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新인간시장] 참된 권력은 섬김이다

  • 김홍신 소설가·평화재단 이사 15·16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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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  발행일 2021-05-18 제30면   |  수정 2021-05-18 07:29
"부동산실패, 죽비 맞았다"는 文
투기·'밀수'·논문표절 의혹까지
또 검증 구멍에 장관 임명 강행
與마저 "국민 눈높이 동떨어져"
지금 文대통령 비롯해 정치권
무얼 섬기는지 자문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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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평화재단 이사 15·16대 국회의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인터뷰에서 부동산정책 실패로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께 "죽비를 맞고 정신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었으니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보완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깨우침의 뜻이 스며있는, 죽비라는 회초리를 맞은 셈이다.

지난 4년간 국정운영에서 가장 큰 실책이 부동산 정책과 인사문제라는 게 국민 다수의 지적이라고 한다. 지난달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대통령 리더십 6개 분야 중 장관 등 공직자 인사부정평가가 무려 72%였다고 한다. 그래서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민심 수습과 임기 말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4·16개각 명단을 밝혔다. 그러나 또다시 구멍 난 인사검증이란 비판을 받게 되었다.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이 게으르고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 위장전입, 가족동반 외유성 출장,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여성과학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식으로 두둔했다. 국민 눈높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영국 파견근무 중에 부인이 현지에서 도자기 등을 구입하고 외교행낭으로 가져와 판매해 구설에 올랐다. 1천250점이나 되는 분량과 귀국 이후에 판매한 것을 두고 정상적인 이삿짐이라 하기 어려웠다. 이사물품으로 인정받으려면 가정용으로 인정할만한 수량, 입국 전 3개월간 사용하던 것, 입국 뒤에도 계속 자신이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귀국 후에 공개 판매한 것으로 미루어 온당한 이사물품이 아니라는 의혹을 받았다. 부동산정책을 총괄해야 할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고 관사에 살다가 시세차익을 챙긴 것을 청와대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임 후보자에 대해서 과학기술인재를 늘리는 방법으로 여성 진출을 도모하는 방책이라고 옹호했다. 또 박 후보자에 대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몰락한 우리의 해운산업을 재건시킨 능력을 감안했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토부는 주택공급정책을 차질없이 집행해 나가는 것과 LH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토부 내에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토부 소속이 아닌 외부에서 찾으면서 능력을 갖춘 분이 누가 있을까 고심하면서 발탁한 것"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대통령 입장에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 세 장관 후보자의 재 송부를 요청했을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에 출중한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많고 인사검증에도 별 문제가 없는 인재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인사무능'과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남'을 알아차리지 못한 점이다. 인사검증을 제대로 했다면 이렇게 뒷말이 무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인사문제에 호의적이었던 정의당이 임·박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렸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했음에도 임명한 29명에 더 보태지 않는 게 임기 말의 전략적 정치기술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야당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1명이나 되었다. 노무현정부 때 3명, 이명박정부 때 17명, 박근혜정부 때 10명을 합친 것보다 많은 부끄러운 기록 경신을 했다. 특별연설에서 '대통령이 국민여론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을 사과하고 장관 추천을 취소하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드디어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그 사이에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의 싹'이 움트는 걸 느낄 수 있는 '바른말 행진'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초선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재송부한 것은 민심을 거역한 것, 후보자 판단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라며 집단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와 지도부에 반기를 든 것은 초유의 바른 소리이자 '희망교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집단 반발이 다음 정권을 불러일으키는 대들보가 될지도 모른다. 집단반기가 펄럭이자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라는 곡절을 안고 물러났다. '더민초'보다 반박자만 빨리 민심을 읽었으면 헌정사상 초유의 초선들 반기가 정치사에 부끄러움으로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다.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했던 청년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민주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고영인 의원은 청년들이 문재인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했고 민주당에 요구했던 반칙, 특혜 없는 세상에 응답하지 못했고 실패를 자인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이 송영길 대표에게 바른말 삿대질을 했다. 특히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고 일갈하며 "상임위 간사를 해보니 상임위가 아니라 위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더라.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간다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애정 어린 비판을 했다. 위성곤 의원은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조국사태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또 패배할 것이라며 "이른바 초선 5적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5적이 아니라 의적이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송영길 대표도 청와대를 향한 바른말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부동산 사태의 원흉이 김 실장이란 소리가 있을 정도로 김상조는 '내로남불'의 극치였다"고 쐐기를 박았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임 후보와 박 후보는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바른말을 했다.

임기가 채 일년도 남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의 마음은 몹시 어지러울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의 일상이 무너졌고 부동산정책실패와 양극화는 물론이요 진영갈등과 줄어든 일자리, 청년들의 민심이반과 백신 불안, 내로남불 현상과 지지율 하락에 따른 불안심리가 어찌 가볍겠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외교 불안, 한반도 평화협정 교착상태까지 짊어지고 있다. 청년층과 집 없는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가해자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달군 쇠 같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세상의 모든 권력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참된 권력은 섬김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섬기는지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소설가·평화재단 이사 15·16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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