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惡貨(악화)의 良貨(양화) 驅逐(구축)을 경계한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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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9  |  수정 2021-12-09 07:09  |  발행일 2021-12-09 제면
배구단 내홍 숨어 있는 企銀

시진핑 배려 꼼수부린 WHO

대선 기화 舊殼 정치인 준동

작당 정치로 시대정신 외면

'포드 자본주의' 고집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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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논설위원

#장면1= IBK기업은행 배구단이 감독 경질 내홍에 휘말렸다. 외견상 세터 조송화 선수의 팀 무단이탈의 나비효과로 비쳐지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파벌과 알력과 나쁜 관행이 얽혀 있다. 상식적이라면 조송화는 물론 같이 팀을 이탈한 김사니 코치를 징계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구단은 서남원 감독을 경질하면서 김사니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여론이 들끓자 김 대행이 자진 사퇴했지만 후폭풍이 여전하다. 일부 선수들이 감독을 쫓아내려 태업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식당에서 신참 선수가 선배에게 '국셔틀' 하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은행 고위층 뒷배" 따위의 뒷말도 무성하다. 책임져야 할 기업은행 수뇌부는 숨어 있다. 윤종원 행장이 직접 사과하고 사태를 반듯이 정리하는 게 도리다.

#장면2=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오미크론으로 정했다. 그동안 WHO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그리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명명했다. 12번째 알파벳인 뮤 변이까지 이름이 붙여졌다. 원칙대로라면 13번째 글자인 뉴가 돼야 한다. 실제 오미크론 변이 발견 초기엔 뉴로 불려졌다. 하지만 WHO는 뉴와 14번째 알파벳 크시를 건너뛰고 오미크론으로 결정했다. 황당하고 작위적이다. 묘하게도 크시의 영어 표기 xi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Xi와 철자 및 발음이 동일하다. WHO는 질병 명명법을 따랐다는 허접한 변명을 늘어놨지만 시진핑을 배려한 꼼수라는 걸 누가 모를까. WHO의 대중(對中) 굴종은 낯설지도 않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시진핑 앞에서 조아리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역겹다.

두 장면은 원칙과 상식을 뭉갠 정파적 행태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고 정실(情實)이 규범을 훼손했다. '그레샴의 법칙'은 금화와 은화처럼 귀금속으로서의 가치가 다른 화폐가 동일한 액면가로 유통될 때 가치가 높은 금화는 사라지고 은화만 유통되는 현상을 말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말로 표현된다. 구축은 몰아낸다는 뜻이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듯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고 거짓이 진실을 덮고 무능이 능력으로 윤색되고 부정과 비리가 은폐되고 깜냥이 안 되는 인물이 득세하고 낡은 세력이 다시 준동한다. 정치판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을 기화로 구각(舊殼) 정치인이 발호하는 형국이다. 정치교체라는 시대정신은 침잠했다.

일부 '구태 기득권'은 대선 후보가 인증한 완장까지 찼다. 윤석열과 이준석의 갈등이 봉합되고 김종인이 합류했다. 하지만 미봉(彌縫)이다. 이를테면 '게젤샤프트 연합'이다. 주도권 다툼은 필연이다. 어떻게 귀결될까. 데이터·인공지능·블록체인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엔 거대 기회와 거대 위기가 공존한다. 미래 비전이 없는 '뒷북 정치'로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까. 100년 전 표준화된 거대 공장에서 대량으로 자동차를 찍어내던 '포드 자본주의'를 아직 고집한다면?

과거회귀형 정치인은 독선과 권위의 정치문법에 향수를 느낀다. 그들이 테크니움(technium)의 개념인들 알까. 대선 승리 방정식도 달라져야 한다. 인적 콘텐츠가 바뀌지 않으면 정권교체를 해봐야 정치교체·정치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나쁜 시나리오는 악화들의 작당정치로 양화를 몰아내는 것이다. 악화와 양화를 가려낼 유권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음속(초당 340m)이 발버둥쳐봐야 광속(초당 30만㎞)을 따라잡지 못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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