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1 2016년 6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밀양이 가덕도보다 비교우위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미봉(彌縫)했다. 이에 대구지역 한 언론은 1면 전체를 백지로 발행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역시 대구가 더 높은 평점을 받고도 두 군데로 쪼개졌다. 첨복단지가 양분되지 않았다면 충북 오송에 둥지를 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정부기관은 물론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구로 왔을 테고, 대구는 이미 제약 및 바이오산업의 거점이 됐을지 모른다. 2022년 문재인 정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를 청주로 낙점했다. 인프라 및 기술 '집적 효과'가 월등한 포항을 배척하면서까지.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을 배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 장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치적 고려'다.
#2 "대전은요?". 착각하지 마시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06년 지방선거 판세 물음이 아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의 조롱성 패러디다. 국민의힘의 대구경북행정통합 특별법 법사위 처리 요구에 대한 답변이 이랬다. 대전충남통합도 국힘 당론으로 함께 제시하라는 방자한 언어유희다.
길 잃은 대구경북통합? 국민의힘은 무능했고 민주당은 오만했다. 국힘 지도부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애초 통합을 반대했나.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지방의 암울한 미래를 읽지도 못하면서. 통합의 승수효과를 알지도 못하면서. 반대 이유가 오직 정치공학적 셈법이란 걸 누가 모르랴. 그놈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최대 피해를 본 대구경북에서 다시 '정치공학' 놀음이라니. 공식적으론 "찬성", 물밑에선 "반대"를 사주하는 지역 의원의 정략적 관성은 더 위험하다. 민주당의 '선택적' 통합 특별법 처리에 빌미를 주는 까닭이다. 저들 눈엔 33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 대구, 인구소멸 위험지역 전국 2위 경북이란 험악한 지표가 보이지 않을까.
#3 대구경북통합 불발 후의 박탈감은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순조롭게 통합 버튼을 누른 광주전남의 연간 5조원, 4년 20조원의 재정 지원은 명목적 혜택일 뿐이다. 특별법과 특례 조항에 숨어 있는 옵션과 이익이 무궁무진하다. 통합 후 10년간 보통교부세 산정 시 기준 재정수요액의 최대 25%까지 가산하며, 시의회 의결로만 지방채 발행 한도를 초과할 수 있고, 이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우선 인수할 수 있다. 또 조례를 통해 세금 감면과 세율 조정 폭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니 재정에 숨통이 트이며 기업 유치에 절대 유리하다. 게다가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통합시·도 우선' 방향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 그때 광주전남특별시의 특혜를 배 아파해본들 뾰족한 수가 있으랴.
일단 데드라인은 19일 국회 본회의다. 대구경북 의원과 국민의힘은 명운을 걸어라. 대전충남통합 요구엔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해라. 아니면 대전충남통합특별시를 민주당 후보에 통째 헌납할 수는 없다고 이실직고하던가. 이젠 되레 민주당이 딴죽을 거는 형국이긴 하다. 대전충남통합 연계, 대구경북의 이견 없는 찬성 당론은 사실 불가능한 요구여서다. 민주당의 어깃장 역시 지방선거 구도의 유불리와 표심만 저울질하는 정략의 발로일 뿐이다.
통합 무산의 후폭풍은 여야 불문 싸잡아 덮칠 것이다. 욕바가지 세례를 각오해야 한다. 온통 검은색으로 채운 지난달 24일자 영남일보 1면의 짧은 글귀를 반추해본다. '캄캄한 미래 우린 묻는다 TK통합법 불발 책임을'. 논설위원
영남권 신공항 전면 백지화
첨복단지 등 '정략' 흑역사
행정통합까지 정치적 계산
선거 유불리 표심만 저울질
무산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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