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2022대선공약정책발굴기획단의 설문조사에서 시도민과 청년그룹, 전문가그룹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지역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대구경북을 떠나게 되고 이는 결국 지역의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지역발전 정체로 이어져 삶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심각한 수도권 일극주의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다. 1000대 기업 본사의 75.3%가 몰려있고, 1000대 기업매출의 86.3%가 수도권에서 차지한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72.1%도 수도권에서 사용된다.
미래 기업 성장을 담보하는 벤처투자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0년말 기준 지역별 투자실적을 보면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소재 1천538개 기업에 3조985억원이 투자돼 전체 투자금액의 72%를 차지했다. 반면 5대 광역시는 11%인 4천756억원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 본 대구경북경제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암담하다. 2021년 8월 말 기준 전국 상장사 2천458개 사 중 서울 997개사, 경기 690개사로 전체의 68.7%를 차지하고, 대구는 55개사로 2.2%이고 경북은 65개사로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지역에서 유가증권시장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상장사가 전무하다. 코스닥은 2019년 이후 상장사가 전무하며,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코넥스 시장에 대구지역기업은 단 1개만 상장됐다.
2020년 5월 기준 전국 창업투자사는 188개 가운데 91.5%인 178개가 수도권에 있고,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사) 240개 가운데 159개(66.3%)가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구와 경북은 창업투자사 각각 1개씩, 액셀러레이터는 대구 3개(3.3%), 경북 6개(2.5%)에 불과하다. 기존 기업뿐만아니라 벤처기업도 수도권이 독식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은 벤처기반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암울한 대구경북경제
이처럼 수도권 집중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도권 비대화는 갈수록 더 심해져 나머지 비수도권 전체가 침체와 소멸의 위기상황에 놓여있을 만큼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은 망국적 현상이다.
여기에다 더 심각한 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벤처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이 수도권 집중을 이겨내고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4차 산업혁명을 기회삼아 새로운 경제·산업 생태계 구축을 선도하는 일이다. 4차 산업 혁명은 본질적으로 기존 산업은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으로 재편되는 만큼 지방에 수도권 집중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은 모두가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래 사회를 결정할 벤처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미래발전마저 수도권이 잠식할 태세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더욱 공고화되면서 지방은 수도권의 원료 공급기지, 인력공급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방은 더 이상 사람이 살 곳이 못되고 대한민국은 회생불능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
◆대기업 유치는 비현실적
대구경북지역 양질의 청년 일자리창출을 위해 자주 언급되는 것이 대기업 유치다. 대통령 선거든 시장·도지사 선거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임금이 높고 고용유발 효과가 큰 대기업을 대구경북지역에 유치하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 지역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져 외지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공약은 한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 후보 가운데는 여전히 대기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공약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대기업이 내려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대기업이 유치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대기업이 지역에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많다. 더 솔직히 말하면 지역에 내려올 이유가 없다. 대기업은 인력충원이나 기업활동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어떻든 수도권과 그 주변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나 기존 지역이 입지여건이 유리한 데 굳이 지방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 점에서 대기업 지역 유치는 공염불로 봐도 무방하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도 제한적
공공기관 이전도 현실적 대안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실제 공공기관 이전으로 어느 정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결실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그나마 공공기관이 임금이나 근무여건 등에서 우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지역대학 출신들의 의무채용 비율을 점점 높여가면 지역 청년들에게 취업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도 명백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의무 채용 비율 확대가 대구경북지역 일자리 생태계 자체를 바꿀 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근본문제다. 소수의 우수 학생이 지역에 정착할 기회를 갖게 되지만 다수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공공기관의 특성상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경제 판도를 바꾸거나 청년 일자리 창출의 획기적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은 지방벤처 투자 및 상장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대구경북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우리지역에서 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일이다. 젊은이들이 기존 산업체계에 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을 설립해 스스로 일어서는 길 밖에 다른 선택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대구경북지역은 창업(스타트업)을 해 시장진입을 하고 스케일 업을 통해 궁긍적으로 상장에 이르는 벤처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 벤처 투사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방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거의 전문한 실정이다.
결국 지역의 우수 벤처기업들은 시장진입이나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사업 근거지를 수도권으로 옮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현상을 그냥 둘 경우 대구경북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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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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