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악재 딛고…K-콘텐츠, 아시아 넘어 전 세계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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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6   |  발행일 2021-05-06 제15면   |  수정 2021-05-06 07:46
글로벌 OTT 경쟁에 힘입어
코로나 사태 악화 위기에도
영화·방송 '수출 상승' 반전
넷플릭스 영향력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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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 수출도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했다. 눈에 띄게 증가한 방송 프로그램 수출과 더불어 영화 수출 편수도 총 975편으로, 2019년 574편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작품의 글로벌 OTT 선회에 부가 시장(현지 극장·VOD 등) 배급에 따른 추가 수익이 더해진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0 한류백서'를 참고해 코로나19 이후 한류(방송과 영화)는 어떠한 변화와 성장이 있었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점검해봤다.

◆국내 온라인 영상서비스 성장

2020년 방송 한류는 경쟁력 우위를 가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소비가 본격화된 원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속화한 OTT 중심의 영상 소비의 지형에서 한국 드라마는 일종의 특수를 누렸다.

2019년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은 3억6천714만달러(4천억원)로 전년 대비 12.3%의 고성장을 보였다. 2016년 한한령의 충격으로 줄어들었던 수출액이 2017년을 변곡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그린 것이다. 이러한 추세의 변화는 OTT와의 긴밀한 협업을 이룬 CJ ENM, JTBC 등 채널사용사업자(PP)가 견인했고, 2019년부터 채널사용사업자 수출액이 지상파 수출액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 한다. 특히 미주 지역으로의 수출액 증가와 비중 확대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020년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순위에 다수의 한국 작품이 올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43개국 146일), '스타트업'(28개국 124일), '청춘기록'(26개국 79일), '사랑의 불시착'(10개국 281일) 등이 장기간 지속적인 인기를 얻었고, 일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가 새로운 한류의 점화를 일으켰다. 웹툰 기반 작품의 성장도 두드러졌는데 대표적으로 '스위트홈' '이태원 클라쓰' '편의점 샛별이' 등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넷플릭스의 국내 점유율이 지속되면서 국내 방송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해외 사업자 주도로 산업 지형이 재편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자생력이 훼손되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OTT 경쟁이 열어 준 기회를 국내 영상산업 전반의 경쟁력 도약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한류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도한 사례는 그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고 기반의 OTT인 FAST 채널을 시작한 뉴아이디나, 일본에서 SVOD(월정액 가입형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의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국내 온라인 영상서비스 사업자의 성장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넘어 한국 플랫폼이 직접 글로벌로 나아가는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는 "OTT 중심의 영상산업 구조의 재편은 분명 방송 한류에 긍정적 요소다. 글로벌 OTT사업자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수록 경쟁력을 갖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사업자들의 글로벌 역량과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정상에서 맞이한 변화

한국 영화의 해외 수출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이런 상승을 견인한 것은 단연 완성작 수출 부문이었다. 2020년 한국 영화 완성작 수출액은 5천416만달러(약 603억원)였으며 서비스 수출은 2천945만달러(328억원)였다. 코로나19로 극장이 닫히면서 신작 개봉이 미뤄지고 해외 세일즈를 위한 작품이 없는 악순환 속에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플랫폼으로 선회한 일부 작품들이 완성작 수출에서 선전한 것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낙원의 밤' '승리호'가 넷플릭스행을 선택한 가운데 '반도'의 전 세계 동시 개봉이 이어졌다. 특히 '반도'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화제·마켓 등 일정을 고려해 제작하고,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기에 현지 배급사와 정밀하게 협업해 마케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

국가별 수출액과 비중은 대만(88억원, 14.6%)과 일본(42억원, 7.0%)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대만에서는 '서복' '클로젯' '도굴' 등 아시아 관객에 친숙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장르 영화들이, 일본에서는 '교섭' '백두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한류를 이끌었던 배우들이 등장하는 상업영화가 선전했다. 주목할 건 중국(27억원, 4.5%)이 미국(11억원)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경색된 한중 관계로 인해 중국 현지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는 없지만, 리메이크 판권 판매와 같은 부가판권 시장에서 선전했던 덕분이다.

김경만 영진위 국제교류전략팀장은 "영화산업은 코로나19로 일대 격변기를 맞았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영화 역시 보다 다양한 경로, 특히 OTT 수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 모델을 고안함으로써 향후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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