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스위트홈' 송강 "괴물로 되지 않기 위해 내안의 두 욕망과 싸움 표정과 감정으로 전달"

  • 윤용섭
  • |
  • 입력 2021-01-22   |  발행일 2021-01-22 제39면   |  수정 2021-01-22

SH_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그리는 세상은 내면의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소름 끼칠 정도의 기괴하고 불쾌한 괴물들과 괴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 주민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기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에서 은둔형 외톨이인 현수는 유일한 희망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2019)으로 국내외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송강이 현수를 연기했다. 웹툰보다 월등한 존재감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전작에 이어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스위트홈'으로 다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누구보다 새롭고 트렌디한 매력을 지닌 신예 송강의 비상의 날갯짓이 또 한 번 힘차게 펼쳐졌다.

전작 '좋아하면…' 이나정 감독이 추천
넷플릭스 작품 두편 연속으로 캐스팅
300억 투입한 대작 시리즈·인기 웹툰
배우로 한단계 도약 기회, 의욕 불 타
은둔형 외톨이 현수, 분장·자세 등 신경
내가 지닌 내성적 느낌도 끄집어내 표현
액션스쿨 경험, 고난도 액션신에 도움
할리우드에서 본 듯한 CG도 기대이상
시즌2도 최적화된 전사 보여주고 싶어


▶전작인 '좋아하면 울리는'과 '스위트홈'까지 두 편 연속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그래선지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수식까지 얻었다.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함께 작업한 감독님들로부터 '디렉션을 연기에 잘 반영한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다. 이게 좋은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스위트홈'을 연출하신 이응복 감독님이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님과 친하다. 두분이서 같이 밥을 먹다가 이 감독님이 배우를 소개해달라 했고 이나정 감독님이 나를 추천하셨다고 들었다. 그렇게 감독님과 미팅을 했고,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즉흥연기를 했다. 현수가 가족 장례식장에 나타나 통장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었다. 감독님이 주신 물티슈를 통장이라 생각하고 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기를 했는데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현수는 당신이 그간 보여준 청춘 로맨스물에서의 꽃미남 이미지와도 확연히 다른데,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나.

"새로운 연기는 언제나 즐겁고 기대된다. 그래서 솔직히 부담감보다는 300억원이 투입된 대작 시리즈의 주연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감과 유명한 웹툰이 원작이라는 점 등에서 오는 중압감이 컸다. 하지만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의욕에 불탔다."(웃음)

SH_04

▶원작팬들은 웹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했나.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다. 현수를 딱 봤을 때 전체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느낌이 났으면 했다. 웹툰 속 현수의 모습처럼 더벅머리를 하고 넉넉한 품의 후드를 입었다. 그중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다는 설정은 내 아이디어였다. 또 분장할 때도 다크서클을 진하게, 파운데이션도 한 톤 어둡게 썼다. 그 부분은 분장팀에게 일임했고, 나는 자세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썼다. 전신이 카메라에 잡힐 땐 어깨를 굽히고 목을 빼서 왜소해 보이려고 했다. 괴물화가 진행 중인 현수는 인간 현수와 환영 속 현수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가 공존하는 인물이다. 현수를 연기할 때는 내 안에 있는 내성적인 모습을 끄집어냈고, 환영 속 현수를 표현할 때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감정을 끌어 올렸다. 그 과정에서 인상 깊게 본 영화 '배트맨'의 조커 캐릭터를 참고했다."

▶현수는 괴물화가 진행됐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괴물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했나.

"욕망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학창시절 리더십이 남달랐던 현수는 어떤 계기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가족과도 관계가 멀어진다.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던 현수는 가족마저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살고 싶은 욕망이 사라진다.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죽고자하는 욕망이 커진 그는 어떤 면에선 괴물화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정의로움이 쌓이게 되면서 살고자 하는 욕망이 다시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현수는 괴물화 진행을 막기 위해 자기 안의 다른 두 욕망과 힘겹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욕망이라는 부분에서 현수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하기는 어땠나.

