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국민의힘 TK 유일 최고위원 김재원 "최재형 출사표 진심으로 바라…윤석열과 대선 경선땐 최고의 카드"

  • 이영란
  • |
  • 입력 2021-07-07   |  발행일 2021-07-07 제13면   |  수정 2021-08-10 15:51

KakaoTalk_20210704_173426560
야권 최고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정권교체 열망이 매우 강하다"면서 "진영싸움과 후보 개인의 돌파력으로 결정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례없이 흥행을 거둔 6·11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에 입성한 지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의성 출신으로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활동해온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다. 지지율이 오르고 당원이 크게 느는 등 한 달 동안 '국민의힘 호'의 항해는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다. 젊고 발랄한 이준석 대표의 거침없는 개혁행보에 다양한 경험치가 쌓인 김 최고위원의 조언이 뒤를 받쳐주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근 야권의 최다 미디어 노출 정치인답게 여론을 주도하는 다양한 어젠다를 끄집어내면서 비로소 '자기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당내 최고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 최고위원을 지난 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차기 대통령 선거 전망과 향후 정치행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장 선거서 전지역 승리
차기 대선까지 이길 가능성 커
국정농단 수사로 너무 큰 고통
좌파정부 이 땅에서 사라져야

이준석 리더십에 디테일 강해
공천 시험제는 변형 포퓰리즘
친박에서 벗어날 생각 없지만
이젠 '하도급 정치' 그만할 것

대구경북 현안 대선공약 반영
'구박덩이 착한딸' 더이상 안돼


▶국회의원 낙선 후 1년 만에 거둔 성과인데 소회가 남다르겠다.

"공천 과정에 이런저런 가슴 아픈 일을 겪었고 그후에도 말 못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솔직히 말해 정치에 들어온 지 16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과연 뭘 위해 이렇게 젊은 세월을 다 보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제 남은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며 이것을 계속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도 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방송에 나가 우리 당을 위해 조금이라도 대변을 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 같은 데는 전혀 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빠져 나갈 생각이 컸다.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철수는 오지 않는다'는 글을 시리즈로 13회 썼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 시대 주류였던 사람으로서 선거 승리를 위해 뭔가 기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울·부산시장에서 이기자 당 분위기가 기고만장해지는 것 같았다. 자칫 지난 총선처럼 지려야 질 수 없는 (대통령) 선거를 다시 참패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준석 지도부체제 한 달을 자평하면.

"전당대회 이후 우리 당이 아주 좋아졌다. 내가 기여한 것은 별반 없고 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해서다. 이 대표가 특별히 불안한 사람도 아니고 리더십도 있다. 머리가 좋고 디테일이 굉장히 강하다. 정치적으로도 훈련된 사람이다. 단지 대선을 앞두고 젊다 보니 현실에서 벗어난 판단을 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는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당 지도부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거나 판단을 해서 선거에 지고 당의 역량을 무너뜨린 것을 수없이 봤다. 만약 대선을 관리해야 할 당 대표인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당을 끌고 가면 큰일이다. 아직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 대구경북을 위해 할 일이 적지 않다고 보는데.

"지역 예산을 챙기고 현안 해결은 원내에서 해야 할 일이다. 대구경북의 위상이 회복돼야 한다는 점을 당 지도부에 이야기할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자판기처럼 표만 대주고 천덕꾸러기로 대접받는 것은 더 이상 안된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모든 현안을 대선 공약에 집어넣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타면제가 되는 경우가 많고 예산 배정도 잘 받는다. 더 이상 대구경북이 착한 딸 노릇하면서 구박받는 신세가 되지 않도록 만들겠다."

▶차기 대선을 어떻게 보나.

"정권교체 열망이 너무 강하다. 선거제도가 생긴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지역 전 자치구를 다 이긴 경우는 이번이 유일하다. 바꾸겠다는 것이다. X파일이니 뭐니 다 필요없다. 차기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 크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재명 도지사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윤석열·이재명) 둘 다 파일이 있기 때문에 검증 이야기는 그리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본다. 진영싸움과 후보 개인의 돌파력으로 결정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행보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한다. 다만 기대수준은 굉장히 낮았다.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진 것에 직공을 해버렸다. 입당 문제도 그런 판단이 맞다고 본다. 우리가 과거에 정권을 찾아올 때 이명박·박근혜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고 지방권력도 갖고 있었다. 야당이었지만 아직은 우리가 주류였다. 지금은 다 뺏긴 상태다. 그리고 너무나 무력하게 당했다.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윤석열처럼 좀 건들거리고 세게 보이는 사람을 갈구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센 척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정치 일정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반밖에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우리와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시작만 하면 우파진영에서는 곧바로 넘버 투가 될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전 총장과) 둘이서 경선에 참여해서 뛰는 것이 제일 좋은 그림이다. 최고의 카드가 될 것이다."

