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의 문화 담론] 크로니즘 문화…이념 갈등 없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 이미애 계명대 외래교수·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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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30  |  수정 2021-04-30 08:55  |  발행일 2021-04-30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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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나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15년째 꾸준히 이어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14회 DIMF 폐막콘서트 모습. 〈영남일보 DB〉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직이 빅데이터로 추동해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 디지털이란 1980년대 이후 유행한 사이버 펑크(Cyber Punk)를 가리키는 용어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쓴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생겨난 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 콘텐츠다. 인터넷을 매개로 거짓과 위선이 없는 문화를 열어가는 정직한 정보화 시대를 말한다.

급속하게 변하는 디지털 정보화 시대
편 가르는 봉건적 '크로니즘'에 빠져
낙하산·회전문으로 꿰차는 인사 행태
국정난맥·부정부패 곳곳서 곪아 터져

전문 지식·경험 요구되는 문화예술계
새롭고 건전한 콘텐츠 꾸준하게 개발
모든국민이 문화향유 누릴수 있어야

지금 전 세계가 급속하게 디지털 문화 콘텐츠로 가고 있으나 우리는 봉건적인 크로니즘 문화에 푹 빠져 있다. 크로니즘이란 '정실주의(情實主義)'를 가리키는 국제적인 용어. '내로남불'과 같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IT 강국을 자랑해온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뒤틀린 이념이 역사를 과거로 돌려 크로니즘 문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나 능력보다 개인적 인연 또는 친분을 앞세워 경제적 이익이나 인사상 혜택을 제공하는 권력 행사다.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으로 편을 갈라 지지세력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크로니즘에 해당된다. 한마디로 전체주의 포퓰리즘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거짓과 위선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정권은 출범 이후 내내 거짓과 위선으로 국정을 이끌면서 집단적 인맥과 개인적 친분만 강조하는 크로니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는데도 되돌아볼 줄 모르고 난정(亂政)을 계속하면서 아직도 크로니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낙하산과 회전문 인사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최근 정부 산하 공공기관 340곳 중 임기 만료로 교체되는 170여 곳의 기관장에 친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막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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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외래교수·미술학 박사〉

이들은 임기가 보장돼 있어 정권이 바뀌어도 함부로 못 자른다고 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그 본질이다. 환경부 장관이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임기도 안 끝난 전 정권 인사들을 쳐내려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이런 판례를 역이용해 미리 대못을 박은 것이라고 한다. 반성은커녕 염치도 없이 마치 엿 바꿔 먹듯 막가는 인사 행태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전문성이나 능력도 고려하지 않고 낙하산만 태우고 회전문을 돌려온 탓이다. 등산 경험밖에 없는 사람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발탁되고 동네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가 식약청장에 임명되는 것도 무분별한 크로니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자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 오류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 자리에 전문성도 없는 우리 편만 앉힌다. 그러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국정 난맥과 부정부패가 곳곳에서 곪아 터지고 있으나 마치 전리품 챙기듯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에 낙하산을 태우는 바람에 언론의 비판이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임명권자에겐 소귀에 경읽기 식이다. 예부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최근 장기집권을 장담하던 어느 원로정치인은 LH 사태가 터지자 "윗물은 상당히 맑아졌지만 아랫물이 흐려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런 그가 세종시의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에 땅투기를 한 사실이 밝혀져 비난 여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마도 자신을 윗물이 아닌 아랫물로 착각한 모양이다. 이 정권의 윗물일수록 마치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안 썩은 데가 없으나 아랫물 타령을 하며 말단 공무원들에게까지 재산등록을 받겠다고 한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출범 초기부터 문화예술계까지 장악한 정권은 '인사가 만사'라던 전직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권력에 도취된 정권이 전문성이나 능력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다 내내 무능만 노출시킨 것이다.

전문직 사회에서는 이런 크로니즘 행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뭐,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조롱 섞인 말이 새삼 복고풍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개발경제 시대에 유행하던 말이다. 자칫 예나 지금이나 염평봉직(廉平奉職)하는 면장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로 들리겠지만 전문성이 필수요건인 전문직 사회의 시각이다. 면장은 지역 주민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고 각종 현안을 챙기며 민원을 처리하는 최일선 행정기관장이다. 때문에 회전의자를 돌리며 주 52시간을 때우는 것보다 주민생활과 직결된 민원 현장을 찾아 발로 뛰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마당발'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직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뭐, 알아야 면장을 하지"란 말은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이 한창 추진되던 무렵에 유행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군(郡) 본청에서 일선 면장으로 자리를 옮긴 어느 중견 공무원이 전문성이 부족해 영농지도는커녕 새마을운동도 미적거리자 독려차 현장을 방문한 군수가 "면장은 아무나 하나. 뭐,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며 질책한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이후 공직사회에서 전문성을 강조할 때마다 회자되던 말이다.

반드시 전문성이 요구되는 중책에 면장(?) 경험도 없는 특정인이 낙하산을 타거나 회전문을 밀고 들어와 자리를 꿰차는 것이 이 정권의 변함없는 인사 행태라는 전문직 사회의 지적이기도 하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정권 출범 반환점을 돌 무렵 자체조사한 결과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100명 중 해당 업무에 전문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단 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크로니즘 인사 탓이었다.

임기 말이 가까워 오는 현시점에서도 국가정책에 잇단 난맥상이 드러나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임명권자와 권력실세의 심기만 살피는 '봉숭아학당'의 낙하산과 회전문 축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념이 같고 우리 편이면 무조건 파격적인 인사가 따르게 마련이다.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무렵 "평양은 공공미술의 천국이자 기념비적 조소예술의 성지"라며 북한 선전용 그림을 들여와 기획전을 연 사람이 국립기관미술관장에 전격 발탁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되고도 남을 텐데 이 정권에서는 이런 황당한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계의 전문직은 원래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쳐보려는 존재감 하나로 살아가지만 지금은 봉숭아학당처럼 정권의 이념성향에 따라 투명인간이 되지 않으면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도 어렵다. 그나마도 정치나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15년째 꾸준히 이어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 나라 체통을 살린 한국의 대표적 문화 콘텐츠로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평생 창작활동으로 전문성을 지켜온 원로작가들은 이념성향에 따라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고 "문화예술계의 황폐"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춘 문화예술단체의 경영풍토를 일신하고 새롭고 건전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모든 국민이 문화 향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명대 외래교수·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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