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제1회 스피치 대회 ‘우리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 서현정 시민기자 romantikti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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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30 15:45  |  발행일 2025-12-30
16일 대구 달서구 마을공유공간 와룡배움터에서 열린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의 제1회 스피치대회 우리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참가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16일 대구 달서구 마을공유공간 와룡배움터에서 열린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의 제1회 스피치대회 '우리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참가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지난 16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마을 공유공간 와룡배움터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 이날 이곳에선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이하 행복림)이 마련한 제1회 스피치 대회 '우리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열렸다.


이 자리는 '잘 말하는 사람'을 뽑는 무대가 아니었다. 말 중심의 사회에서 자주 가려졌던 중증 발달장애 청년들의 발표를 다시 바라보는 자리였다. 사진과 그림, 음악과 PPT, 조력자의 지원 등 각자에게 편한 매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고, 가족 소개 장면에선 객석에 미소가 번졌다.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가 이어질 땐 괜히 배가 고파졌다는 속삭임도 들렸다. 노래 이야기를 하며 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따라 부르거나 몸을 움직였다.


무대에 오른 행복림 청년들은 말을 유창하게 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꺼냈다. 중간에 멈춰도 괜찮았고, 생각이 나지 않아 웃어도 괜찮았다. 관객의 환호에 힘을 얻어 다시 말을 잇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질문과 답이 오가고, 웃음과 박수, 환호가 이어지는 동안 이 자리는 점점 '스피치 대회'라기보다 '이야기 파티'에 가까워졌다.


이번 행사는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9개월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자리다. 올해 4월부터 결성된 스피치 동아리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은 지원 선생님의 조력을 받아 가족과 친구, 직업과 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자신의 일상을 차근차근 모아왔다.


행복림 강문주 대표는 "9개월간의 스피치 동아리 활동이 제1회 스피치 대회로 결실을 맺으며, 발표한 청년들이 경험한 사회·정서적 성장의 크기는 매우 크다"면서 "낯선 마을 공간에서 느끼는 긴장과 떨림, 부끄러움, 잘하고 싶은 마음까지 감내하고 발표를 마친 뒤 남은 자기효능감과 성취감은 또 다른 곳에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가 와룡배움터에서 열린 이유도 분명했다. 이 자리를 특정 단체의 행사로 남기기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의 문화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동네책방00 협동조합 유갑순 대표는 "마을에서 이런 소소한 행사가 열리는 것이 참 좋다"며 "청년들도 마을을 알아가고, 마을도 청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계기"라고 했다.


중증 발달장애인 스피치의 시작은 2023년 행복림 장애공감콘서트 '공감'이었다. 당시 5개월간의 스피치 동아리 활동과 공연에 대한 관람객들의 따뜻한 반응이 2025년 다시 이 흐름을 잇게 했다. 이날 마을에서 전해진 것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누구나 가진, 그러나 쉽게 말해지지 않던 일상이었다. 말이 아니어도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마을은 조용히 확인했다. 그리고 그 확인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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