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뱃살 늘고 눈물 '핑'…男갱년기는 증상 더디게 진행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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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7 07:41  |  수정 2021-08-17 07:43  |  발행일 2021-08-17 제16면
30대후반부터 남성호르몬 줄어 발생…주사·경구제 등으로 보충해 치료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보다 내분비계 질환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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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는 성별 구분 없이 찾아온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은 갱년기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전하다. 여성과는 달리 증상과 진행이 모두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남성은 30대 후반부터 성호르몬 분비가 매년 1% 이상씩 서서히 감소해 70대에는 30대의 2분의 1, 80대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남성호르몬에 대한 표적 세포의 민감성도 감소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남성 갱년기는 '40대에서 55세 사이 남성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노화현상으로 남성호르몬 감소로 중년 이후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정신 및 심리적 상태,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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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호르몬 저하되면 골절도 쉽게 발생

나이가 들면 남성의 골밀도도 낮아진다. 남성의 연령 증가에 따른 일차성 골다공증의 원인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남성 호르몬 농도의 감소다. 따라서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게 골절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근육량이 감소하고 복부를 중심으로 한 체지방도 증가한다.

노화에 따른 근육 변화는 노인 남성의 활동도를 저하시키고 쉽게 넘어지거나 골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발기력, 극치감, 성행위 빈도, 성적 활동에 대한 관심 등 성 기능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 남성은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이도 활력 감소, 우울증, 두통, 성욕 저하, 수면 이상, 전신 피로, 졸림, 집중력 저하 등의 전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남성호르몬을 측정해보면 남성호르몬이 정상 이하이거나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안면홍조, 시력과 청력의 저하 및 생식력의 저하와 같은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남성 갱년기 진단은 남성호르몬 측정으로 이뤄진다. 남성호르몬 측정은 오전 중(8~12시)에 혈액을 채취해야 하고 1주 간격으로 2회 측정하는 것이 좋다. 정상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치가 8nmol/L(230ng/dL) 미만이면 치료가 필요한 남성갱년기로 진단된다. 정상은 12nmol/L(340ng/dL) 이상이다. 남성 갱년기 증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설문지가 이용되기도 한다. <표 참조>

남성 갱년기 환자를 진단할 때 고혈압, 당뇨, 고지질혈증, 비만과 같은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만성대사증후군 질환들은 남성호르몬 대사와 성기능장애와도 연관이 있다.

◆남성갱년기 내분비 질환으로 인식해야

남성갱년기의 치료는 호르몬 보충 요법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은 남성 호르몬, 성장 호르몬, 멜라토닌 등을 단독 혹은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은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으로, 국내에서 임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방법은 △주사제 △경구제복용 △경피제(피부에 부착하거나 바르는 방법) △비강내 분무 등이 있다.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방법은 주사제로 3~4주에 한 번씩 근육주사를 하게 된다. 충분한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에 도달할 수 있고 수 주일 동안 유지된다. 다만 정상적인 생체 리듬인 호르몬의 하루 중 혈중 농도 변동과 다르고, 생리적 용량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유지해 유방통 등이 생길 수도 있다.

경구제복용의 경우 간독성이 있어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는 지용성 약물은 간독성이 거의 없고 효과적으로 혈중 농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생리적인 농도 이상의 높은 혈중 농도가 유발될 수 있고,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하고, 반감기가 짧아 하루 2회 이상 복용해야 한다.

경피제는 일반 피부, 음낭 등에 부착하는 방법, 피부에 바르는 방법 등이다. 주사제, 경구제와 비교해 남성호르몬의 생리적 혈중 농도와 가장 유사한 혈중 농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추천되지만 피부자극,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비강내에 분무할 수 있는 제제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사용하기에 간편하고 흡수력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코 불편감, 비염과 같은 이상 증상이 보고되고 있어 사용 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남성호르몬보충요법은 그 역사가 짧아 아직까지 정립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 만큼 모든 다른 수술적 또는 내과적인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노인 남성에서의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도 그 이득과 위험성을 의사와 환자가 사전에 잘 이해하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했다.

영남대병원 문기학 교수(비뇨의학과)는 "현대의학의 패러다임은 과거와는 달리 단순한 질병의 치료, 수명 연장이 아닌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맞춰져 있다. 특히 남성갱년기는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는 자연적인 노화 현상이 아닌 질병, 즉 당뇨나 갑상선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내분비 질환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남성갱년기가 의심되면 진단을 받은 후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서 흡연과 과음은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성생활을 하는 생활 습관의 교정도 함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문기학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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