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의성 출신 신동승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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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4 08:13  |  수정 2021-06-27 13:57  |  발행일 2020-04-04 제22면
"금융시장 대혼란기, 변동성 높은 주식보다 간접투자가 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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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승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불안과 관련해 "지금의 금융시장은 전문가들도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섣불리 나서면 낭패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투자,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간접 투자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대혼돈에 빠졌다. 게다가 최근 '라임펀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 신뢰도가 바닥이다. 우리나라 최대 펀드평가 전문가 그룹으로 꼽히는 '한국펀드평가'의 신동승 대표를 만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다. 의성 출신인 신 대표는 은행권과 평가사에서만 30년을 일해온 베테랑이다. 신 대표는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전문가들도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내심을 갖고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내 몸에 맞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권했다. 신 대표를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펀드평가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한국자산평가 펀드 사업부 분사해 설립
연기금 70% 이상 평가 국내 1위 업체로

사모전문 운용사 펀드정보 접근 어려워
라임 사건은 '위험관리 실패' 대표 사례

'30년 금융업 외길'서 터득한 경험철학은
개인의 주식 직접투자 승산이 없다는 것
전문가 관리 펀드·ETF에 분산투자해야

▶우선 회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국펀드평가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택도시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국내 연기금의 70% 이상을 평가하는 국내 연기금 평가 1위 업체다.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5%에 이른다. 위탁평가 규모는 약 400조원이다. 2003년 한국자산평가의 펀드평가 사업부에서 2008년 분사해 설립했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을 달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최근 크게 불거진 '라임 사태'로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라임 사태'가 광복 이후 최대 금융사기 사건이 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라임자산운용은 주로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전문 자산운용사다. 그런데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어,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해 펀드런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한 사건이다. 사모펀드는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 사실상 파산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라임자산운용에 억 단위로 돈을 맡겼던 고객이 많았던 터라 환매중단의 여파는 심각한 수준이다. 결국 포트폴리오 관리자로서 위험관리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운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라임펀드'는 회사에서 평가해보지 않았나.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사모전문 자산운용사의 펀드정보는 펀드평가사도 접근이 쉽지 않다. 사모전문 자산운용사의 펀드정보가 펀드평가사에 투명하게 제공돼 공개되었다면 라임 사건이 이렇게까지 확대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혼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사실 코스피 지수가 짧은 기간 1,400선까지 급락한 것은 대한민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현시점을 감안하면, 증시의 저점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들을 이미 실행하였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인한 기업도산을 막기 위해 유례없이 강력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들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하단을 막아주는 역할은 일정 부분 수행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회복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가능할 듯하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의외로 짧은 시간에 회복될 수도 있으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이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재테크 방안에 대해 조언하면.

"위기의 시간을 뒤돌아보면 '그때가 기회였구나'라고 가슴 치는 경우가 있다. 이번 대혼란 시기도 지금은 많은 사람이 두려움과 공포에 짓눌려 있지만 언젠가는 회복의 기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투자인가 자문하는 것이다. 과도하게 투자하면 금융시장이 회복하기 전에 변동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낙오할 가능성도 크다. 반짝 수익률을 좇기보다 긴 호흡을 가질 것을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다만 금융권에서 30년을 일하면서 얻은 '경험철학'이 있다면 '개인 투자자가 주식에 직접 투자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개별주식보다 펀드나 ETF와 같이 분산투자가 되어 있고, 전문가가 관리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가 좋은 '펀드'를 보는 안목이 있으면 유용할 듯하다.

"좋은 펀드는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누가 운용하느냐가 핵심이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펀드매니저 히스토리가 부족해 좋은 펀드를 고르기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 펀드로 간접투자를 할 경우라도 1개 상품에만 치우치면 역시 곤란하다.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투자군을 다양화해야 한다."

▶금융업 30년 외길을 걸어왔는데.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거쳐 채권평가회사 설립멤버로 참여했다. 현재의 한국자산평가라는 곳인데, 그곳에서 채권평가를 하다가 2003년도에 펀드평가라이선스를 받아서 펀드평가본부를 만들었고, 이후 분사하며 펀드평가사로 독립해 현재까지 경영을 하고 있다."

▶금융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펀드평가사는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과 적시성 등이 중요한데, 이러한 일은 사람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앞선 생각, 젊은 마인드, 진취적인 사고의 젊은 인재는 한국펀드평가 최고의 자산이다."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나.

"직원이 만족하고 고객에게 감동과 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 회사의 이익 이전에 진심을 다하는 자세로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며,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해나갈 것이다. 특히 조사인력을 많이 늘려서 연구를 시키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펀드평가에 입사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전공의 제한은 없다. 기본적으로는 직원의 자질로 성실성을 중시한다. 펀드평가도 금융업이다. 숫자에 밝고 리포팅·리서치를 잘 할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신입사원 채용면접에서는 주전공보다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분야로 가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이영란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 신동승 대표= △1965년 의성 출생 △대구 영신고,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신한은행 외환업무부 △하나은행 PB팀장 △한국자산평가 평가2본부본부장/전무이사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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