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봉쇄 #코로나 #대구 #신천지 #눈물

  • 우광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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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5  |  수정 2022-04-05 07:46  |  발행일 2022-04-0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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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 (소설가)

<2020년 2월25일(화), 비>

국화어린이공원 너머로 며칠 전에 리모델링한 버거킹이 보입니다. 그 옆으로 안개처럼 내려앉은 강산당구장 슬레이트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그 모습이 아슬아슬합니다. 지하철 만촌역에서 담티역까지 이어지는 달구벌대로는 더없이 한산합니다. 인도에는 우산을 쓴 행인 두 명만이 하얀 마스크를 한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네요.

어제는 아내랑 급한 일이 있어 수성대학교에서 반월당까지 택시를 탔습니다. 1만2천원 하던 택시비가 6천원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범어네거리를 신호 한 번 받지 않고 통과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택시기사님은 너무 고맙다며 우리에게 연방 인사를 건넸습니다. 6천원을 아낄 수 있었던 우리가 더 고마웠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대구 봉쇄'가 이슈더군요. 맞아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지금 심리적으로 이미 봉쇄되었습니다. 타인과 얼굴을 마주한다거나, 밀폐된 공간 속에 함께 있다거나,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조차 없습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승강기 안에서 만나는 당신조차 믿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현관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잽싸게 손소독제를 바르고, 화장실로 달려가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이건 이제 위생생활의 기본수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30장을 사기 위해 이마트에서 3시간이나 줄을 섰다는 친구의 푸념과 '대구 코로나'라고 칭한 정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기사들은 저에겐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다. 대구에서 신천지로 이어지는 음모론은 한편으로는 솔깃하지만 더없이 불온합니다. '봉쇄'라는 단어 때문일까요? 이러다 대구가 정말 섬이 되어 버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독설과 멸시와 분노와 비난의 해자로 둘러싸인 초라하고 낡은 성(城) 같은 것 말입니다. 더군다나 보수꼴통, 일베의 도시라고 불리는 대구가 말입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엔 잠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창문을 닫고 소파에 드러누워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창밖으로 다시 보슬비가 자장가처럼 흩날립니다. 이 귀한 겨울비가 오늘따라 차디찬 눈물 같습니다. (코로나가 여전한 2022년, 2년여 전 '그때 그날'을 복기하며)

우광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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