▶당내 후보들의 약진 가능성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본다. 이번 이준석 대표가 등장함으로써 유승민 전 의원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다. 사람들은 유승민과 친하기 때문에 이준석을 찍어준 것이 아니라 유승민과 친하기 때문에 덜 찍었다. 그리고 기성정치인에 대한 비토다. 기성 정치인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라고 본다."

▶이준석 대표의 공천 시험제 공약을 반대하고 있다.

"공천 시험제도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한다. 선택을 국민이 하게 해야 한다. 공천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은 동의한다. 시험을 통해서 후보를 뽑는 것은 결사 반대다. 컴퓨터를 못하고 자기표현 능력이 없는 사람을 끊어내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더 훌륭한 사람이 뽑힌다는 전제가 말이 안 된다. 유권자 중에서는 꼴 보기 싫은 사람을 걷어내라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변형된 포퓰리즘이다. 공천권을 행사 말자 또는 공천제 폐지하자 한다면 반쯤 찬성이다. 공천권을 완전히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더 좋다."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오는데.

"대선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이후에는 자유계약 선수다. 어떤 식으로 현업에 복귀할지 좀 더 생각해 보겠다. 요즘처럼 간절하게 정권교체를 위해서 활동한 적이 없었다. 이른바 국정농단이라 하며 수사할 때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 말로 밝힐 수 없을 만큼 주변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단순히 그전과 그 후가 그냥 인간관계가 다 끊겼다. 심적인 고통이 너무나 컸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이 윤석열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고 탄핵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정부와 좌파정부가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역정을 보면 부침이 많은 정치인이다.

"국회의원이 된 2004년 이후 17년 동안 공천을 3번이나 받았고, 또 3번이나 공천에서 떨어지고 배우면서 56세가 됐다. 개인적인 불행은 내가 친박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친박이 아니었으면 공천 3번 떨어지지 않고 5선을 했을 것이다. (내가 원해서라기 보다) 내 땅이 친박이어서 친박이 된 것이다. 친박에서 벗어날 생각도 없다. 이제는 하도급을 받아서 정치하는 것은 그만하겠다."

▶불행 속에서도 정치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가 뭔가.

"엉겁결에 정치판으로 끌려 들어가 내 인생이 없어졌다. 정치는 늘 고통만 안겨주었다. 정치인으로 권력을 누려본 적도 없다. 정무수석으로 늘 뒤치다꺼리 했다. 국회 원내수석부대표 때는 세월호사건 이후 뒤치다꺼리 했고, 예결위원장 때도 비슷했다. 지역구 비례대표도 다 경선시켜 뽑았다.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것을 챙겼다면 아마 수사받을 때 교도소 갔을 것이다. 그런데 저에게 다가온 불행도 정치 때문이지만, 성취감도 보람도 정치 때문이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행복했던 날이 거의 없는데 또다시 그 언저리를 맴도는 건 마치 신내림 받은 박수무당이 어쩔 수 없이 작두를 타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2030'의 정치 입문이 늘고 있다.

"정치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공적 목적을 위해 희생하는 곳인데 부와 권력을 잡겠다면 불행해진다. 정치는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하고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하도급 받아 정치하는 것은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이 이 사회에 필요없다 하면 내려놓을 것이다. 또 나의 말에 개인적인 욕심이 드러난다면 내 옆의 사람이 집에 가라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은퇴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향에 가고 싶다. 땅도 봐 두었다. 부모님 산소를 돌보고 개 한 마리와 살아갈 컨테이너 하우스를 준비하고 있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김재원= △1964년 경북 의성 출생 △대구 심인고·서울대 법대 졸업 △제31회 행정고시·제36회 사법시험 합격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행정사무관·서울중앙지검 검사 △제17·19·20대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국민의힘 최고위원(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