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의료원장 노광수 신부 "사람 우선으로 의료원 경영…경북권 감염병전문병원 공모 재도전"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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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6 07:43  |  수정 2021-04-06 07:47  |  발행일 2021-04-06 제17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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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구가톨릭대의료원장으로 취임한 노광수 신부가 앞으로의 의료원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경영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교직원, 그리고 이곳을 찾는 환자들, 즉 사람을 우선시하는 경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난 1월21일 제10대 대구가톨릭대의료원장에 취임한 노광수 신부는 5일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그는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의료원장보다 신부로 불리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의사출신인 다른 지역 대학 의료원장과 달리 신앙인으로서 병원과 이곳을 찾은 이들을 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1989년 사제서품을 받은 노 의료원장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8년간 유학했다. 또 욱수성당·경산성당 등의 주임신부를 지냈고, 대구가톨릭대 신학부 교수, 교목처장, 교구 교육국장 및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노광수 의료원장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사랑과 봉사, 그리고 서비스를 위해 설립됐고, 그 뜻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신부인 만큼 의료 쪽으로 전혀 모르지만, 배우고 또 배워 예수님의 명령대로 병원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가지 걱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아직 3개월이 채 안됐고, 의사도 아니라 아는 것이 없다. 다른 의료원은 모두 경력이 있는 의사인데 많이 배워야 하고 또 배우는 중이다. 의료원장의 책무는 막대하다. 의료원장의 정책결정은 의료원 발전과 관련해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면서도 "병원 구성원들이 어느 병원의 구성원보다 행복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이 '내가 여기(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일하는 게 제일 좋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일하고 싶은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자랑 중 하나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우리 병원 교직원들은 매우 선하고 표정이 밝다는 것을 느낀다. 교직원 중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이 많지만, 가톨릭이라는 문화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다른 병원의 교직원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유함이 있음을 느낀다"면서 "이것은 우리 병원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한 환자경험 평가에서 제일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의료원의 핵심인 의사들은 의사답고, 신부인 나보다 훌륭한 것 같아 오히려 내가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 평가' 결과에서 영역별 점수를 합산한 평균 점수가 상급종합병원 전국 5위, 영남권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처음 도입된 환자경험 평가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존중하고 개인의 필요와 선호, 가치에 상응하는 진료서비스를 국민 관점에서 제공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다.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노 의료원장은 "우리는 '스텔라(Stella) 2025'라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최고 진료, 최고 환자 경험, 최고 직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는 병원의 수익을 떠나 '가톨릭'이라는 이름을 내건 의료원으로서의 근본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것 때문에 우리 자신을 스스로 점검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전략은 수립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병원 33개 진료과 의사 등과 6월 말까지 간담회를 가지면서 의논하고 실행을 체크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을 만날 때마다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진다고 그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간담회마다 구성원들의 공통요구는 최첨단 의료장비 구입과 옛 장비의 교체였다. 당연한 것이지만, 다 들어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지만, 우수한 우리병원의 의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각종 요구사항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 조금씩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새 의료장비나 보다 나은 시설을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이 하드웨어도 우리 의료원 발전에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의료원 교직원 당사자인 소프트웨어는 어쩌면 더 중요한 요소인 것도 틀림이 없을 것"이라며 "(의료원장의 입장에서)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그 시간 동안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재 의과대학 정원 40명은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그는 전했다.

노 의료원장은 여러가지 사업 중에서도 지난해 아쉽게 놓친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그는 "작년 최고의 점수를 받고도 선정되지 못한 영남지역의 감염병전문병원에 다시 도전해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다음달 27일 '경북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 참여의료기관을 공모한다. 이번 공모는 대구경북 지역 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8주간 공모를 거쳐 질병관리청 '선정평가위원회'에서 서면·발표·현장평가를 실시해 종합점수 최상위 의료기관을 최종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선정하게 된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 확산 시 권역 내 환자의 일시 격리 및 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기관으로, 평상시에는 결핵 등 호흡기환자 등에 대한 입원치료를 담당하고, 권역 내 감염병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 및 연구기능도 병행한다.

앞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 공모에 나섰고,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하지만 양산 부산대병원이 최종 선정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영남권을 경북권과 경남권으로 세분화했고, 올해 경북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에 나섰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의료원 모든 교직원들의 헌신과 노고에 고마움이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 의료원 교직원들이 일이라는 것을 한가지, 즉 생계를 위한 노동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일은 자신의 마음을 수행하게 하고, 자신의 인격을 높이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좋겠고, 자신의 일을 통해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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