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구미산 (龜尾山·해발 594m), 바위봉우리 올라서니 동쪽으로 무장산·함월산·토함산 남동쪽 오봉산·벽도산 일대 시원하게 펼쳐져

  • 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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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7   |  발행일 2022-01-07 제36면   |  수정 2022-01-07 08:34
경주국립공원구역에 속한 구미산
동학 창명된 천도교 성지 용담정 품어
용담정 입구엔 '최제우 기념관' 완공
정상 가는 능선 좌우로 쥐똥나무군락
정상에 오르면 조망안내도 왼쪽부터
어림산·금곡산·포항 운제산까지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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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봉우리에서 보는 경주 일대의 풍경.

구미산은 경주국립공원구역에 속해 있으며 토함산, 남산으로 불리는 금오산, 단석산에 이어 1974년 동학의 성지인 용담정을 품은 구미산지구가 추가되었다. 용담정 입구에 수운 최제우 기념관이 최근 완공되어 개장을 앞두고 있으며 동학 창시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전시관을 만들어두어 산행 후 볼거리가 생겼다.

오전 10시가 가까운 시각이지만 경주국립공원 공원지킴터이자 용담정 주차장에는 아직 햇살이 들지 않고 골바람만 매섭게 몰아친다. 햇살이 번지기를 기다리며 먼저 천도교 성지인 용담정을 올라본다. 용담정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 득도하고 동학이 창명된 천도교 성지로 교육관 같은 부속건물을 지나 200m쯤 넓은 길을 오르면 계곡 건너에 용담정과 용추각 정자가 있다. 용추각 앞을 흐르는 계곡물은 얼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아치형 다리 건너에 석간수 샘터가 보이지만 물맛을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용담정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주차장까지 되돌아 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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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를 오르는 낙엽길

공원지킴터 건물 옆 계단을 오르는 길은 하산하게 될 길이고 주차장 맞은편 아래에 화장실로 보이는 건물 앞에 구미산 정상 2.1㎞ 이정표와 안내도가 있다. 계곡을 건너 산 사면을 따라 완만한 길을 잠시 오르니 주능선에서 뻗은 능선을 따르게 된다. 능선에 월성 최씨 무덤, 평해 황씨 무덤 등 여러 성씨의 무덤을 번갈아 지난다.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능선인데 간혹 말라죽은 소나무에 테이프를 감아 위치 좌표와 번호를 매겨두었다. 아마도 재선충이 의심되어 조사한 나무인 듯하다. 고도가 높아지면 수종이 참나무로 바뀌는데 떨어진 낙엽이 등산로를 가리고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지도상에 399m로 표기된 작은 봉우리를 지나 안부에 내려서니 '구미산 정상 1.1㎞' 이정표와 '경주 31-7' 국립공원 위치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다. 가팔라지는 등산로는 밧줄이 묶여있고 통나무 계단이 놓여있다. 힘든 구간은 아니지만 바람이 복병이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은 바닥에 깔린 낙엽을 일으켜 허공에다 뿌려대고 바람에 노출된 뺨을 후려갈기는 통에 감각이 마비되는 듯하다. 잠시 가파르던 길이다가 완만해지는 능선에 올라서니 '구미산 정상 0.5㎞' 이정표의 박달재다. 오른쪽 현곡 방향은 생태복원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여기서부터는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인 데다 바람을 등지고 걷게 되어 오르던 길과 비교하면 봄날이나 다름없다. 정상까지 이어진 능선 좌우에 쥐똥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가을에 까맣게 익은 열매가 흡사 쥐똥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더러 조경수로 쓰기도 하지만 가지를 잘라 꽹과리를 치는 채로 만들 정도로 목질이 단단하고 질긴 수종이다. 주능선을 따라 잠시 걸으니 헬기장이 나오고 바로 정상이다. 정상에는 국립공원 구미산 정상표석과 조망 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돌탑 옆에 삼각점이 놓여 있다. 조망안내도 앞에 서면 왼쪽부터 어림산, 금곡산, 금욕산, 안태봉, 포항의 운제산까지 북동 방향이 조망되고 다른 방향은 숲에 가려 조망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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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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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우 선생 생가와 용담정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정상.

