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과 극' 대처 이탈리아-베트남] 〈1〉프롤로그 ...'초기 대응'이 두 나라 운명 갈랐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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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4   |  발행일 2020-07-14 제14면   |  수정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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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국 봉쇄령을 완화하면서 지난 4월부터 초등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 "우리가 다른 경로로 루머까지 수집해 분석하는데, 베트남 정부가 놓치고 있는 상황은 없다." WHO(세계보건기구) 관계자가 한 말이다. 베트남은 인구 100만명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COVID19) 발생률이 4명(2020년 7월12일 기준)이다. 카타르(100만명당 3만3천11명), 칠레(〃1만6천659명)는 물론, 미국(〃9천844명), 한국(〃259명)보다 크게 낮다. 13일 현재 베트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72명. 하지만 이 중 140명만이 지역감염자다. 특히 지난 4월16일 이후 89일째 베트남에서는 코로나19 지역발생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베트남의 이 같은 낮은 발병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반 박자 빠른 베트남 정부의 대응이 첫째로 꼽힌다. 지난 1월3일 WHO가 중국의 원인 불명 중증폐렴 발생을 통보하자, 베트남 정부는 적극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국내 유입 가능성과 대처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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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5월 의료진들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부의 재정 지원 요구 및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 "9월이나 10월쯤 현재 (이탈리아에서) 진행 중인 심각한 경제 위기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위기가 매우 엄중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이탈리아 내무 장관이 이달 초 한 말이다. 지난 2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으며 3만5천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4월 말부터 점진적으로 봉쇄를 완화했지만 경기침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비극은 '작은 정부, 큰 시장 탓'이란 게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다. 2월20일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탈리아 전역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중앙정부의 봉쇄령도 늦었지만, 지방정부는 이마저도 예외 규정을 둬 확산 방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롬바르디아주 정부는 3월8일 이탈리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렸음에도 '필수적 생산은 예외'라는 조항을 들어 회사와 공장의 가동을 대부분 허용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전 9시 기준 국내외 코로나19 환자는 1천200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전세계적으로 56만6천595명이나 된다. 전염력이 가늠이 안 되는 신종 감염병의 위력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경제와 의료환경 등이 선진국이라고 해서 환자나 사망자가 적은 것도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 미주, 아프리카까지 바이러스는 대륙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침투했다. 미국의 상징적인 도시 '뉴욕'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는 것만 봐도 이 감염병의 초기 파괴력과 예측 불가성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324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도 13만5천명이나 된다.

초기에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집중됐던 중국은 지금까지 8만3천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4천6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에선 2만2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사망자는 1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25만4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2만8천여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0' 베트남
WHO 통보 즉시 적극 비상체계 돌입
확산 초기부터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
4월부터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그런데 여러 국가 중 유독 눈에 띄는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현재까지 베트남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372명. 사망자 수는 0명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사망자가 '0명'이라는 사실은 선뜻 잘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과연 가능한 수치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베트남이 진정한 방역모범국이다. 부럽다'는 반응과 '정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일각에선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축소 의혹도 제기한다. 그만큼 '거짓말처럼' 기적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아온 한 영국인 조종사가 최근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베트남은 '코로나19 사망자 0명'이라는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치료를 맡았던 베트남 의료진은 언론에 "그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를 쏟았고, 베트남 최고의 장비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어떻게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특히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한 베트남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베트남은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켰으며, 4월부터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물론 감염병 대책은 각 나라의 문화와 환경, 국민들의 가치관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위험을 눈앞에서 목격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처법'을 연구해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베트남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우리와 달랐던 점은 무엇이며, 비슷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대처법을 연구·분석해 우리나라 상황에 걸맞으면서도 재확산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방역은 정치의 문제도, 자존심의 문제도 아니다.


사망자 3만5천명 伊
중앙정부의 한발 늦은 도시 봉쇄령
지방정부, 예외규정 둬 대응기회 놓쳐
첫환자 발생 5개월…여전히 경기 최악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탈리아는 초기 대응 실패로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5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 1천만명인 롬바르디아주에서만 환자가 9만명이 넘고, 사망자도 1만6천명에 달한다. 20개 주(州)인 이탈이라에서 롬바르디아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국의 40%, 사망자 수는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롬바르디아주의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준연방제'를 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로마에서 정책학을 공부한 뒤 한국에서 복지정책을 연구한 홍이진 중국 중산대(광저우) 교수는 "이탈리아는 지방행정, 특히 의료와 사회복지를 중앙정부가 아닌 주정부에서 맡고 있다 보니 중앙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이 일선 보건소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 위기 대처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의 국영의료는 중앙정부에서 제도를 관리할 뿐 실제 의료 제공에 관한 책임은 주정부에 있다"며 "따라서 각 주마다 세부 내용 또한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국영의료제도는 병원을 주정부의 권역별 보건의료본부 조직 안에 두도록 하고 있지만, 롬바르디아주는 병원을 개별 사업체로 독립시켰다. 그 결과 병원은 각자도생의 길에 서고, 보건의료본부는 의료비 지불 기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결과로 롬바르디아주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의 인구 1천명당 병상 수가 2017년 기준 3.2개로 줄어들었다. 이는 독일(8.0개), 프랑스(6.0개)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치다.

이에 영남일보는 구글의 취재지원을 받아 코로나19 대처에 극과 극인 모습을 보인 이탈리아와 베트남 취재를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 2차 팬데믹은 물론,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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