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라지는 아파트 모습, 계절 담은 사진으로 간직할래요”

  • 글·사진=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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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  발행일 2019-11-27 제11면   |  수정 2019-11-27
대구 백조아파트 재건축 앞두고
봉사단체, 마을공동체사업 추진
봄∼가을모습 찍어 전시회 개최
연제작 등 함께 열어 지역축제로
“내년 사라지는 아파트 모습, 계절 담은 사진으로 간직할래요”
지난 9일 열린 ‘본리동 우리마을 작은축제 한마당’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들이 만든 연을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긴 107동이다.” “어! 우리동 입구네.”“우와 느티나무도 있다.”

지난 9일 대구시 달서구 본리지역아동센터 건물 2층 하브루타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사진전시회가 열렸다. 내년 본리동 백조아파트 철거를 앞두고 ‘마을공동체 백조의 꿈’ 단체가 봄부터 가을까지 아파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백조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구석구석이 담긴 사진을 신기한 듯 유심히 살폈다.

백조아파트는 한때 대구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부자동네였다.

1989년 3월에 지어진 저층 670세대 아파트인데 지금은 새 건물들에 밀려서 낡고 볼품없는 건물이 됐지만 이곳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히말라야시더, 소나무, 뽕나무, 으름덩굴과 같은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내년 백조아파트 철거를 앞두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수경씨를 대표로 하고 서현정, 황지선, 윤미경, 홍정연, 안정희, 김미순 등 7명을 회원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백조의 꿈’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육아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력단절 중인 30대에서 60대 7명이 모여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을 포함, 전업주부를 ‘백조’라고 부르고 백조아파트에서 그 꿈을 펼치게 되어 ‘마을공동체 백조의 꿈’으로 지었다. 이 단체는 ‘재건축으로 사라질 본리동 백조아파트 기록하기’를 주제로 올해 초 대구시 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2019년 대구형 행복한마을 공동체만들기 ‘만나자 해보자’지원사업에 올해 5월에 최종 선정됐다.

이곳 백조아파트에는 다문화 가정도 많은 편이고 젊은이들은 생계형으로 직장에 다니고 노인이 특히 많은 아파트 특성상 회원들은 당번을 정해 월요일마다 본리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봉사를 해왔다. 또 경로당을 찾아 율동과 트로트 노래를 통한 책읽기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철거 소식을 알게되어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

회원들이 본리동에 살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주민들을 만나고 기록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같이의 가치’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백조아파트 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꽃집, 슈퍼 등 주변 상가를 돌며 상인들도 만나고 경로당의 어르신들도 만나 이야기를 담아 기록을 남겼다. 이는 마을 자료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 또한 꼼꼼하게 카메라에 담았고, 지난 9일에는 ‘본리동 우리마을 작은축제 한마당’을 열어 사진 전시회와 아나바다 장터 그리고 연만들기와 연날리기, 팔찌 만들기, 리본공예, 보드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연만들기와 연날리기였다. 어떤 남학생은 빨리 연을 날리고 싶어서 그림도 그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고, 어떤 학생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뜻하는 ‘NO JAPAN’을 연 날개에 또렷이 써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이름에 걸맞게 백조 그림을 그린 초등생도 있었다. 꼼꼼한 여학생들은 연날리는 것보다 그림 그리기에 더 정성을 쏟기도 했다. 그리고 연을 다 만든 아이들은 단지내 백조해양어린이공원에서 연날리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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