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기업 포스코와 기업의 사회적 책무

  • 배영호 위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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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2   |  발행일 2022-02-22 제21면   |  수정 2022-02-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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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호(위덕대 교수)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과 지방소멸 위기가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서울에서는 집값이 유례없이 폭등하는 반면 지방은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하여 주소지를 옮기면 현금 지원을 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은 현지 포항시민의 반발은 물론 경북, 나아가서 전국 지방민들의 저항을 부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지역민으로 느끼는 배신감과 함께 경영핵심부의 서울 이동으로 인한 지역 경제침체와 인구감소, 지역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인구 51만의 경북 최대 도시가 가지는 위기의식은 타 중소도시는 물론 울산·대구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주식회사로서 포스코는 회사의 지속 발전을 위하여 경영 논리에 의한 정책 결정을 하여야 하고 이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국가 기간산업체로서 작게는 포항시, 크게는 국가적인 희생과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즉 이윤 추구의 최대화가 미덕인 사기업과는 다른, 국가발전에 책무가 있는 국민기업이라는 말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가 지속 발전에 필수적이며, 서울 설립이 포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주사가 소규모이며, 포스코가 포항에 존치하므로 인력 유출, 세수 감소, 투자 축소가 없고, 향후 추진될 신사업분야의 사업장 위치는 포항·광양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영의 중요의사 결정권을 가진 지주사가 분리된 자회사로서는 미래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사업분야 입지 역시 기업의 경영 논리로는 가장 경제적 효과가 높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고, 지역의 발전은 낙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지주사 체제로의 변환은 불가피하더라도 그 위치가 서울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가 힘들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들은 지방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있고 인텔·애플·구글은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TSMC는 신주과학단지에 있고 벤츠와 BMW, 프랑스의 에어버스 역시 지방 도시에 본사가 있다.

지주사와 더불어 설립되는 미래기술연구원 역시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생존하기 위한 변신과 미래사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우수 연구 인력 유치에 유리한 수도권에 신설한다고 하지만, 포항에는 포스코가 설립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포스텍과 RIST가 있다. 일부에서는 연구 인력의 남방한계선 운운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서울 중심의 삐뚤어진 사고다. 한국 최고의 연구 및 교육기관인 대전의 KAIST, 울산과기원, 광주과기원, 대구과기원, 그리고 지방에 위치한 여러 국책연구기관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언사다.

포스코는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을 찾아가서 더욱 붐비게 할 것이 아니라, 포스텍, RIST와 협력하여 인재를 유치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에서 활발한 교류·협업을 통하여 발전을 꾀할 수도 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인 현재에는 연구기관의 물리적 입지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연구자료는 세계 어디에서나 동시에 입수 가능하며, 국제학회 역시 비대면으로 열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연구자 간의 교류, 협력에 있어서 지역 간, 국가 간의 물리적 거리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포스코 설립 당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하여 건설한 주택단지는 지금까지도 전국 최고의 주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초·중·고등학교는 높은 교육 품질을 자랑하고, 포항제철고는 전국적인 명문고다. 문화 인프라가 갖추어지기 이전 효자음악당에서 상영한 영화는 포항시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였다. 역사적으로 포스코는 기업체가 지역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범사례가 됐다. 포스코는 우리 국민이 키운 기업이다. 효율과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수도권 집중과 지방 황폐화가 국가 현안이 된 이 시점에 기업이 사회적 책무수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배영호 <위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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