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광식(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공짜 민주주의는 없다'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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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1   |  발행일 2020-11-16 제24면   |  수정 2020-11-11
김천시_이광식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면서 외출을 자주 못하다 보니 TV 시청이 주된 취미생활이 되고 말았다. 최근 필자가 인상 깊게 본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열심히 시청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 드라마의 백미로 손꼽을 만했다.


'카드로 만든 집'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음모가 판치는 미국 정치의 부조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하원 원내대표와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에 등극하는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와 워싱턴 정가의 치열한 암투를 통해 비정한 정치의 속살을 엿볼 수 있어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 중 의회 입법 과정과 선거자금 조달이라는 워싱턴의 고질적 병폐를 지적하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이 기업 로비스트를 이용해 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쥐여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의 지지 표를 모으는 등 정치자금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선거와 정당의 운영 등 필수적인 정치활동을 위해서 정치자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정치가 있는 곳에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정치자금을 흔히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부른다. 특히 오늘날 인구의 증가와 선거권의 확대, 매스컴 등 선거운동 매체의 발달 등으로 인해 정치자금의 급속한 팽창은 자연히 그 비용의 조달을 기부에 의존하게 되고, 정치자금의 외부 의존성은 정치적 부패 현상을 가져올 위험성을 한층 가중시키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프랭크 언더우드의 "민주주의는 과대평가돼 있다"라는 말처럼 로비와 불법을 통해 더 많은 선거자금을 모으는 사람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정치인도 유권자나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으며, 미국인이 신앙처럼 믿어온 민주주의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폭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자금과 관련한 흑역사가 있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거액의 선거자금을 '차떼기' 형식으로 대기업으로부터 건네받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유명 정치인들이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악순환에도 불구하고 정치과정에서 '돈'은 필수 요소이며, 민주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그러나 특정인이나 단체, 기업 등이 특정 혜택을 목적으로 고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된다면 정치인이 국민보다는 소수의 특수한 이익에 봉사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는 결국 대의성의 훼손과 부패구조의 유발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정치자금은 정치적 부패 현상을 최소화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자금에 대한 인식 전환과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정치인 개인의 희생과 선의에만 기대해서는 안 되며, 좋은 정치인들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 또한 시민들의 역할인 것이다. '공짜 민주주의는 없다'는 생각으로 국민 다수가 스스로 주머니를 열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소액 다수 기부운동이 활성화될 때 우리의 정치문화는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정치자금법에서는 연말정산 시 10만 원까지의 정치후원금을 전액 세액공제해주고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카드, 휴대폰결제, 무통장입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다.
이광식<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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