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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아돌프 멘첼이 그린 '플루트를 연주하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한 부분. 음악애호가인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상수시 궁전 음악감상실에서 자주 플루트를 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옆의자 제공> |
클래식 음악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장르다. 역사는 물론 시대 담론까지 담겨있다. 다른 예술 장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수많은 음원과 노래가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가운데 클래식 음악이 변함없이 생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은 '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청각적인 요소만으로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의 세계를 아우른다. 그래서 가만히 들으면 그만이다. 흥겨워도 흥얼거리지 말고 몸을 들썩일 필요도 없다. 귀를 열고 음악을 받아들이면 시각과 촉각과 후각과 미각이 열린다. 급기야 오감의 세포가 꿈틀거리며 확장되고, 삶 속으로 파고들어 영혼을 변화시킨다.
'가만히 듣는다'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 다가가는 열한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클래식 음악이 문학, 철학, 종교,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삶 속으로 파고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창조적인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찰하고 해석하고 탐구하는 저자의 철학적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문학적 해석이 더해져 사유의 폭을 넓힌다. 행간과 행간마다 역사를 꿰뚫는 저자의 안목은 기대 이상이다. 음악과 삶을 이야기하며 '가장 나다운 나를 찾는 방법'도 제시해 깊이를 더한다.
책에서 저자는 봄을 알리는 종달새를 소재로 만들어진 시와 음악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또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음악들은 시각과 촉각적 상상력을 이용한다고 전제하고, 단막 오페라 '살로메'의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우리 노래 '아리랑'에 내재 된 에로티시즘의 강렬한 미학을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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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처 지음 / 나무옆의자 / 228쪽 / 1만6천원 |
저자는 또 대학시절 작곡법 시간을 회상하며, 노래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세계를 포용한다고 설명한다. 쇼팽의 음악이 역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 '피아노'를 곁들여 이야기한다. 독일 소설가인 헤세와 토마스 만, 프랑스 화가인 들라크루아와 그의 음악이 갖는 상관성에도 주목한다. 베토벤·모차르트, 그리고 헤세와 토마스 만의 작품들을 짚어가며 펼치는 천재의 영감과 광기에 대해 논의한 내용은 인상 깊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에 대한 탐구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도구 중 하나인 악기 이야기를 북과 피리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최초의 악기는 인간의 몸이었고, 도구로서 악기는 인간의 몸을 모방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최초의 악기는 타악기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중에서도 북은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며 몽환적인 요소를 가장 쉽게 표현하는 악기로 정의한다. '북은 전투와 노동, 주술, 제의, 오락 등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의식에 필수적인 악기였으며 몸동작과 결부되어 무언가를 나타내려는 관념과 의식을 싣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북 다음으로 만들어졌을 관악기를 피리로 추측한다. 저자는 피리는 연주하면서도 발걸음이 자유로워 목동이나 떠도는 방랑자들의 악기였다고 설명한다. '구멍과 관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피리'라며 '피리야말로 인간의 신체를 가장 적절하게 요약하는 악기'라고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에 대한 질문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나아갈 길을 묻는 질문과 같다'며 글을 맺는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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