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경주발전을 위해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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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4   |  발행일 2020-05-05 제21면   |  수정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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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식(경희대원자력공학과)

경주에서 태어나 대학교 진학 때까지 오랫동안 경주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어릴 때는 실업고교로 입학해 기술을 배우고 졸업을 한 후 기업체에 취업해 '돈이나 벌자'고 다짐하며 살았다. 은연중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진행한 직업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원자력’을 접했고 원자력은 꿈을 키우는 대상이 됐다. 원자력으로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밤을 새우며 명문학교인 경주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원자력과 전공 탐색'과 '한수원 월성원전 견학' 등을 거치며 나의 꿈은 구체적인 로드맵이 그려졌다. 공기업 한수원 입사라는 목표 아래 미친 듯이 공부하며 고교 3년을 보냈다.


마침내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에 합격해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을 내딛었다. 상경해 대학에 진학하니 전공인 원자력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좋은 직장인 '한수원'에 취업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원으로 전 세계 원전의 안전성을 모색하는 업무에 종사한다는 꿈도 꿨다. 원자력 연구원으로 대한민국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포부도 세웠다. 반도체·자동차산업처럼 원자력발전소 설비와 운전기술로 국가에 막대한 부를 벌어 들이는 수출 역군이 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꿈도 꿨다. 원자력을 전공한 교수가 되어 대한민국 미래의 새싹들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소망도 키웠다.


이렇든 원자력의 학문은 매번 더 높아지는 큰 꿈으로 자라면서 나를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학업에 매진하던 중,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증설이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서울에서 ‘맥스터’ 증설에 대해 찬반 논란으로 대립되는 상황을 보며 고향 걱정에 가슴이 아팠다. 맥스터 증설 없이는 결국 월성 2~4호기 운영을 멈추는 것이다. 월성원전의 문을 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월성본부는 매년 600억원 이상의 세수로 경주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월성본부의 2~4호기가 멈추면 경주시의 세수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어릴 적 경주에서 생각없이 살던 소년을 이 모습으로 키워준 월성원전이 멈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경주의 원자력을 꿈꾸고 있는 수많은 학생의 꿈은 월성원전과 함께 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물질적인 것보다 소중한 가치들이다. 월성원전이 멈추는 순간, 크게 성장해 대한민국의 큰 힘이 될 나의 꿈도 멈춘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과거와 같이 지역민들이 무작정 반대만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옛날엔 반대 끝에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반대 끝에는 오직 공허 뿐이다. 임금을 올려 달라고 파업하던 노조에 돌아갈 회사가 없어진 꼴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탈원전이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월성본부와 지역주민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월성본부는 지난 29년 간 현재 건설하고자 하는 것과 동일한 건식저장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여 상생의 약속을 지켰다.


이젠 주민들이 나설 차례다. 경주시의 슬로건은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를 담은 경주'다. 역사문화도시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곳 경주에서 성장할 다음 세대에게는 첨단과학도시로 비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주는 막대한 경제성장을 일으킬 원자력 클러스터 핵심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췄다. 경주는 월성원전과 한수원 본사, 중·저준위방폐장이 운영 중이며 혁신 원자력연구단지 조성이 추진 중이다. 천년고도 경주가 새로운 첨단과학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월성원전과 한수원 본사가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최현식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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