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미래형 학생평가 전환 연구…"국가수준의 변별력 갖춘 학생평가체제 마련 시급"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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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4 08:02  |  수정 2022-02-14 08:14  |  발행일 2022-02-14 제12면
논·서술형평가 수행과제에만 적용
창의미래인재 육성 흐름에 뒤처져
고교 과정의 소논문 중심 활동 중요
대학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습 준비
교육과정평가지원·채점센터 등 설립
학생 평가 기준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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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구외고 학생들이 Pre-DP 시간에 지능형 과학실을 활용한 화학 탐구기반학습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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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대구외고 학생들이 여름방학 중 CAS(창의활동봉사)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 혁명으로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 육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 개정, 2025 고교학점제 및 성취평가제 본격 도입, 2028 미래형 대입제도 적용 등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혁신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은 교육과정의 목표가 학교 교수학습 활동을 통해 실현되고 대입제도에 의해 지지받을 때 성공할 수 있다. 교육과정-학교교육-대입제도의 일체화는 학생들의 미래역량의 성장을 확인하는데 필수적인 논·서술형 절대평가가 학교평가와 대학입시에서 보편적으로 실행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1일 송진웅 서울대 교수 연구진의 '미래형 교육체제 전환에 따른 논·서술형 기반 평가 및 대학입시 개선방안 연구' 최종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정책연구 발표회에선 국어·영어·수학·과학 교과 학생 평가의 현황 및 교사 인식, 논·서술형 절대평가의 대표적 사례인 국제 바칼로레아(IB) 고등학교 과정(DP)의 지식론(TOK)과 소논문(EE)을 중심으로 한 논·서술형 평가의 이해, 미래형 학생평가와 대입체제를 위한 개선방안 탐색 등 연구과제 발표가 진행됐다.

◆논·서술형 및 절대평가제, 학교 내 수행평가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돼

서울대 연구진은 논·서술형 평가의 운영 실태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국어·영어·수학·과학 교과 교사 56명(일반고 45명, IB고 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논·서술형 평가의 확장과 정착을 위한 방안 도출을 위해 고교 교사 9명(일반고 4명, IB고 5명)을 초점집단면접(FGI)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초중등 학교 현장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논·서술형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성취평가제에 따른 절대평가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논·서술형 평가의 역할에 대한 교과별 교사별 개념적 혼란, 논·서술형 평가 관련 교사의 경험 및 자신감 부재, 관련 자료와 연수 기회 부족, 교사의 평가 업무 증가, 성적 부풀리기 가능성, 학부모의 민원제기 및 사교육 촉발 가능성 등 다양한 현실적 제약으로 학교 내 수행평가에서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특히 IB고에 비해 월등히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일반고 교사들은 논·서술형 평가의 출제, 채점, 피드백 등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상대평가제 체제에서 학생 변별을 달성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 교사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교내외 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교과별 학생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며, 논·서술형 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지역 교육청 수준의 (가칭)교육과정평가지원센터의 설립 및 운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IB DP의 지식론·소논문 활동, 현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연계 가능

고교 수준에서의 논·서술형 절대평가의 대표적 사례로는 IB DP가 꼽힌다. IB 고등학교 프로그램인 DP는 대학입시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1968년부터 운영됐다. 대구에서는 경북대사대부고·대구외고·포산고 등 3개교가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으며 계성고·대구서부고·대구국제고가 후보학교, 대구중앙고가 관심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IB DP는 2년 과정으로 최종시험을 거쳐 일정 성적을 받으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DP를 수료하기 위해선 고급 수준 3과목, 표준 수준 3과목에 소논문과 지식론, 창의·체험·봉사활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평가는 전 과목이 논술형 시험이며 절대평가다.

특히 지식론과 소논문은 융합교과적, 범교과적 논·서술형 평가가 잘 이뤄지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지식론은 '지식의 본질'과 '안다는 것'의 개념을 탐구하는 과목으로, 특정 교과군에 제한되지 않으며 최소 100시간의 수업을 필수로 한다. 평가는 내부 평가로 이뤄지는 지식론 전시회와 외부평가로 이뤄지는 최대 1천600단어 분량의 지식론 에세이를 통해 이뤄진다.

소논문은 보통 6개 교과군 중 하나의 교과군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학생들이 자신이 관심을 갖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4천 단어 분량의 소논문으로 작성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개인 연구와 글쓰기를 연습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습 준비성을 갖출 수 있다.

두 활동은 교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고교 현실에서는 다소 낯설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상의 다양한 선택과목 및 프로젝트 평가 방식 등과 충분히 연계돼 실시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예를 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수학과제 탐구' '사회문제 탐구' '과학탐구실험' '과학과제연구' 등의 과목과 연계될 수 있으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적용될 고교학점제와 의미있게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교사들의 연구논문 작성 경험의 부족, 융합교과 지도 경험 부재,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범위 등의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능 시험, 절대평가 체제로 변화 필요

서울대 연구진은 앞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에서의 학생평가 및 대입체제 개선방안을 제언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생평가는 성취평가제의 본래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개별 교사 또는 단위 학교가 아닌 국가 수준에서 성취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체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계적 변별을 지양하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절대평가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재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단계별 교차채점 및 조정을 지원하는 평가조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고교 교육의 현실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능 시험의 전환도 요구했다. 수능 시험은 수시 모집의 최저학력기준 및 정시 모집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행 객관식 문항의 9등급 상대평가 체제로부터 논·서술형 문항이 대폭 강화되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능 시험 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적 논쟁 및 사교육 영향력 증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체계적인 준비와 시범 적용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 수준의 독립적인 (가칭)국가채점센터를 설립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교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논·서술형 평가가 중심이 되는 학교의 학생평가와 대학입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며 "논·서술형 평가가 갖는 장점을 바탕으로 고교 교육을 창의력과 미래역량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실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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