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봉사를 평가 도구로 이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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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7-07-27  |  발행일 2017-07-27 제면
[기고] 자원봉사를 평가 도구로 이용말라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그중 제1과제가 적폐청산이다. 이런 까닭에 행정안전부에 적폐 한 가지를 청산해달라고 제안한다. 바로 자원봉사에 대한 정부합동평가와 평가지표인 자원봉사 활동률, 참여인원 증가율이다. 즉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들 중 그 해에 몇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을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왜 잘못됐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합동평가의 대상이 잘못됐다. 정부합동평가는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를 평가하는 것인데, 자원봉사센터의 업무를 평가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활동의 전반적인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 그러다 보니 활동률 평가는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센터가 받는 셈이 됐다. 당연히 지자체 공무원들은 실적을 올리도록 자원봉사센터를 옥죄는 갑(甲)질을 하고 그들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을(乙)인 자원봉사센터는 온갖 묘수를 써서 실적을 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가 자체가 지자체 공무원들의 좋은 압박도구가 됐다.

둘째, 자원봉사 활동률이나 참여인원 증가율을 평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자발성의 원칙’과 법 제5조의 ‘자원봉사활동의 강요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전국 지자체는 대부분 한 달에 한 번 이상 센터직원들을 불러 실적올리기를 독려한다. 심지어 매주 실적을 평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봉사활동은 자발성이 아닌 실적을 위한 강제동원이 되고 만다. 실적이 낮으면 무슨 행사라도 열어 봉사자를 많이 참가시켜 실적을 올려야 한다.

전국 단위 자원봉사행사에서 센터직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활동률 올리기 실적 압력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비법처럼 전수하기도 한다. 그 비법들을 보면 조선시대 삼정문란을 보는 것 같다. 죽은 사람에게서 군포를 빼앗는 백골징포(白骨徵布)처럼 사망자에게 봉사활동 실적 넣기, 어린아이에게서 군포를 빼앗는 황구첨정(黃口簽丁)처럼 어린 학생들에게 간단한 방송교육을 하고 전교생에게 실적 넣기 등이 동원된다. 결국 이런 평가는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을 범죄자로, 이를 독려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을 교사범(敎唆犯)으로 만든다. 이래 가지고는 선진국의 프로보노 같은 봉사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자원봉사 활동률 수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통계의 가치이지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원봉사센터를 압박하고 강제동원하는 데 쓰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

셋째, 굳이 자원봉사분야에 대한 정부 합동평가를 한다면 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과 지침에 명시돼 있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는 평가지표에서 제외하는지 묻고 싶다. 거기에는 자원봉사활동 진흥을 위해 자원봉사센터 직원 최저 인원수라든지, 기본급 최저수준 같은 인프라 지원에 관한 것들이 명시돼 있다. 왜 그런 것은 평가지표로 못 넣나. 참고로 필자가 있는 자원봉사센터만 해도 직원이 5명으로 정원보다 3명이나 부족하다. 그중 2명은 비정규직이고 또 한 명은 최저임금법에 정한 임금보다 못한 급여로 일을 했다.

왜 이런 것은 법대로 하지 않나. 제발 좀 법대로 하라. “이게 무슨 자원봉사고.” 촛불시위에 나섰던 어느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이 활동률을 올리라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내뱉은 말이다.

자원봉사 활동률 평가지표는 적폐다. 바뀌어야 할 국정과제 1호다. 추경예산 한 푼 없어도 할 수 있다. 박태칠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법제도개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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