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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구시 북구 대구시의사회에서 정홍수 회장이 앞으로 임기 동안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대구에 코로나19가 휘몰아친 지난해 2월. 대구시민을 지키기 위해 의병처럼 일어난 게 대구지역 의사들이다. 올해 2월엔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백신 접종의 맨 앞에 섰다. 대구 의사들이 모인 단체가 '대구시의사회'다. 지난 1일 대구시의사회 제14대 신임 회장이 취임했다. 정홍수 회장이다. 임기는 3년. 전임 이성구 회장이 코로나19를 막아내는데 앞장섰다면, 정 회장은 코로나19를 쫓아내는 백신 접종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화이자백신 접종에 앞서 지난 3월말 의사 134명으로 백신접종지원단을 구성했다. 2월부터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달리 화이자는 많은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 부족으로 접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화이자 예방접종센터에는 예비진료를 위해 의사 4명 등 수십 명의 의료진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검사와 확진자 치료를 위해 나섰다면, 지금은 백신접종을 위해 의사들이 스스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현업을 뒤로하고 주말에도 나서는 동료 의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접종 지연땐 유럽보다 더 악화
최소 올해는 마스크 써야할 듯
재난적 의료상황 다시 올 수도
감염병 상설대응반 구성할 것
지역 병의원 매출급감 직격탄
1차 대유행 겪어 더욱 힘겨워
정부가 健保 비급여 제재하면
국민들 의료 선택권만 좁아져
▶현재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은.
"지난해 2월 대구는 코로나19라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적으로부터 기습을 당했다. 당시 많게는 하루에 700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의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하루에 2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의 위험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인데 안타깝게도 대구·경북 지역은 백신 접종률이 전국 최하위권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가장 힘들고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작년 2월 처음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시작될 때였던 것 같다. 신천지발 코로나19 대구지역 첫 번째 환자가 나오고, 대구시의사회는 당일 저녁 상임이사회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첫 번째 확진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여러 명이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소식에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본부장은 시청으로 달려 갔고, 지역 내 대학병원 교수와 시청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새도록 대책 회의를 했다. 다음날인 19일 하루에만 코로나19로 대학병원 응급실 4곳이 폐쇄됐고, 앞으로도 대규모의 집단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 병상 확보가 시급했다. 대구시의사회와 비상대응자문단은 국군대구병원에 병상을 요청, 음압병상 303개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병상 부족이 예상됐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구시와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도움을 요청해 병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대구시청 공무원들과 보건소 공무원, 그리고 대구와 전국의 의사들이 코로나 사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대구 시민 역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스스로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는 자발적 봉쇄와 마스크 양보 운동, 경기 악화로 비상이 걸린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에 참여했다. 민관의 협력이 코로나19 극복의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다."
▶정부가 밝힌 백신 수급과 접종이 현장에서 잘 진행되고 있나.
"코로나 백신 수급과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급 계약이 되어 있는 AZ 백신은 안전성 문제로 여러 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다음 달부터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었던 모더나 백신도 미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또 올해 안에 600만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얀센 백신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수급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초기에 너무 AZ 백신에 의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좀 더 다양한 백신을 충분히 여유있게 확보하는데 실패했던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 같다."
▶접종이 늦어질 경우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나.
"백신 접종이 늦어질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유일한 방안이 백신이지 않나. 치료제가 개발이 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연구단계로 언제 개발이 완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나.
"현재 상황에서 마스크를 언제 벗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최소한 올해는 불편하지만 계속 마스크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직업적 측면에서 의료계 고통도 클 것 같다.
"대부분의 국민이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들은 경영적으로 코로나19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확진자가 다녀가면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병의원은 문을 닫아야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같이 감기 환자를 많이 보는 의원들은 아직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매출이 50~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대구지역 병의원은 작년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서 다른 지역보다 더욱 힘든 상황이다."
▶정부의 의료정책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의료계와 상의도 없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밀어붙였다. 의료계는 단기간의 파업으로 맞섰다. 특히 공정성에 민감한 2030세대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파업과 수업 거부를 지속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으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시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비급여 공개의 경우 일선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많다. 정부가 시행하는 비급여 공개 대상 확대의 목적이 환자들의 비급여에 대한 알권리 증진의 목적보다는 비급여 관리와 제재의 목적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비급여 항목은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넓혀준다. 환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좀 더 나은 진료에 대한 욕구에 따라 환자가 바라는 의료의 정도는 차이가 크다. 현재 환자들이 병원에 오게 되면 경제적인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분들은 보험 위주의 진료를 하면 되고, 비용은 들더라고 검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하는 분들은 상황에 맞게 비보험을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비급여를 국가에서 제재를 하게 되면 결국에는 국민의 의료 선택권이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구시의사회를 어떻게 꾸려 나갈 생각인가.
"먼저 대구시의사회 회원들과의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사회와 의사, 의사와 의사 간 소통 강화를 통해 회원들이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보건당국의 실사나 조사가 나오면 회원들이 당황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의사회 임원, 공무원 출신 인사, 전문 변호사 등으로 회원고충처리반(가칭)을 만들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의료 상황이 또 올 수 있기 때문에 예비군 형태의 감염병 상설대응반을 구성, 새로운 감염병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시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알릴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구시의사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눈도 달라졌고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코로나19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대구지역 의사들이 선도적으로 역할을 해나가겠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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