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 거주 중인 이란 교민이 휴대전화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AI 이미지로 구현해봤다. Gemini 생성이미지
중동발 전운은 대구·경북 지역민의 일상까지 덮쳤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고스란히 일상 속으로 스며든 것. 이번 전쟁의 충격파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대구·경북지역 중동 출신 외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유가 폭등에 "기름 값 더 오를라"
3일 대구 북구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이란 전쟁 발발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값이 싼 주유소로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최시웅 기자
이번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쌀 때' 기름통을 채워두기 위한 대구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역 평균 휘발유값은 미국의 이란 공격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리터당 1천655.09원에서 이달 2일 1천665.99원으로 10.9원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구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싸기로 소문난 북구 한 주유소의 경우 차도 하나를 완전히 채울 만큼 연일 차량 대열이 이뤄지고 있다. 하루 종일 인근 도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서 경찰이 민원을 해결하러 출동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날 만난 해당 주유소 직원은 "뉴스에서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면 평소보다 더 긴 줄이 생긴다"면서 "유조차량 기사에게 듣기로는 칠곡 가는 길에 저렴하기로 소문난 주유소 한 곳은 기름이 동나 영업이 중단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기름값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는 환율은 시민들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오후 국내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1원 급등한 1천463.8원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유학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 박모(33)씨는 "자금을 마련 중인데 환율이 1천460원대를 뚫는 것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최근에 그렇잖아도 달러가 비싸져서 고민이었는데, 더 막막해졌다"며 "당장은 어떻게든 떠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도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의 '쌍끌이 급등'이 민생 물가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약 0.2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수입 물가 상승에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계명대 임운택 교수(사회학과)는 "코로나19 사태 때 마스크를 사재기한 것과 유사한 심리가 발생하고 있다. 서민들은 더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에서 여차하면 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불안 심리를 낮추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거주 '중동인' 불안감↑
3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할랄 식료품점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하마드(33·가명)씨가 전화를 받고 있다. 구경모 기자
3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공단 인근 한 식료품점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학생 하마드(가명·33)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붙들고 살만큼 걱정이 크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도리어 이란이 주변 인접국들을 상대로 미사일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그는 "최근 가족과의 통화에서 한밤중에 드론 경보가 먼저 뜨고, 이어 미사일 관련 속보가 연달아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 체감이 확 달라졌다"며 "처음에는 제한적인 충돌로 보였는데, 타격 범위와 수단이 확대되는 흐름이라 더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잠시라도 닿지 않으면 여러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며 "이동 중인지, 통신이 불안정한 건지 알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부담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하마드씨는 주변국을 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관광호텔 등 민간구역에도 타격을 주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정서적 동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쪽 지인들은 '도심에서 경보가 울렸다', '공항이나 항만 쪽 통제가 강화됐다'는 얘기를 계속 보내왔다"며 "관광객이 많이 머무는 5성급 호텔 주변 상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사태 '쟁점'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사실상 중동 전역을 상대로 무차별적 공격에 나선 것에 주목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직접적인 전면전을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 전력차가 뚜렷한 비대칭 구도이기 때문에 1대 1 충돌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구도를 재편하려 할 수밖에 없다"며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 미군 기지가 위치한 국가들을 겨냥한 공격 역시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번 전쟁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역시 전쟁을 확대할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미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고, 공격 당시 의회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중동 국가들 역시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감내해야 할 비용과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 정재환 교수
인하대 정재환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전쟁 사태에 따른 대외 변수적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 흐름과 함께 움직인다"며 "내부 요인보다 대외 불안정성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구조인데, 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 교수는 "고환율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유동성 공급이나 정책 신호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 있겠지만, 대외적 불안정성 자체를 우리가 통제하거나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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