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시월에 적은 액수라도 작은 동아줄 하나 제발 내려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 김호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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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5 09:54  |  수정 2021-10-06 18:10  |  발행일 2021-10-06 제12면
대구 달성군 가창골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다녀온 뇌병변장애 1급 이준희씨
"일하는 장애인이면 다달이 나오는 기초급여 환수하겠다니 이게 진정 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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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씨는 지난 1일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추모제에 다녀온 뒤 현재 자신이 처한 10월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뇌병변장애 1급으로, 출생당시 탯줄이 목을 감기는 바람에 '청색증'이 발생해 언어를 담당하는 뇌가 손상된 그는 말을 할 수 없어 카카오톡 메신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준희씨 제공

"눈시린 새파란 하늘아래 총성이 울려졌습니다/ 넓은 복들이 강토위 흐른 1년 후/ 재건에 지원하겠다건 미소는/ 슬그머니 여우 기백으로 변했습니다/ 배고파서 사람을 움직이는 노동아닌/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일달라고/ 소리치는 사람 인민들/ 입막고 총구를 겨눴습니다…총만없지 달라진 게 무엇입니까/ 잊을만하면 터지는 산업 사건사고들/ 시정하겠습니다 말을 몇번 더 들어야 합니까/(이준희 씨의 메모 '대구 시월을 아시나요?'중에서 발췌)"

10월이 시작된 첫날 대구 달성군 가창골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인근에서 추모제에 다녀온 이준희(35·대구시 북구 칠곡)씨를 만났다. 1946년 당시 절실했던 노동자들과 지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막막한 자신의 처지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1946년 10월과 2021년 10월 사이 75년은 골짝서 솟은 울분들이 대를 잇고 있을 뿐이다. 꿈도 미래 설계도 꿈조차 못꾸는 저에게 시월은 소리치고 싶은 달"이라고 전했다. 뇌병변장애 1급으로, 출생당시 탯줄이 목을 감기는 바람에 '청색증'이 발생해 언어를 담당하는 뇌가 손상된 그는 말을 할 수 없어 카카오톡 메신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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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씨는 지난 1일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추모제에 다녀온 뒤 현재 자신이 처한 10월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뇌병변장애 1급으로, 출생당시 탯줄이 목을 감기는 바람에 '청색증'이 발생해 언어를 담당하는 뇌가 손상된 그는 말을 할 수 없어 카카오톡 메신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준희씨 제공>
코로나로 고용이 더욱 불안해진 시대에 그는 "좋아진 복지라고들 하는데, 일하는 장애인이면 다달이 나오는 기초급여를 환수하겠다니 이게 진정 복지인가"라며 "이 올가미에 걸려 일하고 싶어도 사회에 뛰어들 용기와 돈 모아서 뭘 해봐야지 하는 게 꾸지 못할 꿈일 뿐"이라며 절벽같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한 때 시를 쓰고 사진을 찍어 시인 등단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간직하고 있는 시가 100여편은 족히 넘는다. 특히 하늘과 구름, 자연을 스마트폰 앵글에 담아 시와 사진을 연출하기를 좋아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꽤나 즐겼다. 하지만 최근 집안 사정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그것마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쉬고 있다.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살릴 수 있고, 사회적 참여가 가능한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올 시월에 적은 액수라도 상관없으니, 작은 동아줄 하나 제발 내려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저상버스를 타고 어렵게 10월항쟁 추모제를 다녀온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테라프로메사)에 관련 영상을 올렸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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