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언택트 관광명소 .4] (TV 속 포항 스토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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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7 07:54  |  수정 2021-07-22 14:35  |  발행일 2021-06-07 제11면
'동백이' 걷던 옛 일본인 거리 곳곳 감동·추억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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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촬영된 '까멜리아'.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고아이자 미혼모인 주인공 동백이가 마을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드라마는 시작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까멜리아는 카페로 바뀌었고, 관광객의 인기 코스로 자리잡았다.
포항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에는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집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거류지였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아직도 물씬 풍겨난다. 30년 전 많은 사람을 울렸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이곳은 일본의 어느 거리였다. 생각만 해도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고 눈이 뜨거워지던 드라마였다. 이제 이곳은 '동백이'가 활짝 웃는 거리다. 사랑과 사람에게 한없는 긍정을 보내는 길이다. 마음에 따뜻한 봄바람 한 자락 불어온다.

주인공 술집 '까멜리아' 카페 변신
드라마 이름 딴 가게도 여럿 등장
포스터 촬영한 계단 항구 한 눈에
인근엔 아라예술촌·과메기문화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동백이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고아에 미혼모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편 하나 없이 늘 위축된 채 살아온 그녀는 말수도 적고, 목소리도 작고, 행동 자체도 늘 조심스럽다. 그런 그녀가 옹산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9년 방영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다. 제작진은 '씨족 사회처럼 끈끈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동화를 연상케 하는 공간'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포항 구룡포. 오래전 일본인들이 살던 거리에 가상의 마을 옹산이 만들어졌다.

옹산 마을에서 동백이는 구설의 대상이었다. 마을의 불행과 잘못은 모두 동백이 탓이었다. 손가락질 받고, 구박 받고, 외면 받는 동백이에게 이상하고 낯선, 그렇지만 싫지 않은 용식(강하늘 분)이가 나타난다. 어렸을 때부터 정의의 사도로 각종 범죄자들을 맨손으로 때려눕혀 시험도 안 본 채 경찰이 된 청년이다. 용식은 서점에서 처음 동백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되고 동백에게 항상 예쁘다, 멋있다, 잘났다, 장하다고 말해준다.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사랑 앞에 주저함이 없는 용식이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 동백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나쁜 길을 선택한 향미(손담비)는 동백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사람 간의 정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드라마는 동백과 용식의 사랑 이야기, 옹산 마을 주민들과의 우정, 그리고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를 파헤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저기 골목길에 향미의 빨간 스쿠터가 보인다. 걸음이 빨라진다. 동백이의 가게 '까멜리아'다. 외부 촬영은 이곳에서, 실내 촬영은 경기 김포에 있는 세트장에서 진행했다. 원래는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되던 '문화마실'이었고, 80여 년 전에는 누구나 묵고 싶어 할 정도로 좋은 여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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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의 포스터(위쪽)는 일본인 가옥 거리에서 구룡포 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촬영됐다. 바다를 감싼 융성한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까멜리아는 최근에 카페가 됐다. 내부는 '동백꽃 필 무렵'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좀만 더 오세요 동백씨! 한 발자국 더.' 용식이의 외침을 쫓아간다. 가게 뒤편에 자그마한 옹산 오락실이 있고 또 거기에 용식이가 동백에게 깜짝 생일파티를 해줬던 장소가 있다. 동백꽃과 불빛으로 가득했던 이곳에서 동백이는 울며 말했다. '나는 걸을 때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나를 자꾸 고개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거 같고. 자꾸 또 잘났다, 훌륭하다 지겹게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으니까. 그래서 화딱지가 나. 더는 안 참고 싶어진다고.' 그렇게 조금씩 동백이는 고개를 들게 된다.

까멜리아 오른쪽에는 드라마 이름을 본 딴 동백서점이 있다. 책과 동백 관련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내부의 합벽을 터 까멜리아와 통하게 해 두었다. 서점 창문에 노규태 군수 후보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력란에 적힌 '2019년 까불이 검거에 도움'이라는 글귀 앞에서 웃음이 터지고 만다. 까멜리아 왼편에는 '카페 까멜리아 인 구룡포'가 있다. 2013년 월드로스팅 챔피언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은 1927년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동백점빵' '동백 상회' '구룡포에 과메기가 필 무렵' 등 드라마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이름을 만날 수 있다.

