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전경.
경북대병원이 대구경북 중증·필수의료의 최종 보루로 거듭날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정부가 의료 인력 및 연구·AI 기반 확충에 적극 나선 가운데 제41대 병원장 선임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의료진 확보와 수도권 원정 진료 감소로 연결할 역량을 발휘해야 할 차기 병원장의 비전과 실행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수도권 빅5'급으로 키운다…의료진 확보가 성패
대구경북 중증 환자의 수도권 원정 진료를 줄이기 위해 경북대병원의 의료 인력과 연구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문의·전공의를 늘리고 인공지능(AI) 진료 환경을 구축해 수도권 '빅5 병원'에 버금가는 권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원 확대가 실제 의료진 채용과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국립대병원의 진료·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종합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 중증·응급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우선 의료진 확보에 걸림돌로 지적돼 온 인건비 규제를 완화한다. 내년 상반기 지역 국립대병원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해 전문의 보수와 채용의 자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필수진료과 의료진과 전임교원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보다 전문의가 부족하다. 복지부에 확인결과, 병상 10개당 전문의 수는 '수도권 빅5'병원이 4.1~4.8명인 데 비해 경북대병원 등 지역 국립대병원은 2.3~3.3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전체 전공의 정원 가운데 지역 국립대병원에 배정되는 비율도 현재 17.8%→ 20% 이상으로 높인다.
의료진 교육 여건도 보강한다. 경북대병원 등 8개 국립대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조성하고, 지역 2차 병원·전문병원과 연계한 협력 수련 과정도 마련한다. 의대생 선발부터 전공의 수련, 전문의 취업까지 이어지는 지역 정착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수도권 병원과 벌어진 연구 역량 격차를 좁히는 작업도 병행된다. 경북대병원 연구장비 규모는 31억원으로, 서울아산병원(348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연구장비와 전문인력, 연구개발비 지원을 늘려 지역에서도 첨단 임상 연구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전국 국립대학병원 관계자들이 충남대병원에서 '지역 필수·공공의료의 AI 대전환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심평원 제공>
AI를 활용한 진료 기반도 강화된다.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료데이터 연계, AI 학습 기반 구축, 필수·공공의료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정원과 예산 확대만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가 지원하고 전문의가 지역에 남도록 하려면 보수뿐 아니라 근무 환경과 수련의 질, 연구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해서다. 경북대병원이 대구경북 중증 의료의 최종 치료기관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 구상이 실질적 인력 확충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A 상급종합병원 한 교수는 "전공의 정원과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도권 진료 쏠림현상을 되돌리기 어렵다"며 "필수진료과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교육·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보수와 당직 체계, 연구 지원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북대병원이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질 역량을 갖춰야 대구경북 환자의 수도권 원정 진료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차기 병원장 선임 임박…"후보 공약·경영계획 공개해야"
경북대병원장의 임기 만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제41대) 병원장 선임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각 후보자들은 병원 운영 비전과 경영계획·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제시·공개하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병원 안팎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중증·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거점 국립대병원 수장인 만큼 차별화된 병원운영 정책과 실행 역량을 살필 수 있는 검증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의료계에 확인한 결과, 현 병원장 임기는 오는 9월 17일까지다.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르면 병원장은 이사회 추천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다만 오는 8월 20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와 병원장 임명권이 교육부→보건복지부로 이관된다. 이에 차기 경대병원장 선임 절차도 이와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경대병원장은 본원과 칠곡경대병원, 경대어린이병원을 아우르는 자리다. 권역 응급·외상 진료와 중증질환 치료, 의료인력 양성, 공공보건의료 사업을 책임진다. 지역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셈이다. 경영 안정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 첨단 의료장비 투자, 본원과 칠곡경대병원 역할 정립, 진료 환경 개선 등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2023년 병원장 공모 당시 지원자들은 병원경영계획서와 연도별 경영실천계획서, 병원공공성강화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 자료가 이사회 심사에만 활용됐다. 병원 구성원과 지역민은 단지 이름과 경력만 알수 있다.
이 때문에 차기 병원장 선임 후보자들은 주요 공약과 추진 일정, 재원 조달 방안 등을 일정 범위 내에서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병원경영계획에는 인사와 투자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에 자료 전체 공개가 힘들면, 핵심 목표와 추진 일정·성과지표가 담긴 요약본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정책발표회나 공개 질의응답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교수와 간호사, 보건·행정직 등 직종별 구성원이 병원 현안을 묻고 후보자의 답변을 듣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이사회의 심사 항목과 평가 기준을 공개하면 선임 절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립대 병원이라 직접적 비교는 힘들지만 연세의료원의 경우, 2020년 의료원장 선임 당시 후보 4명의 출마의 변과 주요 공약을 공개하고, 전임 교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국립대 병원도 한번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경대병원 대외협력실 직원은 "차기 병원장 모집 공고 시점과 선임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후보자가 제출하는 병원경영계획, 연도별 경영실천계획 등의 공개 여부와 범위·방식은 국립대병원 운영체계와 관련 법령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대병원 안팎에선 현 양동헌 원장의 재응모 여부도 예의주시한다. 양 원장이 다시 응모해 연임할 경우 2002년 3월 임기를 마친 인주철 제31·32대 원장 이후 24년여 만의 연임 사례가 된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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