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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규제 혁파를 명분으로 도로 중간에 설치되어 있던 전봇대를 뽑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 뒤 바로 추진했던 일이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였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수개월간 야당·시민단체와 공방을 벌이다가 2008년 11월 헌재가 종부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종부세 무력화를 단행했다. 과세기준을 올려 과세 대상자를 크게 줄이고 세율을 낮췄으며, 과표구간도 세부담을 경감하는 쪽으로 조정했다. 2007년 48만명에 달했던 과세 대상자는 2009년 21만명으로 격감했고 세수도 같은 기간에 2조7천671억원에서 9천677억원으로 감소했다.
세수 구성 또한 크게 변했다. 세법 개정 이전에 1위였던 주택 종부세가 3위로 밀리고, 나대지에 부과하는 종합합산토지 종부세와 빌딩 부속토지에 부과하는 별도합산토지 종부세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만일 이때 종부세가 무력화되지 않았더라면, 작금의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약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시도를 지켜보던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2008년 9월 '슬픈 종부세'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종부세는 장점이 많은 세금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면에서 그 어떤 규제보다도 효과적이고, 고소득자에 비해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세를 부담하는 전체 세제의 불공평성을 획기적으로 보완하며, 세무사를 동원해 봤자 납세액을 줄일 수 없고, 세수 전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 지자체 간 재정능력의 격차를 줄인다. 이 교수는 칼럼에서 종부세가 이와 같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왜곡된 여론 때문에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는 슬픈 운명에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대와 달리 종부세 복원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부동산 광풍 앞에서 보유세 강화를 뺀 투기억제 대책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2020년 하반기가 돼서야 의미 있는 복원 방침이 부동산 대책 발표문에 담겼다. 내용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율을 더 인상하고 과표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강화된 종부세가 실제 부과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 표결을 통해 종부세 과세 대상을 축소하고 세 부담을 가볍게 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지난 18일에 벌어진 일이다. 1주택자의 경우 상위 2%를 대상으로 과세한다는 '기묘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여기에는 4·7 재보궐 선거 패배가 부동산 과세 강화에 기인한다는 진단과 함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고가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가볍게 해주어야 한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두고는, 상위 2%를 대상으로 과세할 경우 매년 종부세 기준선을 예측하기 어렵고, 다주택자나 토지·빌딩은 가액 기준으로 과세하면서 1주택자 주택만 계층 비율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조세체계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부담 경감 폭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간신히 궤도에 오른 종부세 복원 정책을 무효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 담긴 세금이다. 입만 열면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종부세를 슬픈 운명에 빠뜨리려 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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