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벤처와 후츠파 정신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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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6   |  발행일 2022-01-06 제23면   |  수정 2022-01-06 07:12

코로나 사태에도 벤처캐피털(VC) 투자는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약 12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외 벤처캐피털의 국내투자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147개 국내 스타트업에 약 5조원에 이른다. 금액으로 따지면 2020년 투자액의 5배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4개나 탄생했다. 스타트업의 코스닥 상장이 늘면서 가능성 높은 벤처에 대한 해외 투자가 늘고 있다. 벤처의 부상은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해외 벤처캐피털의 국내 투자증가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자금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수천억 원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대감을 부풀게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형편없는 투자환경 속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벤처가 몰려 있는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세계 하위권이다. 실리콘밸리와 베이징·도쿄는 고사하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다.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아직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크게 낮다. 벤처를 부활시키려면 벤처 환경을 조성하고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인구 1천만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1천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생겨난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벤처기업만 100개가 넘는다. 이스라엘의 비결은 이른바 '후츠파 정신'과 입법 지원 덕분이다. 후츠파 정신은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묻고 도전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을 말한다. 이스라엘은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는다. 이스라엘은 엔젤법안을 세계 최초로 정착시켰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소규모 투자자들에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혁신성과 상업성만 입증되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성공하면 로열티 형태로 되돌려 주는 시스템이 있다.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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