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 벤처기업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 "지방정부 4차산업 규제철폐 적극 나서야"

  • 김기태
  • |
  • 입력 2022-01-18   |  발행일 2022-01-18 제8면   |  수정 2022-01-18 07:41
수도권 스타트업 창업 초창기
투자·사무실 임대 등 지원책
지방정부 투자예산 확보하고
기술연구 테스트베드 조성을

2022011601000456000018721

"벤처기업의 육성을 서울 등 수도권 관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방 정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중앙 정부에 명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AI) 기술로 태양광발전소 분산자원 최적화를 연구하는 기업인 에이치에너지 함일한〈사진〉 대표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지방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입주해 있는 에이치에너지 함 대표를 만나 지방 벤처기업의 어려움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에이치에너지는 어떤 회사인가.

"전력회사 공급 중심을 벗어나 누구나 사업자와 소비자가 돼 에너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발전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집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설비로 생산한 전기를 옆집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두 집 간 거래를 위해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개인이 그렇게 투자할 수 없는데 우리가 개인 간 전력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투자 비용도 제로화한다. 우리의 모토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 화폐(상품권 등)와 결합한 로컬 플랫폼 전략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고 본다."

▶사업 계기와 성장 과정은.

"국내 대기업의 태양광 사업과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에너지 빅데이터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전력이라는 시장이 플랫폼으로 보면 무주공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력 시장을 수학이라는 플랫폼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빈틈을 봤다. 포스텍 대학 동기 4명과 함께 2018년 서울에서 창업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와 경북창조경제펀드의 지원을 받아 사업 개발이 탄력을 받았고, 창업 두 달 만에 본사를 포항으로 옮겼다. 꾸준한 기술 투자와 사업 확장으로 창업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억원대로 성장했다."

▶운영 초기에 어려웠던 점은.

"지금도 가장 어려운 게 '인재 확보' 문제다. 소규모 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의 인재가 많은 것을 바꾼다. 특히 이미 충분한 기술력이 있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입지는 더욱더 좁다.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 투자는 더욱더 어렵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점은.

"수도권의 경우 아이디어만 좋으면 스타트업이 투자와 사무실 임대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인재가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서울이 가장 우수하고, 다음으로 경기도가 좋은 편이다. 경북도도 환경이 좋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이곳보다는 원활하지 않다. 문제는 지방에서의 스타트업 육성이 서울과 같은 전략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에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고비는 3년으로 걸음마를 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수도권은 지방보다 제약이 많다. 테스트도 더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의 규제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규제가 덜한 지역(비수도권)은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무기(좋은 여건)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방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은.

"지방에 대규모 공장 유치는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 쿠팡·네이버 등의 기업 본사 이전으로 지역을 살린다는 전략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그렇지 않다. 짧은 기간에 성과가 나타난다. 지방 정부가 투자 보증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을 유치할 수 있다. 이는 지방 정부가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예산을 확보하면 가능한 일이다. 수도권이 할 수 없는 벤처기업의 기술 연구 테스트 시장을 지역에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이오, 인공지능, 전력거래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비즈니스가 일어나도록 지방 정부가 규제 해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 정부와 규제혁신위가 함께 나선다면 효과는 금방 나타날 것이다. 테스트 시장만 잘 활용된다면 지역에 있는 신규 벤처기업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비수도권이 기회다. 그런데 벤처기업 육성도 서울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