'호호면옥'은 옹산 마을 서열 1위인 용식이 엄마의 가게 '백두게장'으로 사용되었던 집이다. 옆의 동백꽃 의상 체험실은 드라마 전 출연진의 의상 및 분장실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셰리 미용실은 동백이가 향미를 감싸다가 옹산 3인방에게 미움을 받고 울음을 터트린 곳이다. 동백에게 만큼은 기어코 돈을 더 받아야겠다며 배짱을 부리던 채소가게 아줌마, 시기와 질투로 동백을 늘 구박하던 준기네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은 구박은 하지만 김치만은 꼭 챙겨주었고, 떠나는 동백에게 이삿짐을 담을 박스와 함께 선물을 툭 던져주었다. 투박하지만 다정했고 말은 한없이 얄밉게 하면서도 그 속에는 끈끈한 정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동백이 그랬던 것처럼 이 마을 또한 정겹다.

'동백꽃 필 무렵'의 포스터는 일본인 가옥 거리에서 구룡포 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촬영됐다. 바다를 감싼 융성한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도 보인다. 동백이를 향해 용식이가 미친 듯이 달리던 곳이다. 이 계단에서 주인공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왼쪽으로 커다랗고 파란 바람꽃이 핀 길을 따라간다. 그곳에 동백이의 집이 있다. 대문 앞 계단에 슬그머니 앉아 본다. 마을의 푸른 지붕들과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고요하다. 매일이 시끄럽던 옹산 골목, 지겹게도 얽혀 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정말 하늘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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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의 생활문화센터인 아라예술촌

◆구룡포 공원, 과메기 문화관, 아라예술촌

구룡포 공원에 오르면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물고 서로를 휘감고 있다. 구룡포 전설의 용이다. 신라 진흥왕 때 갑자기 바다에 큰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거대한 용 열 마리가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바다로 떨어졌단다. 그러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면서 폭풍우가 그치고 바다가 잔잔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용두산 아래 깊은 소가 있는데 이 소안에 살던 아홉 마리 용이 동해로 승천했다고 한다. 아홉 용, 구룡이다.

구룡 곁에는 비문이 지워진 비석이 있다. 도가와 야스브로 성덕비다. 일제강점기에 구룡포 방파제 축조와 도로 개설에 관여한 야스브로를 위해 당시 일본인들이 세운 비다. 광복 후 주민들이 시멘트로 비문을 덧칠해버렸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의 분노와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는 신사가 있었다. 영일만이 지척인 구룡포는 군사적·경제적으로 좋은 입지였고 갈퀴로 쓸어 담을 만큼 고기도 잘 잡히는 곳이었다.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영덕 축산항까지 맨눈으로 보였으니 얼마나 탐이 났을까. 지금 이곳에는 국권회복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다 돌아가신 분들과 6·25전쟁 때 산화한 호국 영령을 기리는 충혼탑과 충혼각, 그리고 구룡포 어민들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용왕당이 자리한다.

충혼각 옆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아라예술촌이 나타난다. 구룡포의 생활문화센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있고 각종 전시와 공연, 소규모 발표회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에서는 접시·도자기 등 다양한 도예체험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과메기 문화관이 있다. 주차장도 넓고 잔디밭도 넓다. 원래 이곳에는 구룡포동부국민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1946년 개교한 학교는 2011년 폐교 되었고 그 자리에 과메기문화관이 들어섰다.

과메기문화관은 포항의 자랑인 과메기의 품질관리와 홍보를 위해 건립되었다. 1층에는 기획전시관과 어른·청소년·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교실, 그리고 과메기를 비롯한 포항의 다양한 특산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및 시식할 수 있는 특산물 판매장이 있다.

2층에는 과메기 연구센터와 진짜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는 해양체험관, 심해를 경험할 수 있는 가상해저영상체험관이 있다. 3층에는 문화관의 주테마관인 과메기 홍보관이 있다. 과메기 유래와 역사, 과메기 덕장, 과메기 주점, 과메기산업 등 과메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공간이다. 과메기의 본고장인 구룡포읍의 유래와 역사도 이곳에서 접할 수 있다. 펭귄·북극곰과 함께 북극을 체험해보는 증강현실(AR) 존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다. 4층에는 각종 놀이 공간과 카페, 야외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의 이름은 어화만대. '물고기를 부르는 고깃불이 밤마다 가득 꽃으로 만발한다'는 뜻이다. 지금 구룡포항에는 지난밤 꽃으로 피었던 배들이 쉬고 있고 바다는 윤슬로 가득하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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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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