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 Ⅱ] (5) 대구경북, 대학혁신 테스트베드 특구 지정…"대구경북은 정책실험·지방대 새 역할 모색의 최적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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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8   |  발행일 2022-02-08 제3면   |  수정 2022-02-09 08:18
국립대·특성화대 포함 46개 대학 존재 '우리나라 대학 축소판'
지역발전 이끄는 전문대 등 다양한 고등교육기관 활성화 불구
수도권 제외 지방대학 통째로 하위권 취급 받는 상황 이어져
4차 산업혁명 선도·지역침체 극복위해 지방대 발전 우선적
교육부 권한보다 대학 자율성 키워야 지역실정에 맞는 혁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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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중세 대학 탄생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대학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러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수가 강단에서 지식을 전수하는 전통적인 대학교육 방식은 이제 효율적이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환경에 직면했다. 더구나 새로운 학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식의 유효기간은 짧아지면서 대학이 이를 적극적으로 선도하고 수용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언택트시대는 이같은 대학교육 체제의 변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시대에 대학은 단순한 고등교육기관을 넘어 국가혁신, 지역발전, 사회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부여돼 있다. 불확정성이 커가는 미래사회 적응에 필요한 기술발전과 인재육성은 물론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기관의 역할도 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대학마다 처한 여건과 환경이 다른 만큼 최적의 대학혁신을 위해서는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교육부가 400여 개 대학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는 혁신적인 대학정책 도입은 불가능하다. 혁신적인 대학정책 수립을 위해서 대구경북지역을 '대학혁신 테스트베드(Test Bed) 특구'로 지정해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대학정책을 시범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영남일보 2022대선공약정책발굴기획단의 견해다. 이를 통해 검증된 정책을 바탕으로 대학혁신에 나서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펙트럼 넓은 대구경북대학

교육도시로 불리는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고등교육기관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대학들이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 대구경북이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특징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을 다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일반대(4년제) 22개교와 전문대 22개교, 사이버대 2개교 등 46개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일반대에는 국가거점국립대인 경북대, 지역중심 국립대인 안동대, 국립대로 특성화된 종합 공과대인 금오공과대가 있다. 또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으로 국가출연대학인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사립인 POSTECH(포스텍)이 있다. 대구교대는 국립 교원양성고등교육기관이다.

사립 일반대는 계명대, 영남대, 대구대가 규모면에서 전국 상위 랭킹에 드는 대형대학들이다.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기독교계 대학도 있다. 경일대, 대구한의대, 경운대, 위덕대, 한동대, 동양대 등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특성화 대학들이다.

전문대학의 경우 대구지역 주요 대학들이 우리나라 전문대 발전을 선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북지역에 산재한 대부분의 전문대들도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혁신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직업전문고등교육기관인 국립 폴리텍대학이 대구와 경북지역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사이버대학 또한 4년 과정인 대구사이버대와 2년제인 영진사이버대가 있다.

◆테스트베드 최적지

이처럼 대구경북지역 대학은 국립과 사립, 큰 대학과 작은 대학,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종합공과대학, 특성화된 전문대학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대입 예정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굳이 대학진학을 위해 다른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최상위 대학과 학과부터 취업중점 전문대와 학과까지 모두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경북은 교육부가 다양한 실험적인 정책을 펴기에도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학이 대구경북지역에 다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이 우리나라 대학의 축소판인 만큼 대구경북지역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정책실험 결과는 상당한 유용성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

대학이 소재하는 지역도 대구경북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 대구지역에는 일반대 4개교, 전문대 8개교, 사이버대 1개교가 있다. 나머지는 경북지역 도시권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다. 특징적인 점은 대구와 인접한 경산지역이 세계적인 대학촌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다양한 대학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다양한 종류의 대학을 대상으로 맞춤형 정책을 시험 삼아 진행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곳이 대구경북지역인 것이다.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는 인재육성에 대해 어느 지역보다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대구혁신도시에 교육관련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학혁신 정책 절실

지금의 대학환경은 기존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할 정도로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해방 후 설립한 대학들은 근대화와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 배출과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등교육 욕구를 충족시키는 순기능 역할을 하면서 국가·사회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과거 시스템으로 인해 대학이 국가·사회의 흐름을 선도하는 것이 아닌, 시대에 뒤처진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새로운 학문수요는 넘쳐나는 데 대학은 학과 신설이나 폐지, 신규 교원 채용 등에서 경직적으로 대처하면서 국가·사회발전을 리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대학이 고사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단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명문대 평가를 받고 지방에 있는 대학은 통째로 하위권 대학으로 취급되는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지방대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새로운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시스템 개편은 기존 틀을 보완하는 정도를 넘어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테스트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혁신정책에 대한 혼란을 막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테스트베드 특구지역 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 고등교육 미래 여는 창

그럼 대구경북이 대학혁신 테스트베드 특구로 지정되면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고등교육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인 현 고등교육 체계의 한계와 혁신의 방향성을 교육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지역침체를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대학혁신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 맡겨진 이 시대적 사명을 구체화하기 위한 교육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학 교육체계와 연구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다.

지방 대학이 가진 구조적 불평등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찾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방대 설자리가 없다. 당장 대학 서열화는 해결 못하더라도 교육 분권과 자치를 통한 지방대 발전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지역실정에 맞고 지역대학 발전이 담보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전세계적 추세에 뒤처진 대학생들의 기술반 창업생태계 구축도 절실한 실정이다.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4차 산업 관련 창업 성공 여부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부족한 창업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 실험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혁신의 견인차로 지방대 창업역량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도전과 실험 정신'을 장려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고등교육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2020년에 도입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은 기본적으로 인구감소와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협업체계를 구축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 보다는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예전 교육부 사업보다는 지역 자율성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부가 최종 선정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지역 자율성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과감히 RIS예산을 넘겨주고 지자체와 대학, 기업 등이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량적이고 대학기능의 일부만 반영하는 대학평가시스템도 사회변화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지역과 협력하거나 연계된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평가 체계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량 지표 위주의 대학 차원뿐 아니라 지역활동에 대한 교수 개인 평가가 반영돼야 한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사회적 교육, 지역 사회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런 '사회적 대학'이 만들어지고, 지역사회에 부합하는 '사회적 전공' 교육 과정도 고등교육체계에 편입돼야 한다. 나아가 연구, 교육, 봉사 등 기계적 평가분류 체계를 ESG 개념을 도입해서 재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수험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점에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대학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싶게 만드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곳'

미국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는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근·현대 한국의 고등교육은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에 치중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가와 사회, 직장에 필요한 사람, 즉 기술과 능력을 가진 인재육성에 치우쳐 있었다. 국가형성 초기 불가피한 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는 대전환의 시기가 왔다. 고등교육혁신에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 던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답이 있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때문에 예정된 답을 잘맞추는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 빨리 답을 구하고 그 답에 따라 행동하는 예측 가능한 사회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근본적으로 답이 없는 사회다. 낯선 문제가 우리 앞에 던져져 있고, 그 문제를 분석해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인류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런 낯선 환경, 예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생소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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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 도중 홀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창의적 해법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스토리인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처럼 지금의 고등교육은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을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부교육은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대학원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고등교육체계로의 전환도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등교육에 이러한 혁신성을 담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탁상 위의 정책을 벗어나 현실적용 가능한 고등교육정책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특구 지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최적지가 대구경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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