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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의 'DAC 아티스트 온 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박재홍.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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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의 'DAC 아티스트 온 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박재홍.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
문화예술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은 가정의 재정적 지원이 없을 경우 쉽게 꿈을 포기한다. 박재홍이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과정에는 다행히 지역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동네에서 피아노를 좀 치는 학생'이었던 박재홍은 지역 공교육 프로그램과 지역 공공 공연장 무대에 서면서 차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나갔다.
◆대구예술영재교육원서 잠재성 발굴
박재홍이 재능있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이 꼽힌다. 예술 분야 영재 교육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박재홍 외에도 이곳을 거쳐 간 대구 출신 퍼커셔니스트(타악기 연주자) 박혜지도 2019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타악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고 제네바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6개 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예술영재교육원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채우기 전 서진중 교장은 국가 차원에서 예술 영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을 거친 그는 교직에 들어온 이후 예술에 재능이 있지만, 가정 형편상 꿈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장학사로 대구시교육청에 근무할 당시 옛 도남초등 건물 활용방안을 제안해달라는 공문이 내려왔고 채 전 교장은 예술영재교육원을 만들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안이 채택돼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설립이 추진됐고, 2005년 10월 전국 최초의 예술영재교육원으로 문을 열었다.
박재홍은 2009년 복현초등 4학년 재학 중 처음으로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음악 영재 교육대상자로 선정돼, 성화중에 다닐 때까지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채 전 교장은 당시 담당 장학사로 예술영재교육원 선발 시험 면접에서 초등학생이었던 박재홍을 처음 봤다.
채 전 교장은 "재능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그 재능을 발휘 못 하는 건 너무 비참하지 않나. 이런 인재를 키우는 게 교육청이나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예술영재교육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소 운영방식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음악 영재를 뽑아 학생들의 전공에 맞춰 국내외 유명한 교수들을 초빙해 방과 후에 무료로 레슨을 받도록 했다. 실기 수업 외에 감상, 작곡 등 음악 이론 수업도 병행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호주, 미국 등 해외 무대에도 오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박재홍을 가르쳤던 이성원 계명대 피아노 전공 교수도 예술 영재의 잠재력을 발굴해내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홍이는 당시만 해도 동네에서 그저 손을 좀 돌리던 학생이었고,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잘하리라고 상상을 못 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좋은 피아노로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기초를 다졌고, 본인도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지역 공연장 무대에도 섰던 박재홍
박재홍에게는 지역 공연장 무대에서 쌓았던 다양한 무대 경험도 자양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이던 최현묵 달서문화재단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박재홍의 연주를 대구의 공간울림에서 본 뒤 2016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대구 출신 연주자를 초청한 기획 공연 '인 대구 월드와이드 아티스트' , 2018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리모델링 기념 음악회인 '팔공홀의 기억' 등의 무대에 올렸다.
박재홍은 실제 무대 데뷔는 이보다 더 앞선다. 박명기 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관장 재임 당시 박재홍 가족과의 오랜 인연으로 박재홍이 피아노를 시작한 5~6살쯤에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고 박재홍의 실력도 몰라보게 성장했다. 박 전 관장은 "재홍이가 피아노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던 때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던 '박명기의 음악 이야기' 무대에서 재홍이가 연주를 선보였다. 당시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던 것이 훗날 피아노 공부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관장은 박재홍의 또 다른 성장 배경으로 대구의 문화·예술적 토대와 제도적 지원을 지목했다. 6·25 전쟁 이후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대구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다양한 철학, 종교, 언어 등 문화기반이 지역 예술인 배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박 전 관장은 "6·25 이후 대구 문화예술 인프라는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고, 대구지역 예술 관련 단체 설립도 서울보다 앞선 경우가 많았다. 이후 계명대 등 지역 예술대학들이 유명 음악가들을 교수로 모셔왔고, 대구시립교향악단 또한 서울시립교향악단 다음으로 설립됐다. 또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춘 오페라하우스를 가질 정도로 대구시민의 문화적 수준과 역량은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인재 배출이 활성화되고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박 전 관장은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시스템상 재홍이 같은 친구들을 키우려면 지역 예술가들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 지방을 키우자는 의도로 (지역 문화예술계가) 과도하게 대구 사람만 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2002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뛰어난 인물이라면 외부 인사라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대구의 문화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더불어 예술인과 예술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의 확산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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