오르던 길 정면의 용담정 2.7㎞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잠시 내리막이다가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능선에는 여전히 쥐똥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간혹 넝쿨식물이 뒤엉켜 화가 밥 로스의 풍경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덤불을 연상케 한다. 어디선가 산토끼며 짐승들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덤불이 군데군데 보인다.

능선을 따라 7분쯤 걸으니 등산로는 작은 바위봉우리 오른쪽으로 나있지만 조망이 좋을 것 같아 봉우리 위에 올라선다. 먼저 올라선 친구가 "저게 뭐지?" 하며 한곳을 바라본다. 따라서 바위 위에 올라서니 맞은편 바위 위에 짐승이 한 마리 보인다. 흡사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을 닮았다. 바위에서 내려와 눈치 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거리를 좁힌다. 근접한 바위까지 가서 엉금엉금 기듯 바위로 기어올라 산양이 있던 방향을 보니 아직 그 자리다. 우선 사진을 몇 컷 찍고는 거리를 조금 더 좁혀보지만 예민하고 민첩하기로 소문난 산양이 꿈쩍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눈을 딱 마주치고 있다. 가만히 보니 뿔은 흡사 산양을 닮았는데 귀도 그렇고 털 색깔도 그렇고 이상하다. "훠이 훠이, 어이 어이." 소리를 질러 봐도 딱 버티고 서있다. 추측하건대 사육하던 양이 울타리를 탈출해 산에서 사는 양. 말 그대로 산 양이다. 저기서 바위 뒤를 돌아 살살 기어 올라오는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실업이 헛웃음만 터진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다시 바위 위에 올라서니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동쪽 방향의 무장산, 함월산, 토함산, 남동쪽방향 오봉산, 벽도산 일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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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전망바위를 내려와 2분정도 거리에 삼거리 갈림길이다. 직진은 용림산 방향의 능선이고, 왼쪽은 용담정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용담정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려서니 잠시 경사가 심한 내리막이다. 길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은 발목을 넘어 깊은 곳은 무릎까지 빠지기도 한다. 주능선에서 잠시 잊었던 바람이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었다. 박달재를 오르면서 오른쪽 뺨을 때렸는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역시나 오른쪽 뺨을 후려친다. 낙엽을 헤치며 더듬더듬 내려서다보니 눈길을 걷는 듯 피로감이 느껴진다. 안부에 한번 내려섰다가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하고나니 벤치가 놓인 쉼터를 만난다. 정면의 길은 막아두었고 왼쪽으로 '용림정 주차장 0.8㎞' 방향만 열어두었다. 5분 정도 완만한 내리막이다가 통나무 계단이 놓인 지점부터 용림정 주차장까지는 경사가 가파르다. 계단 길을 20분쯤 내려서니 국립공원 탐방지킴터 건물이 있는 용담정 주차장에 다다른다. 오전 내내 그늘이던 용담정 일대에 따사로운 햇살이 골골이 스며들어 있다.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 길잡이

용담정주차장 -(40분)-399m봉-(30분)-박달재-(15분)-구미산 정상-(7분)-전망바위-(2분)-용림산 갈림길-(30분)-쉼터-(25분)-용담정주차장

구미산은 경주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지만 하루 탐방객이 손에 꼽을 정도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탐방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은 산이며 소개한 코스는 이정표 기준으로 전체 거리 4.7㎞이고 실제거리 5㎞ 남짓한 거리라 가족 산행을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는 코스다. 실제거리 약 5.1㎞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

경부고속도로 건천IC를 빠져나와 좌회전으로 경주·영천방향 20번 국도를 따라 약 11㎞를 가면 현곡교차로가 나온다. 현곡교차로에서 좌회전으로 영천방향 904번 지방도를 따라 약 2㎞를 간 다음 좌측에 경주국립공원, 천도교 용담성지 표지판이 세워진 삼거리에서 좌회전으로 마을길 약 1.4㎞를 가면 용담정 주차장이 나온다.


☞주소

경북 경주시 현곡면 용담정길 135(용담정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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