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폭탄 돌리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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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8   |  발행일 2022-03-18 제23면   |  수정 2022-03-18 07:03

예전 TV 가족오락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물풍선을 머리 위로 돌리면서 끝말잇기 등의 규칙을 정해 풍선을 돌리고 일정 시간이 되면 터지도록 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풍선 터뜨리기' 게임으로 일명 '폭탄 돌리기'다. 이 게임은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재빨리 물풍선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누군가 풍선이 터지면서 물벼락을 뒤집어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정책을 보면 폭탄 돌리기가 떠오른다. 인구수로 정하는 국회의원 단독 선거구를 유지하려는 자치단체가 인구 하한선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일정 수준의 인구수가 무너질 위기에 놓인 자치단체의 시장이나 군수는 자신의 재직 시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10만명이나 5만명 등의 수준이 무너지면 그 사실이 역사에 '폭탄을 터뜨린' 단체장으로 기록되기도 하지만 후임자들이 그 선을 지키려는 마음이 옅어져 결국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구 7만명선을 위협받고 있는 경북 문경시가 유달리 인구 증가에 매달리는 것도 이러한 차원이다. 지금의 시장이 임기 내에 인구가 7만명 이하로 감소한다면 다음 시장은 이 인구를 지켜야 한다거나 회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심리적 부담이 적어 인구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균형 발전과 출산에서부터 육아 등의 지원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방소멸 방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결국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에 처한 자치단체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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