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NFT플랫폼 CANVERSE] 지역 신진·무명작가 등용문…원화 거래로 구매장벽도 허물어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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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8 07:31  |  수정 2021-10-06 11:22  |  발행일 2021-09-28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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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예술계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가 일으킨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 중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무명작가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거품'이라는 비판을 받던 NFT 작품 판매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아니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 작품이 무려 78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는 소식에 놀랄 겨를도 없이 국내에선 작가 마리킴의 NFT가 경매를 통해 6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엔 간송미술관이 NFT 열풍의 수혜를 입고 있다.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국보가 NFT로 제작된 최초의 사례다. 완판되지는 못했지만 개당 1억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100개 중 80개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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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집중된 예술품 유통
실력있는 지역 작가와 시장 연결
숙명처럼 여긴 물리적 한계 극복
국내 넘어 세계시장 진출도 기대
홍익대·서울대 등 작가전 이어
내달엔 지역 대학생 작품 선보여

미술 포함 모든 창작물 NFT 적용
프로구단 기념비적 우승 순간 등
추상적 개념도 제작·거래 가능해


◆2021년은 NFT 원년

NFT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로 콘텐츠에 고유한 소유권을 부여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미술품 혹은 이미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예술가가 디지털 그림을 만든 뒤 이와 연계된 NFT만 발행하면 이 NFT에 '해당 그림은 원본'이라는 식의 복제가 불가능한 식별코드가 입력된다. 쉽게 말해 디지털 원본 보증서인 셈이다. NFT는 온라인 경매 플랫폼 등에서 매매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동영상, 음원 등 블록체인 주소 삽입을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디지털 원본'으로 만들 수 있다. 영남일보 NFT전용 플랫폼인 'CANVERSE(canverse.org)'의 이태형 COO(최고운영책임자)는 "NFT는 단순히 미술 작품에 그치지 않고 모든 창작물·저작권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대구 연고 프로 야구팀의 기념비적인 우승 순간이나 의미 있는 기록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NFT로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21년을 'NFT 원년'으로 지칭한다. 대중에게 NFT가 확실하게 각인된 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글로벌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OpenSea)'의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었다. 이는 7월 총거래대금의 9배가 넘는 수치다.

◆NFT 통한 지역 작가 발굴 프로그램 선봬

국내 신진·중진 작가들의 NFT 진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소수가 누리는 작품의 가치가 NFT를 통해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 계정에 작품을 올렸다가 이미지 도용 등의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지만 NFT를 통해 안심할 수 있게 됐다.

김향금 수창청춘맨숀 관장은 NFT 시장에 대해 "신진·청춘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만한 새로운 마켓이 등장한 것"이라며 "NFT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겠지만 무명작가들에게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폐시설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수창청춘맨숀은 미디어아트, 음악, 무용, 퍼포먼스 등의 종합예술을 통해 청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청년복합문화공간이다.

영남일보 NFT 플랫폼인 캔버스가 추구하는 것도 이런 NFT의 장점을 활용한 신진·무명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이다. 신진작가의 작품을 구매자에 잇는 매개체로서 작가와 소비시장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태형 COO는 "NFT가 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세상을 이끌 것"이라며 "캔버스는 NFT 미술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고 전했다. 캔버스는 지금까지 서울대, 홍익대, 이화여대, 한예종 출신 신진작가를 캔버스를 통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10월 중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의 작품도 NFT의 세계로 인도할 예정이다.

이태형 COO는 "캔버스는 오픈씨(Opensea) 등 타 NFT 플랫폼과 달리 가상자산이 아닌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NFT를 구매하고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없애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한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이 같은 NFT의 열풍은 지역 미술계에도 적지 않은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의 재능 있는 미술가들이 훌륭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술품 유통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던 것은 지역적 한계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좁은 데다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상대적인 불리함을 숙명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지역 미술계다.

하지만 NFT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향금 관장은 "NFT를 통한 작품 거래가 활성화되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을 겨눌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면서 "온라인상으로 작품이 전시됨에 따라 외국에 있는 컬렉터가 지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다른 나라 작가와의 교류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관장도 "소유권은 오직 소장가에게 있다는 시스템의 절대적 매력이 NFT 시장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면서 "실물과 연계할 수 있고 가치를 갖는 모든 데이터를 대상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시각적 요소도 가상화폐와 달리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재욱 작가도 "가상현실의 갤러리에서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NFT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서 "레드오션화되어 버린 기존 시장보다는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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