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기업과 건강한 일자리

  • 박재홍 피엠그로유 대표이사·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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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8   |  발행일 2022-01-18 제8면   |  수정 2022-01-18 07:40
박재홍〈피엠그로유 대표이사·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

시대가 빠르게 바뀌면서 산업 구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또한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과거 초고속 성장 시대에 비해 청년들이 원하는 '건강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인 벤처의 창업은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모든 사람이 다 창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창업하는 벤처 기업들이 건강한 일자리의 모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벤처 기업이라고 하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모험적 기업을 통칭하는 것인데, 기술 벤처든 시장 벤처든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필자는 오늘 플랫폼 벤처 기업의 건강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벤처 기업이라고 하면 '배달의 민족' '쿠팡' '야놀자' '타다'와 같은 기업들을 떠올릴 것이다. 벤처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처음 벤처로 시작했고, 지금도 일부는 상장했고 일부는 비상장 상태이기 때문에 통칭해서 플랫폼 벤처 기업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플랫폼 벤처 기업에 대해 최근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새로운 갑질의 아이콘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기존의 영세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이미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 과점을 하면서 수수료 인상 등의 일방적 행위 자체는 비난받을 수 있겠으나 사실상 우리는 플랫폼 벤처 기업의 순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 플랫폼 기업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이 기업은 포항 죽도시장의 해산물을 서울에 있는 가구에 배달해 주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 기업을 통해서 서울의 가구들은 신선한 포항 죽도시장의 해산물을 쉽게 먹을 수 있고, 과거의 영광에서 스러져 가던 죽도시장의 상인들은 매출이 늘어나서 살 맛이 나게 되었다. 이 플랫폼 기업의 중간 수수료의 적정 여부는 잠시 잊고, 서울의 소비자와 포항의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순기능 자체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플랫폼 기업이 없었다면 죽도시장의 가게는 망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즉 새로운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일자리가 더욱 건겅하게 유지되는 역할을 플랫폼이 한 것이다.

플랫폼 벤처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에 가장 민감하다.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 세상의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한 파악을 가장 큰 무기로 한다. 이런 것을 죽도시장의 해산물 가게가 개별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즉 요즘처럼 직접 대면보다는 비대면 문화가 일반화되고 있는 시대에, 소비자의 기호와 변화를 잘 읽어내는 플랫폼 벤처 기업의 역할은 전통의 일자리의 건강한 유지 확대에 기여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기존의 정비업계는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전기차 정비와 관련된 정보도 없고, 전기차 타는 소비자들의 변화되는 기호와 패턴도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전기차 분야에서도 많은 플랫폼 벤처 기업이 등장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 자체의 특성과 전기차 사용자들의 기호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이들과 기존의 정비업계는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정비업체를 길러내고 그로 인해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두가 다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일자리가 건강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면서 유지·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전기차 구독 서비스 플랫폼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배터리는 사서 쓰는 게 아니라 빌려 쓰는 것이라는 개념(이미 느끼는 소비자도 있고 미래에는 다수가 느낄 것이라고 생각)을 사업화한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의 기호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기호에 맞는 기존의 기업들과 협업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비업, 중고차매매업, 보험업 등이 포함된다. 물론 폐배터리 활용 등과 같은 산업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로운 기술 벤처 기업들과도 협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기술 벤처와 같은 멋있어 보이는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존의 건강한 일자리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선한 플랫폼 벤처 기업들을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

박재홍〈피엠그로유 대표이사·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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