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정권 지탱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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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0-12-14  |  발행일 2020-12-14 제면
맹목적 열성 지지자와

코로나 대처 기대층이

지탱해 온 문재인정권

초기 대구 고립화처럼

정권유지 무리수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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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올봄 대구·경북이 코로나19 공포감에 휩싸였을 때 정권 언저리 사람들이 했던 행위들, 특히 야유와 조롱을 잊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서 '신천지 탓' '대구 탓'만 했었다. 당정청 회의에선 대구·경북에 통상적인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는 지역 출입 자체를 막을 것이란 취지로 설명해 논란이 벌어졌다. 친문 소설가 공지영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는 그래픽, 2018년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 단체장만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상황판을 SNS에 함께 올렸다. 그리고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고 썼다.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에서 고교를 다닌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은 정치논리를 들이대며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공격했다. 두 단체장이 보수당 소속이라 총선을 앞두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 김어준은 서울시민들이 아침 출근 시간에 듣는 tbs라디오 방송에서 대구의 확진자 수를 수도권과 비교하더니 "대구사태"라고 했다. 정권 차원에서 방역정책 실패를 호도하려는 시도가 잇따르자 민주당 청년위원회의 이름 모를 위원이 덩달아 나섰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다. 대구는 어차피 미통당(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 대구·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다."

대구·경북 손절 전략이 먹혔는지, 재난지원금을 푼 코로나 포퓰리즘 덕분인지 어쨌든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선거를 전후해 조국·윤미향 사태가 터지고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저지하려는 추미애-윤석열 파동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이유도 묻는데, 긍정평가 이유는 2월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처'가 1위다. 긍정 평가가 최저치(38%)를 기록한 12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대처'가 25%로 압도적이었다. 긍정평가 이유 2위는 맹목적 열성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모름·응답거절(18%)인데, 이들과 코로나19 방역에 기대를 거는 불안심리가 문재인 정권을 지탱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젠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백신 개발과 확보에 매달릴 때 1천200억원을 들여 K방역을 홍보하면서 뒤로는 공수처 설치와 윤석열 축출에 온통 신경을 썼던 정권의 후진성도 확인됐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코로나조차도 지역 갈라치기와 선거, 정권홍보에 활용했지만 모든 시도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의 속성상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새길을 찾을 것 같진 않다. 두 개의 정권 버팀목(코로나19 기대층, 맹목적 지지층) 중 하나가 무너지고 있으니 남은 한쪽만으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숱한 무리수를 쓸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초기 때의 '대구 고립화' 전략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국민 갈라치기가 시도될 수 있다. 정권수호대 역할을 할 공수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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