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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20대 대선이 이제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NFT로 대선자금을 모으고 메타버스에서 선거사무소를 열기도 한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콘서트도 메타버스에서 진행된다. 이처럼 정치뿐 아니라 올 한해 한국 경제와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NFT'가 될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내지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연결되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ZEPETO)는 전 세계 가입자수가 2억명이 넘는데, 가입자가 본인의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아바타와 게임 등을 하고, 블랙핑크가 자신들의 아바타로 팬사인회를 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의 CEO인 데이비드 바수츠키가 발표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3가지 요소는 첫째, 메타버스 세상에 존재하는 나인 디지털 자아(Me), 둘째, 디지털 자아가 상호작용하는 공간인 세계(Around the World), 셋째, 나와 세계가 만들어내는 수백만의 경험(Millions of Experience)이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세계는 기존의 인터넷 공간과는 달리 다양한 주체들 간의 동시적 상호작용이 역동적으로 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NFT는 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 토큰)의 약자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며, 복제본이라고 해도 원본과의 동일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에도 특정인에게 권리를 배타적으로 귀속시켜 유일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는데, 디지털 자산에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NFT다. 실물경제로 보면 일종의 부동산 등기권리증과 비슷하다. 이런 대체불가능성으로 인해 NFT는 기초자산인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진정성을 증명하는 기능을 한다. 나아가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하거나 또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창조하는데, 그 원본성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거래 및 유통을 가능하게 한다.
NFT를 이용해 메타버스 안에서 이용자들 간에 디지털 자산을 거래함으로써 독립된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으며, NFT를 이용한 자산 거래를 현금화하는 경우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 NFT는 게임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게임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생성된 아이템에 가치를 부여하여 거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NFT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기술이 데이터 분산관리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인 블록체인이다. 이는 삭제 또는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의 통제자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
메타버스·NFT 열풍이 각종 산업을 휩쓸고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도 이제 서서히 제도권으로 수용되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 실물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NFT가 만들어내는 신산업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치가 급상승 중이라는 것이다. 이제 가상세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간의 격차가 경험과 부의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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