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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향 '포레스트 인 레드' |
"평생을 조형적인 화면과 무게 균형, 정확한 묘사, 원근 법칙, 색깔의 조화에 매여 그림을 그렸다. 이젠 싫증이 난다. 다 버리고 싶다. 특히 원근의 구속에서 벗어나 이차원적으로 캔버스를 평면화시키는 일에 재미가 난다. 내 맘속에 숨어 있는 자유가 반란을 일으킨 것일까. 아니면 작가 생활의 끝에 가지는 마지막 깨달음이라도 되는 것일까."
김성향 작가가 작업노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 작가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대구미협 이사, 대구시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하고,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상(2015)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이며, 숲이 전하는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캔버스에 평면적으로 풀어 담는다.
김 작가는 "숲에는 코로나 팬데믹 같은 바이러스 터널이 있을 리 없다. 오직 자신을 성찰하고 자아를 되찾을 수 있는 소중한 카타르시스의 공간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숲은 본디 녹색에서 연두로 한결 부드러워졌다가 때로는 핑크의 속삭임으로, 때로는 옐로 워커의 풍성함으로, 다시 크림슨의 강렬함으로 다가온다"면서 숲에 빠지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숲은 모성적인 존재로서 삶을 치유하고, 계절에 따라 여러 색을 통해 피안의 세계를 꿈꾸게끔 한다. 때로는 나무이고 빛이며 그리고 스쳐 가는 바람이기도 하다. 숲을 구성하는 나무의 부드러운 호흡과 질감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살피고, 혹한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자연의 숭고함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라고 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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