뒤 반드시 서문시장 허둘순 할매의 ‘삼각만두’를 먹고 마지막엔 달서구에서 태어난 ‘잎새만두’, 달달한 게 생각나면 달성공원 옆 ‘적두병’의 대구식 월병, 서문시장 ‘씨앗호떡’을 맛보면 어떨는지.

홍콩에 ‘빅버스’가 있다면 대구에는 맛있는 ‘시티투어 2층 버스’가 있다. 루트는 2가지로 도심순환형과 외곽형이 운행된다. 도심순환형 코스는 평화시장 닭요리골목, 안지랑곱창골목, 반고개무침회골목 등 도심 맛집과 관광지를 보며 즐길 수 있다. 기타 맛투어 정보는 대구시관광협회. (053)746-640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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