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일상의 시선] 책이 주는 달콤한 평온

  •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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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4   |  발행일 2021-06-04 제22면   |  수정 2021-06-04 07:12
책을 통해서 교양과 지식을

교류하는 북카페·독립서점

거대자본과 결탁되지 않은

개인취향 풍기는 공간통해

이웃과 교감·소통 이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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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대구문학관장

#북 카페

청도 화양의 읍성 부근에 오마이북이란 북카페가 있다! 말 뒤에 느낌표를 단 것은 이 말의 여운을 느끼려는 심사 때문일까? 그만큼 인상적인 곳이다. 가창에 살면서 사흘이 멀다하고 만나는, 청도가 고향인 화가 박중식과 자주 가까운 청도지역을 돌아다니며 식사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가 안내해준 곳이다.

처음 둘러보고는 "와, 이런 곳에 이런 곳도 있구나"라고 탄성을 질렀다. 개울가의 3층 건물. 1층은 서점, 2층은 카페, 3층은 살림집으로 쓴다. 입구의 '책이 주는 그 모든 달콤한 평온-바로 여기 오마이북'이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커피를 시키며 이 서점의 주인이 아주 젊다는 데서 색다른 신선감을 느낀다. 전에 대구에서 서점을 운영했다고 귀띔하는 걸 얼핏 듣는다. 서점 안의 상큼한 디자인 감각과 책의 알찬 선택, 그리고 공간 구성의 밀도 등이 그런 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이루어진 것이리라. 이후 나는 때때로 이곳에 들러서 책들을 둘러보고,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내다보며 계절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청도에는 이곳 외에도 '시골책방 봄날'이란 북카페가 있다. 유등연지를 지나 작은 개천을 따라 과수원 사잇길로 해서 물어 물어서 찾아드는 시골길이지만, 서점이 있어서 그런지 동네 분위기가 상큼하고 단아한 기분을 자아낸다.

#독립서점

그러고 보니 대구에도 최근 동네 서점들이 꽤 생겼다. 20여 곳이나 된단다. 이름이 꽤 알려진 더폴락이 내가 근무하는 향촌동 골목 안에 있어서 가끔 들러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독립출판물들을 눈여겨본다. 고스트북스, 치우친취향, 곁에둔책방 같은 매력 있는 작은 간판들을 단 서점들도 독립출판물들을 주로 다룬다.

담담책방, 더코너북스, 스튜디오콰르텟, 굿브랜딩북스, 심플책방, 커피는책이랑, 차방책방, 이층책방 등 다양한 취향의 책들을 골라 판매하는 서점들도 있다. 물레서점이나 시인보호구역 등은 여러 문화공간 활용과 함께 운영된다. 내가 사는 가창에는 곧 미술 관련 전문 독립서점도 열릴 예정이다.

이런 서점들은 대체로 외진 골목에 있어서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다. 오전에 들르면 고즈넉한 느낌도 있어서 구석에 앉아 책을 고르거나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쏠쏠하다. 책 속에 파묻혀 서재에 앉아 있을 때의 그 안정감과 미묘한 정신의 깊이도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기분에다 운영자들의 취향과 지식을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교감과 소통의 마음이 이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일 터이다.

독립서점은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점이다. 개인이 내는 작은 서점이다. 개인 취향이 물씬 풍긴다. 이와 대립되는 게 대형 체인형 서점으로 대규모 투자 자본가나 기업이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 이후 반스앤노블과 보더스 같은 대형 체인형 서점이 확산됐다. 반스앤노블은 아마존과 함께 1990년대 온라인 서점을 본격 시작함으로써 중소형서점이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정은 같다.

독립서점은 이에 반해 거대자본과 손잡거나 큰 유통 체계에 의지하지 않는다. 주인 취향대로 꾸미는 것이다. 주인이 가진 책들을 기반으로 교양과 지식을 나누면서 카페라는 휴식의 공간을 함께 누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동네마다 이런 작은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서 글 읽기의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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