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명희 후보가 최종 2인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기쁘고 환영할 만하나 최종 콘센서스에 다다르는 판국의 핵심 키가 우리의 역량보다는 미국의 선거 결과라는 외부 환경요소에 보다 무게가 쏠리니 참 뭐하나 쉬운 일이 없다.
WTO 사무총장 선출방식이 다수결이 아니라 최종 후보의 선호도 지지를 파악한 후 지지를 적게 받은 후보가 자진 사퇴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유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적은 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우리 후보가 보란 듯이 승리하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WTO판의 거대공룡인 미국이 우리를 공개 지지하고 나서니 아뿔사! 우리는 자진사퇴 후 아름답게 무대 뒤에서 박수를 칠 수 있는 처지도 물 건너 갔다.
사실 두 후보의 경력을 보면 유 후보가 국제통상 교섭에 걸출하고 일본과의 무역 관계에 있어서도 실무자로서의 당차고 야무진 모습을 보여 믿음을 줬지만 상대편 나이지리아 후보 또한 만만치 않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WTO 164개 회원국이라는 거대 판에서 유 후보는 아쉽지만 국제무대의 인지도를 탄탄히 다졌던 나이지리아 후보의 세계은행 전무 경력을 넘어설 핫한 무언가가 부족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각국 정부 인사들이 WTO 사무총장으로 지역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개발도상국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나이지리아'에 밀린다.
두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젠더불평등에 대한 해소'가 지속가능한 모두를 위한 개발에서 핵심 화두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젠더평등'의 취지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악한 리더 입지에 있었던 '여성'에게 보다 후한 점수를 주는 트렌드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하다못해 나이지리아 후보가 남성이기라도 했었다면 우리는 좀 더 우위를 선점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WTO 수장을 두고 각축을 벌인 이번을 계기로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입지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분명히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인재에 대한 치밀한 관리와 체계적 양성이다.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국제무대 속에서 우리는 분명 더 많은 리더로서의 기회를 마주할 것이다. 초긍정적인 시나리오라면 사무총장 후보쯤에 올랐다고 하는 관심의 폭증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우리의 영역과 역할이 확장될 것이다. 이에 낭중지추(囊中之錐)격의 인재를 횡재하듯 만나 내세우는 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각 무대에 설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보다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교의 다각화는 누누이 강조해도 모자란다. 며칠 전 세종시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했다가 한 부처 실무진이 지지격차를 언급하며 "WTO 회원국의 1/4 이상이 아프리카지역 국가인데, 그들과의 연대가 부족했다"는 얘기가 와닿았다. 국제사회 콘센서스에서 한 표의 지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에서 우리의 신남방정책 기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개념으로 다양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놓쳐서는 안된다. 덧붙여 결과가 발표되는 그날, 유 총장이 되면 우리 외교 덕, 안되면 외부환경 요소 때문이었다는 유치한 모습은 사양한다.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