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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봄꽃은 절정을 이룬다.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화려한 나무꽃이 하나둘 질 때쯤 땅꽃이 거친 땅을 비집고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민다.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가진 가장 한국적인 꽃, 할미꽃이 대표주자다.
할미꽃은 국내 자생종으로 전국에서 자라는 할미꽃, 제주도 가는잎할미꽃, 강원도 긴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국내 특산종), 경기도 노랑할미꽃, 북한에 자생하는 분홍할미꽃, 산할미꽃, 중국할미꽃 등 8종이 있다. 꽃은 대개 4~5월에 피지만 북한의 산할미꽃은 가장 늦은 7월에 핀다. 꽃은 적자색이며, 결실 후 종자로 번식한다.
할미꽃은 한약재 백두옹으로 불리는데,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젊은이가 배가 몹시 아파 급히 의원을 찾았다. 하지만 주인은 자리를 비우고 없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머리에 하얀 털이 난 풀을 가리키며 뿌리를 달여 먹을 것을 권했고, 그리하였더니 복통이 멎었다. 그 후 젊은이는 배 아프고 설사하는 사람들에게 그 풀을 캐어 주었다.
젊은이는 백발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인가 노인을 찾다 지쳐 길바닥에 주저앉아 앞을 보는데 털이 하얗게 달린 풀이 바람에 날리었다. 젊은이는 그 약초를 여러 사람이 기억할 수 있도록 백두옹이라 이름 붙였다.
할미꽃, 중국할미꽃 2종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 한약재 백두옹이다. 맛이 쓰고 성질이 차나 열을 내리고 설사를 멈추는 효능이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당·혈청콜레스테롤 저하, 심장수축·위장운동 증강, 이질, 소염, 해열, 수종, 항균, 항원충, 항암, 치매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두옹에는 독성이 있어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다. 그 독성 때문에 과거 할미꽃은 재래식 화장실의 해충 방지제로 사용됐으며, 임부에게는 유산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기현 한약제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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