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바른말 사용하는 언어습관 만들기

  • 최미애
  • |
  • 입력 2020-06-29 08:11  |  수정 2020-06-29 08:16  |  발행일 2020-06-29 제15면
"옳고 그름만 따지지 말고 아이 감정에 공감하며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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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감정 카드를 이용해 대화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ㅅㅂ'이라는 단어를 보면 아이들은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초등학교 3~4학년만 되어도 학생들은 당황해하면서 진짜 무엇이 생각나는지 말해도 되냐고 되묻는다. 이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이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반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수박' '신발' 등의 단어를 생각해낸다. 불과 몇 년 사이 아이들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생각해내게 된 것이다.

말이 거칠면 행동까지 공격적 변화
대화 습관 스스로 점검하도록 지도
비속어 줄이는데 '나쁜 말 봉인함' 활용
상대방 입장 생각해 보는 연습도 도움

Q. 아이들은 왜 이렇게 비속어나 은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일까요.

A: 학생들이 비속어를 배우게 된 시기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5~6학년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매년 비속어를 배우는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에게 왜 비속어나 은어를 사용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학생이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요" 혹은 "친구들이 사용해서 습관처럼 사용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비속어·은어는 그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자 소속감을 주는 상징처럼 여겨지며 일상 생활화·습관화되는 것입니다.

Q. 비속어, 은어를 많이 사용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A: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진행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욕설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욕설을 하루에 10회 미만 사용하는 학생과 하루에 100회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의 어휘력, 문제 해결력, 인지능력 등에 대한 차이를 보는 실험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욕설을 더 많이 사용하는 학생의 점수가 더 낮게 나왔습니다. 실제 교실에서 비속어나 은어 사용이 빈번한 아이들일수록 문장 구성력, 어휘력, 논리력이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비속어·은어 사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충동적 성향이 강해지고 이는 곧 즉흥적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무계획성이 증가하고 다른 친구와의 협력 작업도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말이 거칠어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동까지도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Q. 아이들의 언어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 먼저 부모님과 아이들과의 대화가 재개되어야 합니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부정적인 언어 환경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언어 체험의 기회를 주며 감정적·정서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때 대화는 아이의 사회적 관계, 상황, 대화 태도를 잘 관찰하고 그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대화 습관을 바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선조적으로 발화되고 즉시 소멸되는 듣기·말하기의 특성상 자신의 대화 습관을 스스로 점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몰랐던 대화 습관, 태도에 대해 인식하고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다양한 대화 기법, 놀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을 넘어가면 사춘기에 돌입하는 학생들이 생겨납니다. 이 시기는 감정 변화가 극심하고 이성적 판단이 어렵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만을 따져 대화하게 된다면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와 관계도 멀어지게 됩니다. 이럴 때 무조건적 동조나 일방적으로 혼을 내기보다는 힘들었을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고 때때로 잘못한 일이 있을 경우 "네가 나라면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은데"와 같이 역할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쁜 말 봉인함'은 비속어나 은어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나쁜 말(비속어나 은어)을 생각해보고 메모지나 편지지에 쓴 후, 함이나 상자에 보관해 둡니다.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봉인 상자를 열어보고 봉인된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과감히 찢어버립니다.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도록 약속을 합니다. 혹시나 봉인된 말을 사용했다면 사용한 상황을 살펴보고 '역할 놀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같은 활동을 진행해 보며 나쁜 말 사용 빈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도움말=박광우 대구문성초등 교사 <참고자료: 욕해도 될까요(한국교육방송공사), 초등국어과 교육론(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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