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기피, 대구경북 차별...갈수록 퍼지는 '혐오 바이러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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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7 07:22  |  수정 2020-03-17 07:32  |  발행일 2020-03-17 제3면
진료 거부에다 대회 참가제한 사례
해외 입국심사땐 부당대우 받기도
전문가 "혐오, 원시적 욕구에 기반
인류 보편적 휴머니티 필요한 시기"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바이러스와 함께 '혐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 1월 국내에선 중국 포비아 현상이 두드러졌다. '노 차이나(NO CHINA)' 로고가 인터넷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대구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중국인을 꺼려하는 게시물도 다수 목격됐다. 당시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동성로에 중국 여행객들이 정말 많은데 다들 마스크는 쓰지 않고 침 튀겨가며 말한다" "지나가다 중국말이 들리니 기분 나빴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76만여명의 참여인원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대구경북 포비아'와 같은 지역혐오가 생겨났다. 타 시·도의 의료기관에서 대구경북지역 일반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시험응시나 대회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스키협회 주최 스키대회에서 대구경북 참가자와 관계자에게 제한을 둬 문제가 됐다. 대구와 안동지역에서만 취소된 지난달 22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한 A씨(여·40)는 "취소를 하려거든 다 같이 취소를 해야지 이렇게 되면 치지 못한 사람만 피해를 입는다"며 "가뜩이나 다음 시험부터는 시험 유형이 다소 달라지는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역민에게 더 큰 상처가 됐던 건 다름 아닌 국민들의 반응이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카페엔 '대구경북이 본점인 프랜차이즈들'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댓글엔 "믿고 거르겠다. 지역혐오가 뭔지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등 반응이 이어져 논란이 됐다. 또 "(대구혐오는) 사실에 입각한 혐오인데 무엇이 억울한가" "그동안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TK는 사회악이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바이러스 우려가 아닌 정치 논쟁으로 변질시키는 경우도 흔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TK에 코로나19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한국당(미래통합당)과 그것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 때문"이라는 글을 남겼다가 비난받았고, 같은 당 청년위원회 당원은 지난 1일 "대구는 미통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는 발언을 했다가 보직해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입국자 입국제한을 두는 국가가 확산되자 전 세계적으로는 한국교포와 유학생 등에 대한 부당한 조치와 폭행을 가하는 사례가 늘었음은 물론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아시안 포비아'도 함께 일어나며 애꿎은 아시아 인종이 인종차별과 공격을 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유학생 B씨(여·27·수성구 황금동)는 "이달 초 미국에 입국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모욕을 준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당하는 인종차별도 늘어났다"고 했다. 지난 10일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인 여성이 한 흑인 여성으로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16일 한 유학생 커뮤니티에선 "마트에서 어떤 흑인학생이 내 옆을 지나가며 재채기 시늉을 했다" "프랑스 지하철에서 한 백인이 나를 보고 후다닥 자기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혐오스러운 벌레를 본 듯한 얼굴로 말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이 같은 혐오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의식한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5일 출연한 영국 BBC방송에서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에 대한 언어폭력과 물리적 공격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런 종류의 사건을 막기 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혐오는 원시적이고 전근대적인 동물적 욕구에 기반해 있는 덜 성숙한 행위의 표출이다. 지금은 공동의 적,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한 성숙한 휴머니티와 인류 보편적 인간성이 필요한 시기"라며 "1월 초 지역사회에서 일부 있었던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이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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