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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근 (문화평론가) |
짝짓기 프로그램 3차 파도가 밀려왔다. 1차 파도는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고전적인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2000년대 이후 '강호동의 천생연분' '우리 결혼했어요' '짝' 등이 2차 파도라고 할 수 있다.
이 2차 파도 시기에 중요한 가치로 대두한 건 리얼리티였다. 단순 예능이 아니라 프로그램 속에서 정말로 연애가 이루어진다고 사람들이 생각했고 또 기대했다. 처음엔 '강호동의 천생연분'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이 그런 기대를 불러일으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연예인들의 연애가 프로그램 속 설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짝'처럼 일반인들을 내세운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관심이 넘어갔다. 연예인 연애프로그램은 사라졌고 대신에 연예인 부부생활을 관찰하는 예능이 등장했다. 연예인의 연애는 거짓일 수 있어도 부부라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리얼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하지만 쇼윈도 부부라는 의혹에 관심이 시들해졌다.
순항하던 '짝'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리얼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안에 작위적인 설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나타났다. 그리고 젊은 시청자들이 과몰입하다 보니 논란이 자꾸 터지고 악플, 신상털기 같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한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고 짝짓기 프로그램의 인기도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채널A '하트시그널'과 함께 3차 파도가 밀려왔다. 국내 OTT의 '환승연애'와 해외 OTT의 '솔로지옥'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짝짓기 프로그램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특징은 전성기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만 뜨거운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이 주제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음식과 이성과의 관계가 인간의 양대 원초적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은 모든 세대에게 보편적이지만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젊은 세대에게 특히 강렬하다. 생애주기상 젊은 시기가 이성과 짝을 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 젊은 세대가 짝짓기 프로그램에 몰입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이 더욱 이런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에서 욕구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20대의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3포 세대, 5포 세대, N포 세대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연애·결혼 등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자신감이 줄어든 것이 이성에 대한 자신감 약화로 이어졌다. 젊은 남성들이 여성주의에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엔 그런 자신감 약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현실에서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좌절됐기 때문에 더욱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리만족하며 몰입하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이성에 대한 탐색 기회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럴 때 리얼하면서도 뭔가 이상적인 판타지 같은 영상들이 제시되자 뜨거운 반응이 나온 것이다. 과거 2차 파도 시기에 연예인 연애 설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현 3차 파도엔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데 여기서 문제들이 터진다. 검증되지 않은 과거 이력, 신상털기,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악플 등 온갖 문제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는 것이다. 최근엔 '솔로지옥' 송지아가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젊은 층이 불안과 결핍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짝짓기 프로그램의 인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몰입과 일반인 벼락스타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OTT 등에선 더욱 리얼하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다. 연애 대리만족 극성기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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