"현수는 대사보다 표정과 감정으로 많은 걸 얘기하는 인물이다. 누구에게나 선하고 밝고, 예민하고 어두운 모습이 있기 때문에 현수를 연기할 때도 그런 내 안의 모습을 생각하며 표현하려 했다. 감독님도 '나도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고 네가 생각하는 현수를 마음껏 표현해봐'라고 하셔서 정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발성이나 톤에 대해서도 따로 준비하진 않았는데,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만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수에게 이입이 된 것 같다. 사실 현수의 감정만 해도 폭발적이고 극적이기 때문에 그 감정만 잘 따라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감정 연기뿐 아니라 괴물과 맞서 고난도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독창적인 괴물들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CG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인데 작업한 소감은 어땠나.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낙법이나 구르기 같은 기본기를 먼저 익혔다. 이후에는 현장에서 무술 감독님과 합을 맞춰보며 액션을 완성해갔다. 힘들지만 즐겁더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씨름과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라 나도 어느 정도 타고난 운동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웃음) CG 작업은 웹툰이 기반인 만큼 나 역시 괴물들이 화면에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있었다. 할리우드 메이킹 영상에서나 보던 크로마키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흥분됐고, 상상이 실체로 구현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신기했다. 결과물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에피소드마다 사람들이 죽거나 희생되다보니 촬영장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어둡고 가라앉아 있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대기실보다 현장에 있는 시간이 훨씬 즐거웠을 만큼 화기애애했다. 또래 배우들이 많았고 선배님들도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현장을 이끌어줘서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고민시(은유 역) 배우와는 '좋아하면 울리는'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더 막역하기도 했고, 이진욱(상욱 역) 선배님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테스트 촬영 때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충격적으로 멋있었다. 선배님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모니터링을 하며 그 눈빛을 연구했다."

▶어떤 장르를 선호하나.

"연기할 땐 장르를 따지지 않지만 관람에 있어서는 기준이 뚜렷한 편이다. 일단 공포물엔 무척 약하다. '워킹 데드' 시리즈를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스위트홈'도 내가 참여한 작품이고 내용을 전부 안다고 생각해 만만히 봤다가 식탐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비명을 질렀다.(웃음) 대신 엄청 유치한 내용의 로맨스나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다고 말했는데.

"배우로서도, 자연인 송강으로서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런 대작의 주인공이 된 건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게 필모로 추가되니 되게 꽉찬 느낌이다. 배우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한 건 내가 포용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점에서다. 단순히 대사로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 감정들을 어떻게 눈빛과 표정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접근에 대한 깊이감과 차별점이 생겼다. 그리고 상대 배우와의 액션과 리액션에서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면도 터득했다. 개인적으론 일기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하루를 복기하면서 그날 있었던 내용들을 적는다.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며 투정섞인 내용을 쓰기도 하고, 배운 게 많은 날은 그래서 좋았던 감정과 느낌들을 매일 서너 장씩 적는다. 그렇게 하다보니 마음의 정리도 되고 좋더라."

SH_02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계기가 있었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뚜렷한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1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타이타닉'을 보면서 그의 눈빛에 반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날 저녁에 부모님에게 연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길 원하셔서 탐탁지 않게 여기셨지만 아버지는 적극 지지해주셨다.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일단 '한 달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하다보니 적성에 맞았다. 그렇게 건국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다."

▶시즌1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즌2도 곧 제작될 것 같다. 시즌2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현수가 시즌2에서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 욕망이 커져 영화 '베놈'처럼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면 (괴물로) 변화해 지키고, 아니면 다시 원래의 순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했다.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액션에 최적화된 전사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웃음)

▶2017년 데뷔 후 남들보다 빠른 스타덤에 올랐다. 운도 따랐겠지만 누구보다 준비된 배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배우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매사에 최선을 다해왔고 그 덕엔 지금까진 후회없이 살았던 거 같다. 소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말보단 표정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 = 넷플릭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