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물조차도 과유불급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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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8 08:02  |  수정 2020-08-18 08:04  |  발행일 2020-08-18 제17면
물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 발생
소금 섭취도 체액저류로 부종 생겨
칼륨 함유 많은 과일·채소도 주의
초기엔 별 증상없어 병 인지 어려워
소변 이상 등 증상 땐 전문의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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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봄을 제대로 느껴 보지도 못하고 여름을 맞고 있다. 올해는 역사상 최장 기간의 장마로 인해 많은 피해를 가져왔고 장마 이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건강에도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

단백뇨 또는 혈뇨 등 콩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의 저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만성콩팥병'은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봄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긴 장마로 인해 짧은 휴가를 즐겨야 하는 탓에 생활패턴의 급격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평소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아 건강을 해칠 우려도 크다.

특히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꾸준히 병원을 다니면서 관리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철 누구보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환자들이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다.

전문의들은 "만성 콩팥병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병에 대한 인지가 어렵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콩팥 기능이 현저히 감소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다만 거품뇨, 혈뇨, 건강검진에서 단백뇨나 혈뇨 관찰, 부종, 급격한 체중 변화, 요량 증가 또는 감소, 빈뇨, 소변에서 이상한 냄새, 허리통증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전문가과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만성 콩팥병 의심 증상 환자는 전문의 상담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하고, 환자인 경우는 여름철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름이 두려운 이유는

이런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다른 군의 환자들에 비해 수분·전해질 조절에 취약하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외부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활동을 하면서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많다. 그런 경우 수분 손실뿐만 아니라 나트륨 소실도 많은데, 과도하게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경우 오히려 저나트륨혈증이 조장된다. 가벼운 저나트륨혈증의 경우 식욕부진, 두통, 오심, 구토, 전신쇠약감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경련, 혼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소금을 섭취할 경우에는 체액 저류로 인해 부종이 생기고 잘 조절되던 혈압도 조절되지 않고 높아지게 되며 수분 섭취를 줄이면 탈수에 빠지고 콩팥 기능이 나빠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콩팥이 나쁘면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수분 섭취가 많아 전해질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어 하루 소변으로 나오는 양에 맞춰 수분 섭취를 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말기 신부전 환자의 경우 소변량이 적어 투석 이외에는 체내 수분을 조절할 수 없어 물을 많이 마실 경우 오히려 폐부종·전신부종이 악화될 수 있어 수분 섭취량을 특히 더 제한해야 한다.

또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다. 바로 '칼륨'이다. 칼륨은 나트륨과 같이 체액을 구성하는 주요 전해질이다. 칼륨은 나트륨과 함께 작용해 체내의 수분 양을 조절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산·알칼리 균형을 조절한다. 또 근육의 수축과 이완 등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칼륨의 균형은 콩팥에서 배설이나 보유량을 조절함으로써 유지된다. 따라서 정상인들은 칼륨 섭취가 많아도 콩팥에서 균형을 유지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이 나빠질수록 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칼륨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근력약화, 전신쇠약감,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해 심정지에 이를 수 있다.

◆음식도 가려먹어야

과도하게 물을 많이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칼륨 섭취에도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주로 신선한 계절 과일과 함께 채소, 뿌리음식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의 종류에 따라 칼륨의 함유량에도 차이가 있다.

여름철에 많이 먹게 되는 바나나, 천도복숭아, 참외, 토마토, 수박, 딸기, 포도, 오렌지 등은 특히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 그런 만큼 이런 과일이 너무 먹고 싶다면 실제 과일보다는 통조림 과일(귤, 깐포도, 파인애플), 단감(작은 것), 자두(작은 것) 등 칼륨의 함유량이 낮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이 또한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칼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이므로 반 개에서 1개 정도로 양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소의 경우도 챙겨봐야 한다.

버섯·호박·미역·시금치·쑥·부추·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고, 가지·당근·배추·콩나물·오이·깻잎에는 적다. 또 줄기보다는 잎에 칼륨이 적어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칼륨이 적은 음식으로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칼륨은 물에 잘 녹아 나오기 때문에 채소를 이용해 음식을 할 경우 잘게 썰어 재료의 10배 정도되는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헹궈서 사용하거나 데쳐서 물은 버리고 건더기만 복용해야 한다.

검정쌀·현미·보리·옥수수·찹쌀·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아 백미를 먹는 것이 좋고, 고구마·감자·토란·밤·땅콩·녹두·팥에도 칼륨이 많아 섭취 시 조심해야 한다. 탈수를 막기 위해 일부는 이온음료를 복용하는데 이것 또한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박우영 교수(신장내과)는 "여름철이면 누구나 건강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경우는 좀 더 철저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면서 "과일이나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줄이고 적절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등 소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행동요령 등을 반드시 지켜야만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박우영 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교수

<만성콩팥병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 7계명>
1. 과일·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할 것
2. 수분 섭취를 적절히 할 것
3. 피부감염에 주의할 것
4. 조리하지 않은 음식은 주의할 것
5. 여행 출발 전 주치의와 상의할 것
6. 고혈압·당뇨를 꾸준히 관리할 것
7. 적당한 운동을 유지할 것 <출처: 대한신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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