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우리 정치엔 ‘메타인지’가 없다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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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9 16:18  |  발행일 2026-07-30
진화 못하고 구태 빠진 이유
‘너 자신을 알라’ 관통 화두
저열한 비난에 거리낌 없어
드잡이 여의도는 저잣거리?
‘나쁜 정치’ 악순환 끊어야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지난 4월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세계신기록(1시간 59분 30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인류 최초로 마의 2시간 벽을 깬 서사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기록은 2시간 29분 19초 2. 90년 사이 기록이 30분 당겨졌다. 기록 단축은 마라톤의 진화, 인간 한계의 진화다.


생물이 진화하듯 사물도 기술도 진화한다. 작금의 AI 범용화 시대는 기술의 진화가 만들어낸 신세계다. 상상의 신세계를 현실로 변환하는 마법의 소재 반도체 또한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E는 12단 적층 방식으로 밀도를 높여 전력을 저감하고 속도·성능을 향상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정치다. 메타인지가 없어서일까.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치는 4류"라고 말한 게 1995년. 어언 30년이 지났건만 한결같이 구태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통제하는 정신작용을 말한다.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1970년대에 정의한 용어다. '인지에 대한 인지' '생각에 대한 생각' '상위인지'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소크라테스의 아포리즘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사실은 고대 그리스 델포이 신전 내부 기둥에 새겨진 글귀다. '너 자신을 알라'를 관통하는 화두가 메타인지다.


우리 정치판은 메타인지 실종 상태다. 메타인지가 없으니 저열한 비난에 거리낌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겨냥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왜 뻔한 소리를 샌프란시스코 가서 하느냐, 관세 협상 하나 못하면서"라고 저격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소는 잡아먹는 편이 낫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AI 동맹을 공고히 하고, 세계 AI 영토를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 CEO들과의 외교 지평을 넓혔다. 한국 기업과 엔비디아, 앤트로픽, 오픈AI, 브로드컴은 1천400조원 규모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6·3 지방선거 직전 8박 10일 미국 방문에서 고작 차관 비서실장이나 만난 장 대표가 비판할 계제는 아닌 듯하다.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선 '재명아, 고등학생 말고 나랑 싸우자'는 손팻말을 들었다. 품격 실종 야당 대표의 민낯이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은 호남 반도체 800조원 투자가 결정되자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김부겸 후보에게 공약을 지키라며 억지를 부렸다. 낙선했지만 공약은 지키라고? 황망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눈물의 호소에도 끝내 선택받지 못한 김부겸의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낙선 공약' 얘기가 나올 리 없다. 메타인지가 결여됐다는 방증이다. 설사 대승적으로 김 전 총리가 대구경북 현안 해결에 나선다 해도 말발이 먹히겠나. 주제넘은 오지랖이란 비아냥만 돌아올 게 뻔하다. 굳이 김부겸을 써먹겠다면 '더 큰 일꾼'으로 만들면 될 일이다.


대거리 정치, 드잡이판 국회도 메타인지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파묘' 네거티브로 시끌벅적하고, 국민의힘은 생경한 멱살잡이를 시전했다. '여의도'가 저잣거리? 정치인의 메타인지 부재는 여야 대척을 격화하고 강성 당원들의 세력화를 고무한다. 이를테면 '나쁜 정치'의 악순환이다. 이러면 정치는 진화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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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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